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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중국발 증시폭락의 교훈, 섣부른 환율정책 더 위험해져

[칼럼] 중국발 증시폭락의 교훈, 섣부른 환율정책 더 위험해져

기사승인 2016. 02. 0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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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원리를 탐구한다. 예컨대 자신이 ‘뿌린 대로 거두게 할’ 때, 다른 말로는 다른 사람의 노력에 무임승차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없을 때, 효율적으로 자원이 배분된다고 원리를 설명한다. 이런 원리는 언제나 정책의 훌륭한 길잡이가 돼준다. 그렇지만 거시모형을 정책의 길잡이로 쓸 때는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 모형이 현실을 잘 반영하지 않으면 이를 기초로 한 정책도 원하는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미래 예측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크다. 정확한 미래 예측이 곧 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거시경제학자들도 각종 모델들, 특히 거시경제 모델들을 만들어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를 하곤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정교한 모델도 모델일 뿐이다. 미래의 불확실성 자체를 모델 속에 다 녹일 수는 없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다가는 화를 자초한다. 국제금융위기 때 도산 위기에 빠졌던 AIG가 그랬다. 자신들의 모델을 과신해서 손실을 입을 확률이 없다고 자만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모형을 만든 사람들은 모형의 한계를 인정하기보다는 정규분포와는 다른 두꺼운 꼬리 현상이 나타났다는 이상한 변명을 했지만 말이다.

최근에는 이런 예측을 위한 모델 뿐 아니라 거시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기초적 모델까지도 단기적 정책의 안내자로서 쓸모가 없어지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이 기초 모델이 경제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 정책이 수출을 증대시키고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는 거시경제학의 기초 모형이 바로 그런 사례다. 이 기초 거시모델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국제적인 자본이동이 쉽지 않아 암묵적으로 국제적 자본이동이 배제되어 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국의 주식시장에도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해외투자자들의 비중이 매우 높은 상황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 기초모형은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가 수출기업의 수출을 늘리는 효과에 주목하는 반면, 자국의 주식시장에 들어온 해외투자자들의 반응을 간과하기 쉽다. 달러를 들고 국내주시시장에 투자한 외국인의 경우, 그들의 투자 목적은 달러로 표시된 수익의 확보다. 그런데 달러 강세가 되면 원화표시 주식에 투자했다가 다시 달러로 바꿀 때 손실을 볼 확률이 높아진다. 달러 강세가 예상되면 외국인이 우리 주식시장을 떠나고자 하는 유인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수출기업의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와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을 떠나고자 하는 효과 가운에 어느 요인이 더 지배적인지에 따라 자국통화 평가절하의 단기적 경기부양 효과와 주식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8월 위안화 가치를 시장환율에 맞춰 고시하기로 함에 따라 지난 해 11월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됐다. 그 후 중국 정부가 자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내리는 쪽으로 정책을 변경할 것이 예견됐다. 그런 예견이 실제로 이뤄질 기미가 보이자 중국 증시의 외국인투자자들이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한꺼번에 매물을 내놓았고 이것이 중국 증시 폭락을 촉발했다. 물론 미숙한 서킷 브레이커의 발동도 증시를 안정시키기는커녕 매물을 더 빨리 처분하려고 서두르게 만들었다. 중국발 세계 증시의 폭락은 이렇게 촉발됐다. 뒤늦게 위안화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중국당국은 달러보유고를 풀어 위안화를 사고 있지만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중국에서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견되는 위안화를 버리고 달러를 취득하려는 수요가 폭증하자 이것이 원화에 대한 달러의 가치도 동시에 높였다. 우리의 외환당국이 의도해서가 아니라 저절로 강(强)달러가 연출된 것이다. 그런데 국내시장에서도 달러 강세가 수출주(株)에 호재로 작용하는 투자공식이 깨지고 있다고 한다. 수출기업의 주식을 사려는 힘보다는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시장을 빠져나가려는 힘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이래저래 외환시장을 조작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다가는 큰코다치는 세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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