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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내부자들’ 조승우, “이병헌 형 믿었더니 대성공”

[인터뷰]‘내부자들’ 조승우, “이병헌 형 믿었더니 대성공”

기사승인 2015. 11.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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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 조승우 /사진제공=쇼박스

조승우는 곰과 여우같은 배우다. 지난 1999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으로 데뷔한 그는 그동안 스크린과 뮤지컬 무대를 종횡무진 활약했다. 연기에 대한 열정은 곰과 같이 우직하지만, 연기를 함에 있어서는 여우 같이 제 몫을 능수능란하게 해낸다.


조승우는 데뷔 16년차지만 배우로서 하나의 이미지에 구축돼있지 않고 다양한 연기 변신을 꾀해 지금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됐다. 그가 수많은 무대 경험을 통해 얻은 자유로움과 여유는 특히 이달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에서 확실히 빛을 발한다.


'내부자들'은 '미생'과 '이끼'의 윤태호 작가가 연재했던 동명의 웹툰 '내부자들'을 원작으로 한 작품. 사회 깊숙한 곳까지 뿌리박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의 부패와 비리를 내부자들을 통해 날카롭게 해부한 범죄드라마다. 조승우는 삼고초려 끝에 이번 작품 출연을 결정했다.


"검사 역할이 자신 없었어요. '내가 어려보이고 왜소해서 안 어울린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했지만 사실 시나리오만 봤을 때 제가 사회에 살고 있는 일원으로서 이런 세상을 보고 싶지 않아서였던 것 같아요. '내가 몸소 느끼면서 연기해야 하나, 정신적으로 도움이 될까' 싶었어요. 감독님은 제가 마치 이 역할이 작아서 안하는 것처럼 느꼈는지 계속 대본을 수정해 오셨는데, 작품이 나쁘거나 분량이 적어서 그랬건 아니었어요.(웃음)"


조승우는 배우로서 처음으로 자신의 주장을 굽히고 주변의 의견을 받아들여 '내부자들'을 선택하게 됐다. 또 그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던 배우 이병헌의 캐스팅도 이번 출연을 결정하는데 큰 몫을 했다.


"다른 영화 투자사 분이 '작품 좋은데 왜 안하냐. 해라'고 말할 정도로 다들 주위에서 추천을 해줬어요. '그간 내가 너무 내 주관만 갖고 작품을 선택해왔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태껏 제 주관으로 선택했던 작품이 다 흥행이 안 되서 '내가 시대를 못 따라가고 있는 건가' 싶기도 했죠. 물론 '말아톤' '지킬 앤 하이드' 등 때도 거절을 많이 하긴 했죠. 집요하게 '네가 해야 한다'해서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좋았어요. 이병헌 형은 '내부자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선택했다고 하는데, 그의 선견 또한 믿었습니다."


조승우는 이번 작품에서 성공을 거래하는 무족보 검사 우장훈 역을 연기했다. 검사 역할에 대한 자신감은 많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캐릭터를 위해 직접 검사를 만나거나 검사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려고 하지는 않았다. 검사라는 캐릭터를 규정짓기 보다는 자신만의 인물을 만들어내려 했다. 사투리 연기 또한 마찬가지로 어느 한 지역을 정해놓지 않고 부담 없이 소화해내려 했다.


"저는 우장훈이 사회 계급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장훈은 경찰 출신인데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해서 사법고시를 보고 검사가 되죠. 그런데 검사도 빽과 줄 없으면 힘들어요. 상사가 극중에서 '잘하던가, 잘태어나던가'라는 결정적인 말을 하는데 이게 사람들에게 와 닿을 것 같아요. 이런 일이 사회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니까요. 우장훈이 이를 악물고 할 수 밖에 없구나, 그는 끝까지 정의롭지는 않지만 이를 내세워서 보여주고 싶은 심리가 강하다는 것을 생각하고 연기했죠."


조승우는 이번 작품에서 캐릭터의 관계를 위해 이병헌과 더욱 친해지려고 노력했던 부분이 있다. 그는 극중 사냥개로 궂은일을 도맡아 하다 폐인이 된 뒤 복수의 칼날을 가는 정치깡패 안상구 역의 이병헌과 티격태격 케미스트리를 선사한다. 두 배우의 연기는 이번 '내부자들'의 관람포인트로 꼽힌다.


"제 극중 캐릭터가 안상구를 하대하고 그를 긁어먹어야 하는 역할이라 형과 친해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어요. 물론 계획적인 건 아니지만 미친 척 하고 형에게 먼저 반말을 했어요. 형이 말을 안 놓기에 '말 낮추세요. 에이, 말 놔. 편하게 해'라고 넉살 좀 부렸죠. 연기대결이요? 하하. 뭐 싸우는 것도 아니고, 우리는 현장에서 자유롭게 연기했어요. 형은 굉장히 디테일한 배우지만 저와 함께하는 편한 장면을 촬영할 때는 굉장히 열어놓은 상태에서 임하더라고요. 그래서 애드리브도 많이 나오고, 재미있었죠."


조승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그는 그동안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 '퍼펙트 게임' '복숭아 나무' 등을 선보였지만 흥행에서는 저조한 성적을 냈던 게 사실. '내부자들'을 통해 연기와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내부자들'은 개봉 6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 몰이하고 있다.


"과거에는 흥행이 안됐을 때 힘들어했어요. 정을 많이 줬는데 안됐을 때 '나 때문이다'라는 죄책감을 가졌는데 이제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죠. 최근 2년 동안은 뮤지컬을 많이 했어요. 지금 15주년 기념 뮤지컬 '베르테르'를 하고 있는데 끝나면 또 좋은 작품을 해야겠죠. 뮤지컬을 오래 했다고 해서 영화를 하자, 이렇게 가리는 건 없어요. 지금 제 나이가 어중 떼서 역할이 애매한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러운 나이대의 연기를 할 수 있겠죠? 저를 사로잡을 시나리오를 빨리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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