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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주의 그때그시절 IT] ⑤ KMI・IST・코리아텔넷・퀀텀모바일… 제4이동통신 ‘6전7기’ 이번에는?

[박영주의 그때그시절 IT] ⑤ KMI・IST・코리아텔넷・퀀텀모바일… 제4이동통신 ‘6전7기’ 이번에는?

기사승인 2015. 10. 2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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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전7기' 제 4이통을 향한 업체간 각축전이 다시 시작된다. 사업권 신청 마감일인 이달 30일까지 어떤 업체가 참여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9일 열린 ‘이동통신시장 경쟁촉진 및 규제합리화를 위한 통신정책방안(안)’과 ‘2015년도 기간통신사업의 허가 기본계획(안)’에 대한 공청회 모습. /사진=배성은 기자
 다시 ‘제4이통’이 뜨겁습니다. 경쟁 활성화를 통한 요금인하를 앞세운 제4이동통신(기존 3개 통신사 외 추가 사업자 선정)의 첫 신청은 2010년 6월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모두 6번의 고배를 마셨던 제4이통 선정이 다시 이달 30일 접수 마감을 시작으로 7번째 도전에 나섭니다. 여전히 가능성은 반반이라지만 실패가 잦아지니 굳어지나요, 그만큼 기대는 줄어든 상태입니다. ‘이번이 마지막’이란 말도 나옵니다.
접수 마감을 하루 앞두고 ‘3파전’ 혹은 ‘4파전’ 얘기가 많습니다. 국내 제4이통 도전사의 전부랄 수 있는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이 이번에 7번째 도전에 나서구요, 함께 경쟁해왔던 전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인 양승택 대표가 이끄는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은 ‘1대 주주 확보 불발’로 낙오했습니다. 가장 많은 후보군이 경쟁할 것으로 보여지는 올해 KMI외 삼성전자 출신이라는 이강영 대표가 이끄는 코리아텔넷(KTNET)과 박성도 전 현대모비스 부사장을 앞세운 퀀텀모바일이 사업 신청을 할 것으로 점쳐집니다.막판 알뜰폰 등 유무선 통신서비스 사업자인 세종텔레콤 합류도 거론됩니다.

앞서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5월 제4이통 선정을 위한 허가계획과 지원계획을 발표했죠. 제4이통 선정을 위한 정부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인데, 제4이통 사업자 선정을 위한 허가계획을 발표한 게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함께 내놓은 지원계획에는 ▲기존 와이브로나 LTE-TDD(시분할) 방식 외 LTE-FDD(주파수분할)의 허용(국내 이통3사가 제공중인 LTE-FDD 방식 허용은 후발사업자의 로밍을 지원해 전국망 구축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거죠. 기출시된 단말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LTE-TDD는 이른바 ‘중국 방식’으로 상대적인 효율은 차치하고 독자 망 구축의 부담이 있습니다. 전용 단말기도 필요하겠죠?) ▲기존 이통사 로밍 제공 의무화 ▲접속료 차등 지급 등이 포함됐습니다. 한마디로 기존 이통3사 망도 함께 쓰게 해주고, 전국망 구축도 늦춰주면서 비용도 줄여줄테니 열심히 해서 경쟁력 키워라는 주문이었습니다. ‘이번엔 정말’ 업계 기대가 높아진 건 물론이구요. 게다가 준비 충실히 하라고 신청 접수 마감도 한달 연기해줬습니다.(그래서 10월 30일.^^)  

분위기는 좋지요? 근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전히 발목을 잡는 건 ‘1대 주주’ 문제인데요, 10% 이상 지분을 가지는 1대 주주 확보가 여의치 않아 7~8개 희망업체가 결국 3파전, 혹은 4파전으로 귀결되는 셈이죠. 이 정도면 결국 관건은 ‘대기업’ 참여입니다. KMI의 6번 탈락 요인이었던 ‘재무 상황’ 이슈도 이때문입니다. 문제는 대기업의 참여가 올해라고 가능하겠느냐는 겁니다. ‘차이나모바일의 3200억 참여’가 막판 뉴스가 됐지만, 이 역시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이라도 대기업이 막판 발뺀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죠. 참여가 사실이라면 국내 통신업계 미칠 파장이 작지 않으리란 건 물론, 공감하고요.

