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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부는 책임경영제…‘부진탈출’ 혹은 ‘면피용’?

재계에 부는 책임경영제…‘부진탈출’ 혹은 ‘면피용’?

기사승인 2015. 12. 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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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신 트렌드’로 급부상, 신속한 의사결정에 따른 실적 향상에 효과
전문경영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경우 오너가 책임회피 경영수단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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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인사와 함께 재계에 ‘책임경영’ 바람이 불고 있다. 오너가 있는 대기업들은 지속된 부진을 탈출하기 위한 해결방법으로 각 본부와 수장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책임경영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본부별 책임경영제는 자율권 보장에 따른 신속한 의사결정이 핵심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너의 책임 회피용으로 책임경영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인사와 함께 LG전자에 사업본부별 책임경영제를 도입했다. LG전자가 책임경영제를 도입한 가장 큰 배경은 LG화학의 영향이 컸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30% 하락한 부진한 성적표를 받는데 그쳤다.

반면 사업본부별로 자율 운영을 실시한 LG화학은 같은 기간 50% 이상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특히 LG화학의 경우 2012년부터 사업본부별 경영으로 각 본부장 자율 운영에 맡기면서 어려운 사업 여건 속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데 두각을 보여 왔었다.

현대중공업도 최근 인사와 함께 각 사업대표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사업대표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키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원의 적자를 내는 등 최악의 경영위기로 전 계열사 사장단이 급여 전액을 반납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적자도 1조2610억원에 달한다.

위기극복을 위해 책임경영제를 강화하는 현대중공업은 인사·구매·원가·기획·안전 등 기존의 경영지원 기능을 각 사업부로 대폭 이양해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얼마 전 진행된 부사장단 인사는 각 사업별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각 사업대표 주도로 이뤄졌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SK그룹 역시 최근 들어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통해 계열사들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지주회사가 수직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계열사가 주요 현안을 스스로 결정하고 경영해 나가는 방식이다. 계열사끼리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거나 신규 시장에 진출할 땐 그룹 내 관련 분야 전문가가 모여 충분히 논의하는 절차를 거친다.

SK그룹 관계자는 “복합적인 비즈니스를 진행할 때 관계사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 전문가 집단이 심사숙고 후 최적의 해결방안을 도출해 계열사에 적용한다는 점이 기존 기업들의 책임경영제와 차별화되는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업본부별 책임경영제를 잘못 활용할 경우 오너의 책임회피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 기업문화에서 오너 없이는 신규 시장 진출, 신산업 분야 창출과 같은 장기계획을 세우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며 “결국 책임경영제는 책임을 져야 할 오너가에 면피를 주고 전문경영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경영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책임경영제의 온전한 정착을 위해서는 평가 기준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종일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책임경영제는 해당 제도를 만든 그룹사별 의도와 둘러싸인 제도적 환경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책임경영제의 대전제는 실질적인 권한 부여 여부와 성과평가 기준의 명확·투명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 단위가 아닌 사업단위의 재무제표도 나와 각 사업부별로 수익·비용이 명시돼야 한다”면서 “투입된 자본대비 성과 창출 여부를 보려면 회사 전체 투하자본을 사업부별로 쪼개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용어설명
사업본부별 책임경영제 : 그룹사 중심의 공동 대표제와 달리 각 사업본부장을 본부별 대표이사로 세워 해당 본부에 대한 운영권을 위임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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