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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K-Fashion과 패션 아이콘

[칼럼] K-Fashion과 패션 아이콘

기사승인 2016. 02. 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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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t shot 200507느리게걷기
이재경 건국대학교 교수/변호사,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법률자문
이재경 건국대학교 교수/변호사,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법률자문

연초부터 세계 대중문화계에 안타까운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1960년대말 인류의 우주시대를 여는 혁신과 차가운 도시감성을 담은 패션으로 40년 이상 세계의 유행을 선도하던 영국의 데이빗 보위가 올해 1월 중순에 저 세상으로 떠났다. 미국의 투박하고 원초적인 개척정신을 대표하는 록밴드 이글스의 멤버인 글렌 프레이도 그의 뒤를 이었다.

데이빗 보위는 단순히 음악계의 스타가 아닌 패션, 나아가 문화를 이끄는 선두주자였다. 남들이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는 콘셉트로 시대를 이끌었다. 아폴로 우주선의 실험이 막 시작할 즈음에 그가 발표한 몽환적인 노래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를 뒷받침하는 미래지향적인 패션, 1970년대 중반부터는 인종과 장르를 초월하여 흑인음악을 접목시키는 노력과 그에 뒤따르는 유니섹스 패션은 그를 패션 아이콘으로 각인시켰다.

특히 요즘 각광받는 주류인 앤드로지너스룩(Androgynous look)의 시초로 추앙받고 있다. 자전적 영화 ‘벨벳 골드마인’에서 데이빗 보위는 성별을 넘나드는 환상적인 신비로움으로 세계를 뒤흔들었다. 그는 1970년대말부터 펑크를 상징하는 가죽과 모피 소재로 반항 정신과 파괴적인 혁신을 표현했다. 80년대 이후부터 뉴웨이브의 화려한 컬러와 톡톡튀는 헤어스타일로 자유로움을 나타냈다.

사망하는 순간까지도 그는 미래지향적인 음악과 패션으로 세계문화를 선도했다. 무엇보다도 음악과 패션을 넘어 영국과 당대를 대표하는 문화의 아이콘으로서의 지위를 만천하에 자랑했다. 이 때문에 영국의 문화적 포지션의 선두대열을 유지할 수 있었다.

데이빗 보위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글렌 프레이와 이글스로 대표되는 미국의 감성도 패션과 문화로 연결되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중저가 브랜드 아메리칸 이글은 미국의 상징인 독수리를 심볼로 내세워 미국인의 자부심과 애국심을 부추긴 마케팅을 펼치고, 이를 기반으로 미국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가지는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 속에 불을 지폈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한류를 표방하면서 세계를 이끄는 문화 선진국으로서 차원이 다른 도약을 외쳐왔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휘몰아치기 시작했던 케이팝(K Pop), 케이드라마(K Drama)의 영향력은 아직 우리의 이상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분야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영국과 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패션 또는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의 부재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다행히도 김수현·이민호·전지현 등이 드라마에서 선보였던 패션이 아시아 지역, 특히 중국지역에서 인기를 끌면서 패션업계에도 순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패션 아이콘이 지니게 되는 파괴력이라고 자부하기는 많이 부족하다. 몇 년전부터 빅뱅 지드래곤의 영향력이 미술과 패션을 넘나들면서 문화의 아이콘을 자리잡으려는 노력이 가상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케이패션(K Fashion)을 탄생시키려면 패션 아이콘이 필요하다. 이는 대중문화계만의 몫이 아니다. 패션산업이 주도적으로 노력한다기 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한류에 편승하려는 무임승차처럼 보인다. 지금이라도 패션업계가 방관자가 아니라 주도적인 지위에서 대중문화계와의 적극적인 협업(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통해 패션 아이콘을 만들어내야 한다. 데이빗 보위의 파워와 아메리칸 이글의 위용을 가슴에 새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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