우리나라 ‘제4이통’의 역사는 KMI 궤적과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거의 전부였지요. 정보통신부 전 관료 출신인 공종렬 대표가 이끄는 KMI는 번번이 눈앞에서 사업권을 놓치곤 했습니다. 그게 억울해 안할 수도 없는 입장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제4이통'이 처음 등장한 게 지난 2008년께입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했던 이동전화 요금 20% 인하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시됐죠. 이때 논의된 주파수는 800MHz였습니다. 그해 9월에는 방송통신위원회(당시 위원장 최시중)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러한 내용을 담아 휴대인터넷(와이브로) 활성화를 통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 내용을 보고하기도 합니다. 2004년 KT와 SK텔레콤에 와이브로 사업권을 줬지만 지지부진하자 (이를 허가한) 방통위가 총대를 멘 성격도 있습니다. "800MHz 등 우량주파수를 와이브로용으로 할당할 수 있다"는 정부 발언은 이를 통한 신규 통신사 선정 움직임과 맞물려 업계 충격파가 컸습니다. 

이때는 또 이통시장 경쟁 활성화(를 통한 요금인하)를 위해 제4이통사이냐 가상이동망사업자(MVNO)냐를 두고 진영간 논박도 거셌죠.(벌써 이때부터 케이블TV 진영의 제4이통 입질이 있었습니다. 와이브로 시장에 진출해 케이블TV와 인터넷전화, 초고속인터넷과 와이브로를 이용한 이동전화를 묶어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 차원이었습니다)

2009년부터 제4이통 출범을 준비하는 측의 움직임이 활발해집니다. 당시 이들 준비주체들은 2010년 1월 중 와이브로 사업권 신청, 2011년 상용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컨소시엄 구성에 박차를 가하게 됩니다. 2.5㎓ 주파수로 와이브로 전국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었고, 2016년 이전 손익분기점을 넘기겠다고도 비전을 제시했습니다.(그때 얘깁니다. 과거를 돌아보자는 취지^^) 직접 가입자 모집을 하는 게 아니고 본체는'도매'만 제공하고(MNO) 자본을 함께 투자하는 주주사들이 이를 맡는 방식(MVNO)이 좀 특이합니다. 망을 사, 주주사들에게 임대하겠다는 거죠.

(여기서 잠깐. 와이브로(WiBro, Wireless Broadband)는 해외에서는 ‘모바일 와이맥스’로 불린 기술입니다. 삼성전자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자체 기술로, 2006년 6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됐습니다. 쉽게 말해 ‘핸드오프(Hand-off. 기지국 전환)가 되는 와이파이’로 이해하면 됩니다. 기지국간 로밍이 허용됨으로써 넓은 지역에서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죠. 세계 통신표준 기술 반열에도 오른 토종 기술로 이후 한국은 이를 전세계 확산시키기 위해 인텔과 손을 잡는 등 동분서주했습니다. 실제 한국과 미국, 일본을 잇는 이른바 ‘와이브로 벨트’를 구축하는 성과도 냈죠. 

그러나 2011년께부터 기존 ‘동지’였던 미국 클리어와이어와 일본 KDDI, 러시아 요타, 대만 FET(Far EasTone) 등 와이맥스 사업자가 경쟁기술인 LTE로 전환하면서 서서히 쇠락해갑니다. 7월말 현재 국내 와이브로 가입자는 82만4816명(KT 72만3000여명, SK텔레콤 10만여명)이란 보도가 있네요.국내 와이브로 사업자들의 와이브로 주파수 이용기한은 2019년 3월까지입니다. 제4이통 후보군 중 IST가 그나마 와이브로 방식 서비스를 계획했던것으로 알려지고 있죠)

지난 2005년 11월 14일 KT가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마련한 'APEC 와이브로 시연 개통식' 모습. /사진=KT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함께 토종 기술 와이브로를 개발한 삼성전자가 2005년 선보인 와이브로 단말기. /사진=삼성전자
마침내 2010년 6월 11일 오후 6시 30분경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와이브로(휴대인터넷) 서비스 허가신청을 접수함으로써 출사표를 던집니다. 국내 제4이통 역사의 시발입니다.

