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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빅데이터도 풀어내지 못한 숨겨진 1인치

[취재뒷담화] 빅데이터도 풀어내지 못한 숨겨진 1인치

기사승인 2015. 11. 2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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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기자님
최근 창업 시장에선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정부나 연구기관에서 발표되는 각종 통계자료와 설문조사 결과들이 현장을 모두 반영했다고 볼 수 없는데도 여론에 밀려 ‘가능성’이 기정사실로 만들어 버리기 일쑤다. 그에 대한 타격은 고스란히 해당 당사자들이 떠안고 있다.

10년 동안 프랜차이즈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 본부장은 “신문이나 뉴스를 보면 자영업자 모두가 절망에 빠져있고, 자살위기에 처해 있는 줄 알겠다”면서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나쁜건 알지만 수치 자료만 보고 전체 시장이 모두 그럴 것이라고 단정 짓는 행태가 염려스럽다”고 토로했다. 또 “우리 회사의 경우 합리적인 소비형태가 확산되고 건강코드가 부각되면서 올해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데 ‘메르스로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 이러한 압박들이 창업예정자들을 위축시키고 막연한 두려움을 양성해 내는 건 아닌지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자영업 폐업률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자영업이 처한 현실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이유들도 존재한다. 단지 장사가 안됐기 때문에 문을 닫는 경우도 있지만 세금절세와 업종전환 그리고 건강상의 문제 등 개인적 사유로 그만두는 경우도 상당수에 달한다. 그런데도 모두 폐업률이란 이름으로 묶여 ‘요즘 창업하면 다 망한다’란 인식을 고착화 시킬 우려가 있다. 현재 시장구조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정확한 대책마련이 강구되려면 조금 더 세밀한 조사방법이 추가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에 표기된 설렁탕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신규점포가 없거나 대부분 점포가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이 자료는 표면상 한촌 설렁탕을 제외한 브랜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설렁탕은 원가율이 낮고 수익률이 높은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회전율이 빠르고, 다른 일반 음식보다 반찬이나 조리하는 방법이 간단해서 잘만 운영한다면 알짜배기 아이템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 때문에 표면적 수치만 보고 설렁탕 프랜차이즈를 하락세 업종으로 쉽게 치부해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업종선정 시 사업타당성(손익분석)이 얼마나 중요한지 각성하게 한 사례다. 눈으로 확인하는 데이터만으로 프랜차이즈 본부의 내구성을 속단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즉 창업자의 입장에서는 본사의 규모 확대·점포 평균매출 보다는 수익성을 따지는 게 실속 있다는 거다.

한 프랜차이즈 본부는 올 한해 직영점과 가맹점 매출 모두 30% 이상 성장했지만, 외부에선 실패한 경영이라고 말들이 많다고 억울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매점 출점 수·고정비용 지출 등의 기준으로 기업 분석표를 보면 성장률이 낮은 것은 맞다. 그런데 외식업은 식자재 유통 부문의 마진이 높다. 이 회사는 사용량이 가장 많은 김치를 직접 생산하고 납품을 맡고 있다. OEM방식을 채택한 동일한 업종 프랜차이즈들과 상대평가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데도 간과됐던 부분이다.

빅데이터를 통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상권분석과 업종분석에 대한 다각적인 조사들에 기반한 통계들은 자영업 전체의 발전을 이루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누구나 수긍이 갈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세밀하고 전문적인 조사연구가 병행됐으면 한다. 단순수치로만 분석하지 말고, 그 속에 숨겨진 1인치도 들여다봐야 한다. 그것이 창업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는 일이란 점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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