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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임형 ISA가 뭐길래’…은행-증권사 왜 신경전 벌이나?

‘투자일임형 ISA가 뭐길래’…은행-증권사 왜 신경전 벌이나?

기사승인 2016. 02. 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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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A라는 상품 자체가 가입자인 내가 금융회사에 어떤 금융상품을 얼마나 편입할 것인지 지시할 수 있다는 게 장점 아닌가요? 그런데 왜 은행과 증권사가 투자일임형 상품 판매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지 이해가 안됩니다. 투자일임형이란 말 그대로 금융회사가 알아서 운용해준다는 것이잖아요? (20대 후반 새내기 직장인)

예금, 펀드, 파생상품 등 여러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담아 운용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3월 도입을 앞두고 은행권과 증권업계간의 신경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고객이 금융회사에 ISA 내 편입 상품의 운용을 맡기는 투자일임형의 은행 판매 허용 여부를 놓고 양 금융권이 첨예하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업계가 투자일임형 ISA 상품의 판매를 추진하는 것은 저금리 시대에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오랜 저금리 기조로 기존 예대마진 위주의 이자이익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자산관리 서비스 확대를 통해 비이자이익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년간담회에서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면 고객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각종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다”며 “은행이 투자일임형 ISA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증권업계는 은행에 투자일임형 ISA 판매를 허용해선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다. 고객의 위임을 받아 금융회사가 알아서 자금운용을 하는 투자일임 업은 증권업계 고유의 영역이기 때문에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도 지난 4일 있었던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의 투자일임업 진입은 국내 금융업 체제 근본을 흔드는 일이므로 절대 허용돼서는 안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렇듯 두 업계가 투자일임형 상품 판매를 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것은 ISA 고객 유치에 있어 절대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래 ISA(신탁형)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한 계좌 내에서 예금이나 펀드,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파생상품 등을 가입자가 본인 의사대로 금융회사에 운용 지시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가입자가 스스로 능동적인 투자를 통해 재산형성에 나설 수 있도록 비과세 혜택 등을 부여하며 가입을 독려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상품인 것이다.

반면 투자일임형 상품은 가입자가 금융회사에 운용을 말 그대로 일임하는, 어찌보면 ISA의 기본 취지와는 전혀 다른 상품이다. 금융회사가 미리 가입자의 투자성향과 원하는 운용방향 등에 관한 협의를 한 후 그에 따라 투자(운용)를 대행하는 것이다. 현재 증권사가 판매하고 있는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가 대표적이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바로 이 점이 ISA에 있어서도 일반 가입자들이 투자일임형을 더 선호하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 및 투자전문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ISA 가입 후 늘 시장동향을 들여다보고 거기에 맞춰 자산 리밸런싱(투자재조정)을 해야 하는 신탁형보다는 금융회사가 알아서 내 자산을 굴려주는 일임형이 더 속편하게 느껴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고객의 운용지시를 받는 것보다는 금융회사가 일괄적으로 자산운용을 진행하는 투자일임형 상품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ISA를 통해 가입할 수 있는 금액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이 운용 지시하는 신탁형의 경우)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렵다”며 “만약 투자일임형 상품 판매가 허용된다면 사전 상담을 통해 파악된 고객의 투자성향에 따라 일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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