그리고 한달 뒤 방통위가 2.5㎓ 주파수 할당 공고를 냅니다.(올해부터 바뀌었지만, 작년까지 제4이통 사업권 허가는 사업자들이 사업권을 신청하면 정부가 주파수 할당공고를 내고 사업심사를 진행하는 식이었습니다. 올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정부가 허가계획을 먼저 발표하고 나면 사업자들이 허가신청을 하도록 제도가 바뀌었죠. 앞서 말한 것처럼 일종의 지원책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심사 결과 그해 11월 KMI는 ‘불합격’ 처리됩니다. “재정적·기술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됐다”는 게 당시 심사 결과평. 이는 두고두고 KMI의 발목을 잡습니다.(이때 삼성전자의 현물 출자가 포함됐습니다. 직접 투자를 회피한 셈인데요, 삼성이 통신사업권을 따낸 LG(전자)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약발이 떨어진 건 당연하다는 지적이었죠) 

KMI가 지난 2010년 12월 신문 한면을 털어 게재한 '제4이통' 광고.
그해 11월 KMI는 두번째 제4 이통 허가 신청을 합니다. KMI는 한달 뒤 기자간담회를 통해 시장 전망 예측자료를 내는 등 불을 지폈죠. 그러나 이듬해 2월 KMI는 사업심사에서 또 고배를 마십니다. 역시 “재무조달 능력이 의심스럽고 사업계획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후 KMI는 2011년 8월 세번째 제4이통 허가 신청서를 냅니다.(이때 컨소시엄 대표도 방석현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으로 교체하는 등 심기일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무렵 ‘영원한 맞수’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이 경쟁사업자로 그해 11월 함께 사업권 신청에 나섭니다. IST를 이끄는 양승택 전 정통부 장관과 KMI 간 구원(舊怨)은 이때 시작됩니다. 양 장관이 SOS를 청한 KMI에 합류한 지 한달 여만에 이를 나와 중소기업중앙회의 제4이통사업추진체로 옮긴 까닭입니다. 법적 소송으로까지 번졌는데, 양 장관이 갖는 업계 무게만큼이나 IST가 크게 주목 받았죠. 여기에 현대그룹까지 참여합니다. 계열사를 통한 합류이긴 하지만, ‘현대’라는 대기업이 갖는 무게는 컸죠. 사업권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여겨지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를 등에 업고 IST가 그 해 11월, KMI가 허가신청서를 낸 지 3개월 뒤에 역시 사업권을 신청합니다.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은 1대 주주 확보 불발로 이번에 신청을 포기했다. 양승택 대표가 지난 2012년 6월 20일 서울 강남구 엠버서드 호텔에서 열린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초빙 모바일기업 협력방안 간담회’에서 사업 방향·계획 전반을 공개하고 있다.
직후 반전이 일어납니다. IST 사업권 신청 한달 뒤 별안간 현대그룹이 IST에서 발을 뺀 것입니다. 당초 현대유엔아이 350억원, 사모펀드를 통해 현대증권이 1450억원 등 총 1800억원을 IST 컨소시엄에 투자키로 한 현대그룹의 전면 철회는 당연히 IST에 타격이 크겠죠. 결국 그해 12월 KMI와 IST 모두 사업심사 불합격이라는 쓴잔을 받아들게 됩니다.(IST 경우, 앞서 중소기업중앙회도 발을 빼는 모양새였습니다. 직접 투자하는 대신, 회원사 ‘모집’에 그쳤기 때문이죠. IST로서는 거푸 불운했던 셈입니다. 이때 획득점수는 KMI가 65.790점, IST는 63.925점으로 모두 기준점인 70점에 미달됐습니다)

