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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이에크 서거 24주기, 불황 극복에 대해 재고한다

[칼럼] 하이에크 서거 24주기, 불황 극복에 대해 재고한다

기사승인 2016. 03. 2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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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일은 1974년 "화폐와 경기변동에 관한 선구적 업적과 경제·사회·제도적 현상들의 상호의존성에 대한 분석"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서거 24주기다. 60년대 말만 해도 1974년에 그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소위 '케인즈 혁명'이 경제학계를 휩쓸고 있었고 하이에크야말로 케인즈의 이론을 정면 반박한 이론가였기 때문이다.


하이에크는 로빈스의 초대로 오스트리아에서 런던정경대학(LSE)에 왔다. 케임브리지대학의 케인즈에 필적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더 타임스지가 불황을 막기 위한 정책을 공모했는데, 이 신문에 비효율적인 정부의 지출일지라도 불황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케임브리지대와 그렇지 않다는 LSE 학자들의 의견이 실려 있다.


케인즈는 시장에 과잉소비와 과소소비가 주기적으로 나타나므로 과소소비의 시기에 정부가 적자 재정정책을 동원해 민간에서 창출하지 못한 유효수요의 공백을 메워줘야 한다고 봤다. 금본위제도에 대해서도 "야만적인 유산"이라며 통화발행을 '금의 족쇄'로부터 풀고자 했다. 싼 이자에도 돈을 "퇴장"하므로 통화정책보다 적자재정정책이 효과적이라고 봤지만 말이다.   


이에 반해 하이에크는 기업가들의 동시다발적 실패인 경기침체의 원인은 시장경제에 내재한 게 아니라 정부가 통화팽창을 통해 인위적으로 시장이자율을 낮췄기 때문으로 봤다. 사람들은 지금 1000만원을 3년 후 1000만원보다 선호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3년 후 1000만원에다 이자까지 얹혀주어야 비로소 현재의 1000만원을 포기하고 저축을 한다. 이자율은 현재소비를 줄이고 저축(즉, 미래소비)을 선택하게 유인하는 일종의 가격인 셈이다. 


정부가 시장의 화폐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췄다고 해보자. 저축은 종전에 비해 줄어든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인위적으로 인하된 이자율이 장기간의 사업과 대규모 투자를 수익성이 좋아 보이게 한다는 데 있다. 비유하자면, 건축을 위해 저장해둔 벽돌의 개수는 실제로는 줄었는데 벽돌 가격이 낮아져서 사람들은 마치 벽돌의 공급이 늘어난 것으로 착각하고 앞으로도 그 가격에 계속 벽돌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오인한다. 


그 결과, 향후 발생할 벽돌 부족(벽돌 가격 인상)으로 결국 마칠 수 없게 될 운명의 건설 사업을 지금 많이 벌이게 된다. 건설 사업이 여기저기 벌어지는 동안 건설업을 중심으로 전후방으로 주문이 밀려들고 임금이 오르는 호황이 빚어진다. 그렇지만 실제 동원될 수 있는 벽돌이 모자라는 게 밝혀지면서 상황이 급변한다. 벽돌가격이 급증하면서 호황기에 잉태된 동시다발적인 실패가 눈앞의 현실로 등장한다.


1930년대 초반의 영국에서 하이에크는 미제스-하이에크 경기변동론을 제시함으로써 일약 경제학계의 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1936년 케인즈의 '일반이론'이 발간되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그 후 40여 년간 경기변동론을 비롯한 오스트리아학파의 이론은 뉴욕대학과 시카고대학에서 그 전통이 이어졌지만 대다수 경제학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엄밀한 논쟁에서가 아니라 유행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1970년대에 와서 하이에크가 노벨상을 받는 등 오스트리아학파는 부흥기를 맞는다. 1970년대에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등장했다. 케인지언들은 당황했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 설명도 처방도 내릴 수 없었다. 실업을 보면 유효수요 창출을 권해야겠지만, 물가상승을 보면 반대처방을 제시해야 한다.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케인지언 처방은 여전히 애용되고 있다. 국제금융위기 이후 각국에서 적자 재정정책과 함께 양적 완화,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 등 '비전통적' 수단까지 동원되었다. 그런데 왜 세계는 여전히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기미가 없을까. 케인지언들은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자체뿐이라며 대담한 적자재정정책과 통화팽창정책을 권한다. 그렇지만 하이에크는 그렇게 하면 불황이 길어질 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잘못된 투자를 잘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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