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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역민원 문제에 묶인 선거

[칼럼] 지역민원 문제에 묶인 선거

기사승인 2016. 04. 0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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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채 10일도 남지 않았다. 모처럼 ‘정치’에 참여할 기회를 맞았지만 선거를 통해 이 지역구에서 의회 권력의 한 부분을 차지할 한 사람을 만들어내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느낄 뿐 별다른 감흥이 일지 않는다.

투표를 하더라도 특별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무력감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가진 생각과 일치하는 후보가 없기 때문일까. 사실 후보뿐만 아니라 정당의 경우에도 내 생각을 정확하게 대변해주는 정당은 없다. 내 생각과 더 멀지 않는 정당이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 정당에 내가 투표하더라도 내가 가진 불만이 무엇인지 알리지는 못한다.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들은 어떨까. 그는 자신의 소신을 잘 표명할수록 주민들로부터 선택받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일까. 아니면 그 지역주민의 이해관계에 잘 봉사하는 공약을 내세워야 국회의원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일까.

아마도 현재의 제도 아래에서는 후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전문분야가 다른 후보자들도 하나같이 정부 예산을 많이 따와서 그 지역 민원사업을 일거에 해소하겠다고 약속하지는 않을 게 아니겠는가.

선거구민들이 자신들의 돈이 아닌 남의 돈(정부 예산)으로 자신들의 재산 가치를 높여줄 사업들을 후보가 해주길 바란다면, 표를 얻고자 하는 후보들이 이런 공약을 내세우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런 민원을 외면하고서 어떻게 당선되길 기대할 수 있겠는가. 영리한 유권자들은 이런 후보들의 심리를 잘 파악해서 후보들로 하여금 자신들을 지지하는 명시적 묵시적 약속을 받아내기도 한다.

10년 임대 후 분양되는 아파트는, 임대료가 통제되는 공공아파트에 비해 훨씬 깨끗하다. 10년 후 분양을 받아 자기 것이 될 수 있으므로 임차인이 그 아파트를 자기 소유인 양 관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양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에 그 임대 아파트와 관련해서 임대 건설사와 임차인 간에는 분쟁의 소지가 남아 있다. 4?13 총선에 출마하는 한 후보는 분양가결정과 관련된 임차인 모임에 참석했다.

달리 표현하면 그 임차인 모임은 그 후보를 참석시켜 임차인의 입장을 대변해주겠다는 은연중 약속을 받아냈다.

그렇지만 민간의 자발적 계약과 그 이행 문제에 정치나 정부의 입김이 미칠수록, 또 서로 남의 돈으로 자신의 재산 가치를 높이려는 경쟁이 횡행할수록 그 경제는 망가진다. 정부와 정치활동이 많아질수록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민들은 생산물 가운데 더 많은 부분을 세금으로 내야하고 이로 인해 생산을 할 유인은 약해진다.

또 세금으로 마련된 재원은 시장의 논리에 의해 더 필요한 곳에 배분되는 게 아니라 정치권력에 의해 배분될 것이다. 물론 지역주민들뿐만 아니라 잘 조직된 특정 이익집단들도 일반국민들의 비용으로 특혜를 얻기 위해 선거와 의회의 입법을 이용한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모든 사람이 이런 종류의 정치적 배분 게임에 골몰하는 사회가 번영하기는 지극히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일단 국회의원 선거가 남의 돈으로 그 지역 민원문제 해결하는 경쟁이 되고 마는 문제에 대해서는 선거에서 국회의원을 뽑을 때 특정 지역의 대표라는 옷을 입지 않게 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할 여러 방법들 중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제도를 찾아 제안하는 일은 정치학자들의 몫이다.

동양에는 정치가 있는 듯 없는 듯한 최소 통치의 상태를 최고의 정치로 보는 전통이 있다. 동양의 현자들이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정치권력이 자발적 교환들 위에 군림하지 못할 것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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