2012년 10월과 12월 각각 KMI가 네번째, IST가 두번째 제4이통 허가 신청에 나서지만, 이듬해 2월 다시 둘 다 사업심사에서 불합격합니다.(이후 IST는 급격히 동력을 상실합니다. 맘은 가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형국이랄까요? ‘사전내정설’ 등 홍역을 치뤘던 데 비하면 방송통신 정책 수장의 교체 등 이후 상황 변화는 IST에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때쯤 ‘과연 와이브로 기술이 여전히 유효한 기술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전세계적으로도 와이브로 벨트가 허물어지고, 이를 통한 전국 망 구축이 경쟁력을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직면한 것이죠. 발맞춰 2013년 9월 미래창조과학부가 와이브로만 아니라 LTE-TDD 방식도 제4이통 신청 대상에 포함시킵니다.(근데 이게 좀 웃겨요. 불과 한달 전 미래부는 ‘KMI가 LTE TDD로 이달말 4전5기에 도전한다’고  디지털타임스가 보도하자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거든요. [미래부해명]TDD 4G 변경요청 “없다”

그리고 2개월 뒤인 11월  KMI가 LTE-TDD 방식으로 바꿔 사업권을 신청합니다. 5수째였죠. 여전히 ‘와이브로가 살 길’이라고 외쳤던 IST는 이때부터 사업권 신청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KMI는 2014년 2월 주파수 할당 신청서를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합니다. 결국 신청 사업자가 없어 무위로 돌아갔죠.(IST는  와이브로의 차세대 기술인 와이브로 어드밴스드 기술방식으로 신청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못했죠) 그해 3월 KMI는 TDD 방식으로 재신청하지만, 7월 역시 불합격 됩니다. 6번째 탈락이죠.

2008년 당시 삼성전자의 와이브로 전세계 진출 현황. 이때만 해도 좋았다. /사진=삼성전자
(이때 ‘뜬금없이’ 2014년 9월 ‘한국자유총연맹의 제4이통 출사표’ 기사가 뜹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번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제4이통의 출현을 가져가고야 말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시켜준 게 지난 5월 미래부의 '2015년도 기간통신사업의 허가 기본계획(안)' 발표입니다. 통신3사 경쟁 활성화 및 알뜰폰 확대가 더 낫지 않겠느냐는 업계 우려에도 불구, “경쟁력있는 신규사업자를 이통 시장에 진입시켜 요금, 서비스 경쟁구조를 만들겠다”는 게 여전한 미래부 입장입니다. 그리고 2015년 8월 신규사업자용 주파수 할당계획을 최종 확정하고 관보를 통해 공고하죠. 2.5㎓대역 또는 2.6㎓ 대역중 한 대역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잘 알다시피 이에 발맞춰 제4이통 후보군들은 2개월을 달려왔고, 마침내 이달 30일 신청접수 마감을 앞두고 최종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는 거구요. 미래부 예상대로 내년 1월 사업자 선정이 이뤄지면 오는 2017년부터 본격 서비스가 제공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전히 살아있는 ‘반값 요금제’ 이슈. 제4이통이 이를 실현할 수 있다? 여러분 생각은?
 
[진화는 역사를 먹고 산다. 이 당위가 맞다는 전제 아래 새로 '박영주의 그때그시절 IT'를 시작합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부침이 많은 한국 IT/모바일 역사입니다. 오늘 없는 어제 서비스도 많습니다. '모토로라로 시작해 아이폰으로 귀결된' 휴대폰 '오늘'도 내일이면 어제가 됩니다. 들여다보면 '역사'에서 재미만큼 배울 것도 많습니다. '그때그시절'을 통해 우리 IT/모바일의 내일을 만나보자는 역설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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