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제프 모셔 “셰프는 음식의 맛과 아름다움 전달하는 협상가”

제프 모셔 “셰프는 음식의 맛과 아름다움 전달하는 협상가”

기사승인 2015. 12. 21. 11:46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 셰프
와인과 한식 식재료 심오한 매칭
고기+김치 상추쌈에 쇼비뇽 블랑 매칭
제프 모셔
지난 11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그릴 37’에서 와이너리 셰프 제프 모셔가 한식 재료를 이용한 창작요리와 몬다비 와인을 매칭했다.
미국의 고급 와인 산지하면 상당수는 캘리포니아주 나파 밸리를 떠 올릴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이너리로 꼽히는 로버트 몬다비(이하 몬다비), 샤또 몬텔레나가 이곳에 위치한다. 와인뿐 아니라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미국의 내로라하는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포도재배에 이상적인 기후와 토양을 지닌 나파 밸리는 과일과 채소가 자라는 데도 특급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식재료 역시 이런 기후와 토양의 영향으로 당연히 최고로 꼽는다. 미식가의 식탐을 자극하는 유명 레스토랑이 여러 곳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좋은 음식과 와인의 매칭은 미식가와 와인 애호가에게 또 다른 즐거움이다. 요리가 없는 와인을 상상해보라. 와인 그 자체가 아무리 좋아도 한두 잔 이상은 고역일 게다.

나파 밸리 와이너리 가운데는 자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곳이 꽤 있다. 자사 와인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소속 셰프는 해당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식재료와 조리법을 연구해 음식을 개발한다. 그러다 보니 생산하는 와인과 가장 뛰어난 마리아주(와인과 음식의 궁합을 말함)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와이너리 소속 레스토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몬다비 와이너리에서 지난 7년간 수석 셰프를 맡아온 제프 모셔가 지난 11월말 방한했다. 몬다비 와인과 한식 식재료로 만든 창작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내가 느낀 와인과 음식의 조합이 항상 모두에게 최적의 조합이라고는 단언할 수는 없지만, 내가 추구하는 맛과 와인을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다. 그런 게 와이너리를 대표하는 셰프로서 해야 할 의무다.”

그는 멋진 음식뿐 아니라 고객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셰프는 고객에게 음식의 맛과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협상가(커뮤니케이터)다.”

그가 말하는 이 몇 단어에서 셰프 직업에 대한 명쾌한 철학이 단박에 다가온다.

제프 모셔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활약했다. 노스 스타 레스토랑, 4스타 프렌치 레스토랑인 캠튼 펠리스(Compton Palace)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4년 나파 밸리로 옮겨 코피아즈 줄리아즈 키친(Copia’s Julia’s Kitchen)에서 차석 셰프로 일했다. 2009년 몬다비 와이너리의 메인 셰프로 합류했다. 현대적인 미국식 요리에 다양한 창의성을 가미한 요리를 만든다는 평을 받고 있다.

와인
일반 레스토랑에서는 셰프가 음식을 만들고 소믈리에가 음식에 맞는 와인을 고객에게 추천한다. 몬다비에서는 그와 반대다. 생산된 와인에 최대한 어울리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게 목적이다.
11월말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그릴 37’에서 모셔는 한식 재료를 이용해 직접 만든 음식과 몬다비 와인을 매칭했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한국에서 요즘 쉐프가 상한가다. 성공한 셰프가 될 조건은.
“셰프는 영감을 줄 수 있는 모티베이터가 돼야 한다. 음식에 대한 도전과 창조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매니저 역할이다. 자신의 팀을 제대로 운영해야 원하는 음식 맛이 나온다. 때로는 팀원들의 고충을 헤아리고 품어줄 수 있는 아버지가 돼야 성공할 수 있다.”

셰프를 꿈꾸는 학생들이 해외 유명 요리학교에 수 억 원을 쓰면서 유학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성공한 셰프가 되려면 레스토랑 부엌에서 동료와 어울리면서 배우는 게 가장 탁월한 방법이다. 나 역시 대학에서는 인문학을 전공했다. 이후 직장생활을 하다 평소 관심을 두던 요리에 빠져 진로를 바꿨다. 한국의 젊은 셰프들이 경력을 쌓기 위해 해외 유수의 요리학교를 찾는 다고 하는데 이건 ‘경험하면 좋은 정도’라고 생각한다.”

