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르포] 다음달 완공 ‘제주해군기지’…건설현장 가보니

[르포] 다음달 완공 ‘제주해군기지’…건설현장 가보니

기사승인 2015. 11. 29. 16:1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22년만의 완공, 해양전략의 거점 '21세기 청해진'
크루즈 터미널 건설, 구상권 청구 등 과제도 산적
DSC_0081
제주 서귀포시 제주민군복합항에 해군의 7600t급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인 서애류성룡함이 정박해 있다. /사진=최태범 기자
“함정과 잠수함 20척이 머물 수 있고 15만 톤급 대형 민간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민과 군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민·군 복합항.”

제주지역 최대의 국책사업으로 제주도 남단 서귀포시 강정동에서 건설되고 있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이 다음달 완공을 앞두고 있다.

해군은 지난 25일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제주해군기지로 기자들을 초청해 공사현황을 설명하고 주요 시설을 공개했다. 공정률은 현재 96%로 주요 건물은 이미 다 들어섰고 도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총 면적은 약 49만㎡로, 부산작전기지보다 크다.

기지 시설물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5km에 달하는 외곽 방파제와 2.4km 길이로 건설되고 있는 계류부두였다. 특히 해군이 제주해군기지의 방파제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SC_0073
제주민군복합항 남방파제 관광객 통행로 위에서 바라본 한라산의 모습 /사진=최태범 기자
취재진이 도착한 방파제는 제주도 남쪽을 향해 약 1.5㎞ 길이로 뻗어나간 ‘바다 위의 길’이었다. 방파제 위에 만들어진 관광객 통행로에 오르자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야만 바라볼 수 있는 한라산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제주해군기지 외곽 방파제의 해상 높이는 19.4m에 달한다. 대형 태풍이 왔을 때 파고가 대략 10m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떤 경우에도 파도가 제주해군기지 방파제를 넘을 수는 없다는 것이 해군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부두에 계류 중인 서애류성룡함과 대조영함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방파제가 파도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DSC_0068
214급 최신예 잠수함인 손원일함이 제주민군복합항에 정박해 있다. /사진=최태범 기자
특히 대형함 부두 왼편의 중소형함 부두에는 해군이 보유한 가장 큰 잠수함인 1800t급 손원일함이 검은 선체의 3분의 1 정도를 물 위로 내놓은 채 정박해 있었는데, 아무런 미동도 없이 잔잔한 호수 위에 떠 있는 모습이었다.

다만 크루즈선이 입항할 부두는 모습을 드러냈으나 제주도가 주관하고 있는 크루즈 터미널 공사는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민간은 빠진 군사전용의 반쪽짜리 항구가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해군은 “내년 말에는 터미널이 완공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건설반대 측 입장과 제주도와의 협의 과정 등을 감안하면 예정대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군은 다음달 1일부로 해상작전을 지휘하고 지원할 ‘제주기지전대’를 창설하고 본격적으로 해군기지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해군은 이곳이 국가의 생명선이자 해양자원의 보고인 제주남방 해역을 수호하기 위한 ‘21세기 청해진’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한반도 해역의 지리적 중앙에 위치해 유사시 전력을 전방해역으로 신속하게 전개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항만 봉쇄에 대비한 전력 분산도 용이해 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제주해군기지에서 우리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된 이어도까지 출항 소요시간은 4시간으로 부산작전기지의 13시간과 비교해 9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 연평도 근해 서해 북방한계선(NLL)으로 이동시 21시간에서 15시간으로 6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게 해군의 계산이다.

아울러 해군은 이 같은 안보 효과 외에도 2020년이 되면 중국에서 제주로 오는 크루즈 관광객이 최대 300만명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고용창출을 비롯한 지역 경제적 효과도 매년 9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SC_0059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제주민군복합항 내부의 모습 /사진=최태범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1993년 12월 합동참모회의 소요 제기로 시작한 뒤 장장 22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2007년 강정해안이 부지로 선정된 이후 반대시위가 끊이지 않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갈등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은 앞으로 풀어야할 최대 과제로 꼽힌다. 기지로 들어가는 길에는 반대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곳곳에 붙어 있고 기지 정문에서는 공사 차량의 진입을 막는 미사가 매일 2시간씩 열리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사업의 지연으로 손해를 본 삼성물산과 대림건설은 해군에 각각 200억원 이상의 배상금을 청구했다. 해군은 원인을 제공한 시민단체와 시위자들에 대해 구상권 행사를 위한 손해산정과 민사소송 등을 진행할 방침이어서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화합 차원에서 해군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구상권은 법의 집행 문제이며 주민들과의 화합을 위한 노력은 별도로 기울인다는게 해군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은 8년여의 시간동안 이어진 묵은 갈등을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해소할 때 진정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