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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요양보험, 치료 아닌 ‘예방적’ 서비스 도입 시급”

“장기요양보험, 치료 아닌 ‘예방적’ 서비스 도입 시급”

기사승인 2015. 11. 2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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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장
서브2-3 인터뷰-정경희 센터장
최근 발표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2016~2020년)에는 일자리·건강·여가문화·사회참여 등 고령층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제시돼 있다.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장에게 고령사회 및 노인복지 정책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현재 만 65세 이상인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과 관련해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 국가의 복지사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긍정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노인 복지 사각지대를 늘려 노인 빈곤이 심화될 것이란 주장이다. 연령 상향에 앞서 노인 빈곤을 해결하는 게 먼저 아닌가.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재정적 부담, 평균수명 증가 및 건강상태의 증진에 따른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인 증가에 따라 과연 몇 세부터 노인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다. 사실 노화라고 하는 것은 인간이 출생해 죽음에 이르는 전반적인 변화를 말하는 연속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노인을 규정하는 기준은 없다. 20세기에 들어와 산업화의 진전과 연금제도가 도입되면서 연금급여가 지급되기 시작하는 65세를 노인으로 보는 경향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즉, 노인을 규정하는 연령은 사회적 산물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 사회를 살펴보면 한국 노인들 삶의 질이 높지 않고 노인들 사이에서도 특성별 삶의 질 수준이 다양하다. 더불어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정책적 결정에 앞서 연령기준의 유연화로 인해 발생하는 복지서비스 대상자의 증가와 감소에 따른 재정적 변화에 대한 검토, 현재와 미래 노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 평가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연령보다 욕구에 기초한 정책대상자 선정, 노인의 특성 변화와 영역별 안전망의 성숙도 및 우리 사회의 재정적 능력을 고려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며 이는 사회적 합의에 기초해야 할 것이다.”

-현재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이미 아픈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 중심이라는 데 문제가 있으며 장기적으로 치료가 아닌 ‘예방’ 중심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노인의 다양한 기능상태 단계별로 연속적인 보호가 가능한 체계는 아직 구축돼 있지 못하다. 이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예방적 서비스의 도입과 지역사회 거주를 지원할 수 있는 주거환경 마련이다. 장기요양보험은 노인의 잔존능력 유지 및 증진을 목표로 설계됐지만 실제 제공되는 서비스는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수발서비스다. 특히 방문요양급여에선 가사지원 중심 서비스로 노인의 기능 악화를 예방하는 서비스가 부족한 실정이다.

생애 건강관리 측면에서 노년기 이후에는 질병 예방뿐 아니라 (신체) 기능 악화를 막고, 장기요양 상태로 진입하는 것을 ‘예방’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등급외자에 대한 예방적 접근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또 기존에 생활하던 지역에서 가능한 한 오래 잔존능력을 활용하면서 자립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주거시설의 제공도 요구된다.

현재는 기능이 악화된 상태에서 시설에 입소하거나 일시적으로 의료시설에 입원하는 것, 생활하기 불편한 공간에서 매우 부족한 지원서비스를 이용하며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인의 기능상태 단계와 가족 및 개인 특성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인프라가 부족하단 얘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서비스형 거주 즉, 서비스를 받으면서 지역사회에서 거주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복지시설이 요구된다.”

-고령자 사회참여 확대 일환으로 봉사활동이 거론되고 있으나, 선진국에 비해 일자리를 우선시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층 스스로 봉사활동에 의한 사회참여 인식이 매우 낮은 것 같다. 노후 준비가 부족한 50대 이후 퇴직자들에겐 100% 무료 봉사보다는 경력을 활용해 봉사를 하면서 작게나마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회공헌형 일자리가 더 효과적이란 의견도 있는데.

“현 세대 노인에 비해 미래 노인의 자원봉사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 50대인 베이비부머의 경우 충분하지 않은 경제적 노후준비로 인해 약 2/3가 노후에도 경제활동을 희망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자리 마련 또한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일자리 마련과 구분된 자원봉사 활동 기반을 마련해가는 작업도 필요하다. 즉 자원봉사활동 활성화 전략과 사회공헌형 일자리 사업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에 실시돼야 할 방향인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단순 노력봉사 형태 중심에서 벗어나 교육수준과 같은 변화하는 노인의 특성 등을 고려한 사회복지, 교육활동, 문화체육 분야 등의 준전문 또는 전문봉사 프로그램의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더불어 세분화된 진입장벽 완화와 지속성 강화를 위한 전략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현재 자원봉사활동을 수행하는 예비 노인을 대상으로는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자원봉사활동을 하지 않은 이들에게 활동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가족봉사단 활성화, 부부중심의 프로그램 개발, 지역단체나 동호회를 출발점으로 하는 자원봉사활동의 활성화도 요구된다.”

-우리나라에선 실버 영화관·실버 식당 등 ‘노인 공간’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다. 노인 대상의 여가문화 정책이 세대 간 격리가 아닌 통합 지향으로 변화돼야 하지 않겠나.

“지금 우리사회는 노동을 준비하기 위한 교육의 단계인 청소년기, 노동의 시기인 중년기, 은퇴 후 사회로부터 분리돼 여가를 즐기는 노년기로 구분돼 모든 정책과 제도가 마련된 연령분리적인 사회다. 이러한 사회 구성은 고령화가 진행되기 이전에 구축된 연령에 따른 교육·일·여가의 엄격한 구분체계에 기초한 것으로 고령화 시대와 ‘선택적 친화력’을 갖는 사회구성 원리가 아니다.

따라서 연령분절적 사회에서 연령통합적 사회로 전환하는 사회구성 원리의 변화를 통해 고령화 시대에서의 지속적인 사회발전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추진해가야 할 것이다. 연령통합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연령이 진입장벽으로 이용되지 않고 상이한 연령층 간의 상호작용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구조적인 연령장벽이 없을 때 각 구조 속에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이 포함될 것이며, 동일한 조직 내에서 젊은 사람과 나이든 사람이 빈번히 접촉할 때 연령 경계가 더 유연해질 수 있다고 본다.

‘노인만을 위한 수준 낮은’ 공간을 만드는 것은 노인이 다른 연령층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고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 조장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연령분리적 성격을 오히려 강화시킬 수 있다. 다양한 연령층의 욕구를 반영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모든 연령이 이용하기에 편리한 여가문화 공간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경주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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