유명 요리학교에서 배우는 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가.
“평판이 좋은 요리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모두 영국의 유명 셰프인 고든 램지나 미국 레스토랑 재벌 토머스 켈러처럼 되는 게 아니다. 어디서 셰프 경력을 시작하는가 보다는 어디서 셰프의 꿈을 펼칠지, 내가 원하는 레스토랑이 어떤 것인지를 찾는 게 중요하다.”
그는 한국에서 중학교 졸업반 나이인 14살 때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학비와 용돈을 벌기 위해서 레스토랑 주방에서 일했다. 이런 경험이 그를 음식과 와인의 세계로 이끌었다. 2004년 나파 밸리의 코피아(Copia)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식과 와인의 마리아주에 눈을 떴다.

몬다비 와이너리에서 마리아주는 어떤 관계인가.
“일반 레스토랑에서는 셰프가 음식을 만들고 소믈리에가 음식에 맞는 와인을 고객에게 추천한다. 몬다비에서는 그와 반대다. 생산된 와인에 최대한 어울리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게 목적이다. 지난 몇 년간 포도밭에서 직접 테이스팅을 해본 게 산 경험이었다. 와인과 음식의 밸런스를 맞추는 새로운 시각에 눈을 떴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와인 메뉴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 셰프 제프 모셔가 한식 재료를 이용한 창작요리와 몬다비 와인을 매칭해 선보였다.
몬다비 와이너리는 아름다운 정원이 유명한데.
“와이너리 안에 제법 큰 규모의 정원이 있다. 이곳에서 다양한 꽃과 야채를 재배해 음식에 사용한다. 매일 아침 활짝 핀 꽃을 꺾어 그날 음식에 사용한다. 계절마다 다른 빛깔의 다양한 꽃들을 식재료로 쓴다.”
그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인도네시아 등 여러 아시아 국가를 방문해 몬다비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을 개발한다. 아시아 특유의 향신료나 한국 특유의 톡 쏘는 고춧가루를 쓴 음식에도 어울리는 와인을 조심스레 추천한다.

한식은 서양에서 매운 맛이 강해 와인과 매칭이 어렵다고 한다.
“육류와 김치를 곁들인 상추쌈은 샐러드 느낌이 많아 소비뇽 블랑 같은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 서로 상반되는 맛을 감싸주고 밸런스를 맞게 해 입안에 청량감을 준다. 조금 더 무거운 느낌의 갈비찜 같은 육류에는 카베르네 쇼비뇽이 제격이다. 레몬을 살짝 뿌린 흰살 생선에는 샤도네이를, 사시미에는 푸메 블랑을 곁들이면 집에서도 고급 레스토랑 같은 음식과 와인의 조화를 즐길 수 있다.”
그는 이번이 세 번째 한국 방문이다. 여러 번 한식을 접하면서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 키친에도 한국의 맛이 깃든 음식이 소개된다.

몬다비 레스토랑에서 한식 요리 평가는.
“신선한 석화에 매운 맛이 덜한 겉절이 김치류를 곁들여서 선보인다. 베트남 샌드위치인 ‘반미’처럼 음식 위에 김치와 다른 야채류를 섞어 김치 코울슬로 같은 창작 요리를 내놓기도 했다. 한국 요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발효시킨 식자재가 매우 흥미롭다. 가능한 새로운 재료로 경험하려고 노력한다. 이번에도 된장·고추장 같은 한국의 전통 장을 맛 보았다. 조만간 이런 창작요리가 몬다비 식탁에 오르지 않을까.”

와인과 음식의 산도 밸런스를 중요하게 여긴다던데.
“스테이크 같은 요리도 일반적인 으깬(매쉬) 포테이토보다 상큼한 채소 샐러드를 곁들여 산도를 맞춘다. 스테이크는 무조건 ‘레드 와인’이라고 하는 분들이 많지만 종종 화이트 와인과 잘 맞는다. 부드럽게 조리한 소고기에 신선한 야채와 상큼한 소스를 곁들여 풍부한 느낌의 샤도네이와 매칭했다. 와이너리 셰프인 만큼 음식을 만들 때 와인을 소스로 즐겨 쓴다.”
“셰프라는 직업을 떠나 와이너리 직원의 일부로서 세계적인 와인과 함께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더 이상 즐거울 게 없다. 완벽한 매칭이다.”
셰프라는 직업과 몬다비 와이너리의 마리아주는 극상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인터뷰와 함께 진행된 모셔의 창작요리! 몬다비 와인을 잘 어울리는 음식과 함께 즐길 때 최고의 맛과 더불어 뇌까지 자극된다는 것을 느끼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