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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프라이데이 쇼핑가에 ‘정의를 위한 행진’...미 시카고 흑인들 결연한 평화시위

블랙프라이데이 쇼핑가에 ‘정의를 위한 행진’...미 시카고 흑인들 결연한 평화시위

기사승인 2015. 11. 2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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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시위에 참여한 바비 러시 연방하원의원, 제시 잭슨 목사, 대니 데이비스 연방하원의원(두번째줄 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미국 시카고 백인 경관이 17세 흑인 소년에게 무려 16차례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사건 현장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촉발된 흑인사회의 분노와 비탄이 블랙 프라이데이에도 대규모 항의 시위로 이어졌다.

추수감사절 다음날이자 연말 쇼핑시즌이 본격 시작되는 ‘검은 금요일’(블랙프라이데이)인 27일(현지시간), 시카고 최대 쇼핑가 미시간애비뉴에서 ‘정의를 위한 행진’으로 이름 붙은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날 시위에는 흑인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를 비롯한 사회운동가 및 종교 지도자, 시카고를 지역구로 하는 두 연방하원의원 바비 러시와 대니 데이비스 등 선출직 공무원, 일반 시민과 학생들로부터 시카고 교원노조 소속 교사들까지 참여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시위대 규모를 1000여 명으로 추산했다.

예년 같으면 고급 쇼핑객들이 분주히 오갔을 미시간애비뉴에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시위대로 들어차기 시작했고, 시위대는 1부터 16까지 숫자를 차례로 센 후 “16발의 총격”이라는 구호를 반복해 외치며 쇼핑몰이 밀집해있는 워터타워 앞까지 행진했다.

이날 시카고 낮기온은 4℃~5℃로 비교적 쌀쌀했고 가랑비까지 내렸지만, 분노한 흑인사회의 결집을 막지는 못했다.

시위대는 시카고 강변 트리뷴타워 앞에 집결해 ‘환상의 1마일’(Magnificent Mile)이란 별칭이 붙은 미시간애비뉴 쇼핑가를 따라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특별검사에 의한 투명하고 독립적인 조사와 람 이매뉴얼 시장 탄핵, 게리 맥카티 시카고 경찰청장·아니타 알바레즈 검사장 파면 등을 요구하면서 “동영상 공개와 해당 경찰관 기소까지 13개월이 소요된 이유에 대한 당국의 정직한 답변”을 요구했다.

경찰은 미시간애비뉴에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기본적으로 평화시위를 보장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일부 시위대가 유명쇼핑몰 ‘워터타워 백화점’ 진입을 시도하면서 대치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유명 상점에서 쇼핑을 하다가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에 놀라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쇼핑객들의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시카고 시와 경찰은 15년 차 백인 경관 제이슨 반 다이크(37)가 지난해 10월 흑인 10대 절도 용의자 라쿠안 맥도널드(17)에게 16발의 총을 쏴 무참히 살해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지난 24일 공개했다. 동영상 공개는 법원 명령에 의해 전격적으로 이뤄졌으며, 검찰은 동영상 공개를 불과 수시간 앞두고 서둘러 반 다이크를 기소했다.

동영상 공개 직후부터 경찰청과 도심 곳곳에서 산발적 항의 시위가 벌어졌으나 지역사회 운동가들과 종교 지도자들이 “폭력으로 대응하지 말고, 정의를 촉구하는 단합된 힘을 보여주자”며 블랙프라이데이 평화시위를 계획하면서 분노를 누그러뜨렸다.

트리뷴은 잭슨 목사가 지난 25일 이 지역 선출직 공무원, 지역사회 및 노동계 대표, 청년 사회운동가 등과 만나 이번 사건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캐런 루이스 시카고 교원노조위원장은 “흑인사회가 느껴온 고통을 단합된 힘으로 표출해야 때”라며 “시위 참여를 통해 우리의 분노와 위엄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한편, 미시간애비뉴 소매업체 연합은 성명을 통해 “사회 정의를 위한 노력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다만 평화 시위를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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