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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국민은행장 “직원 생산성 높여라” 성과주의 우회 주문

윤종규 국민은행장 “직원 생산성 높여라” 성과주의 우회 주문

기사승인 2016. 02.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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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만이 살길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지난달 23일 전국부점장전략회의에서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일 것을 강조했다. 시중은행장들이 임직원들의 생산성 독려를 강조한 것이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이날 윤 회장의 일침을 받아들이는 임직원들의 마음가짐은 사뭇 달랐다. 금융당국이 은행에 성과주의를 도입할 것을 강력하게 종용하면서 은행들 간 눈치보기가 한창인 때 윤 회장의 생산성 극대화 방침은 성과주의 도입을 위한 ‘밑밥’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사석에서 종종 “조직이 효율적으로 움직이려면 개인별 평가를 확실히 해 능력있는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성과주의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에 성과주의 확산은 녹록지 않다. 성과주의라는 말만 나와도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노조를 설득할 효과적이고 객관적인 개인별 성과 평가제 툴(tool)도 아직은 요원하다.

하지만 윤 회장의 성과주의 외사랑은 현재형이다. 150여명에 달하는 지역본부(PG)장들에게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성과와 역량에 맞는 인사와 보상을 줘야 한다”며 간부들부터 성과주의 확산의 선봉에 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올 초 국민은행은 직원 1인당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PG체제를 도입했다. PG는 1200개의 영업점을 6~7개씩 ‘그룹’으로 묶어 관리하는 제도다. 148개의 그룹에는 각 그룹장들이 있어 직원들의 인사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다.

PG체제는 사실상 윤 회장이 성과주의 문화 확산을 위해 도입한 두번째 카드다. 지난해 말 국민은행은 ‘개인별 성과제’를 도입했다가 노조의 반발로 중단됐다. 이후 영업점을 세분화하는 PG를 도입, 내부 경쟁을 통한 성과주의 문화 확산 준비 작업을 겨우 마쳤다.

하지만 최근 PG체제로 인해 내부 불만은 잔뜩 고조된 상태다. 익명으로 소통하는 ‘블라인드’앱에는 “새로 도입된 영업점 개편으로 인해 주말, 저녁도 없어졌다” “일하는 사람은 줄고, 감시하는 사람만 늘었다”는 등 직원들의 불만이 계속 올라왔다.

윤 회장은 지난 1일 사내게시판에 “KB의 문제를 외부가 아닌 KB안에서 함께 토론하자”며 익명게시판인 ‘핫이슈 토론방’을 만들었다. 하지만 실제 핫이슈 토론방에 불만을 제시하는 직원들은 많지 않다. 익명 게시판이라고 해도 은행내에서 접속할 수 있고, 사측이 글쓴이를 추적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지난달 회의에서 PG장들에게 생산성을 높여달라고 주문한 것은 일종의 성과주의 문화 확산을 도와달라고 우회적으로 말한 셈이다. 윤 회장이 성과주의 도입을 위해 시스템을 개편하려고 할 때마다 노조는 물론 직원들의 불만이 계속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성과연봉제 TFT는 아직 꾸리지도 못한 상태다.

노조 측은 “그룹을 세분화하면 아무래도 경쟁하는 상대도 많아져 노동강도가 세질 수밖에 없다”며 “성과주의 도입을 위한 논의는 아직 진전된 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PG 체제는 일선 창구에서 일하는 직원은 줄이고, 상층부에 감시하는 사람을 둔다는 의미”라며 “은행 내부에서 접속할 수 있는 익명게시판에 아무도 글을 올리려고 하지 않고 있어 ‘소통의 창구’가 완전히 막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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