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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거제 향하는 구조조정 먹구름 “내년이 더 무섭다”

[르포] 거제 향하는 구조조정 먹구름 “내년이 더 무섭다”

기사승인 2016. 04.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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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조선업계 자구노력을 강조한 다음날인 27일 비오는 경남 거제 앞바다. /사진 최현민 기자 bbaromy4@
“결국 인력 줄이면서 버티라는 거지요. 혹독한 인원감축이 있을 거 같습니다. 거제 시민들의 시련은 이제부터입니다.”

27일 국내 조선 빅3 중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터를 잡은 경남 거제엔 무거운 비가 내렸다. 정오 점심시간 대우조선해양 인근으로 쏟아져 나온 근로자들은 전날 정부가 소위 통폐합을 않겠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어두웠다. 채권단 주도로 대규모 인력감축과 비용절감 노력을 추가로 요구할 것이란 방침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플랜트부문 하청업체 직원 김 모씨(35)는 “빅딜이 없다 뿐이지 채권단이 요구하는 자구책의 강도는 아주 강력할 것 같다. 벌써부터 내부에선 몇천명 단위를 넘어 2만명에 가까운 실직설까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우조선은 3587억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고 709명의 인원을 줄였다. 또 2019년까지 2300여 명을 추가로 감축해 전체 인원을 1만명 수준으로 줄이는 구조조정 계획을 추진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상시 희망퇴직 제도를 운영 중이다.

조선사측은 이미 수주해 놓은 물량이 많아 2년반 정도의 일감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굳이 해고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항간에서 돌고 있는 대규모 인력감축설은 불안감에 나온 얘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대우조선해양의 3월말 기준 수주잔량은 선박 125척·해양플랜트 총 19기로, 금액으로는 총 417억달러 수준이다. 선박은 2018년 하반기까지, 플랜트는 내년 하반기까진 아직 일감이 남아 있다. 삼성중공업은 선박·플랜트 포함 109척, 348억달러 규모의 일감이 남아 있다. 인도 최종시기는 2019년까지 예정돼 있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부턴 사실상 도크가 비어 공백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추가적인 수주가 없다면 대량 실업 사태가 발생하는 건 그때부터다.

거제 시민들의 상황은 어떨까. 찾아간 거제시청 관계자는 “대형 조선사측의 대규모 인력 감축은 진행된 게 없고, 직원들도 지난해 성과급은 없었어도 월급은 잘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지역 소비를 위축시킬 만한 소득 차원에서의 타격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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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경남 거제의 옥포 시장 전경. /사진 = 최현민 기자 bbaromy4@
곧바로 옥포 시장으로 달려가 상인들을 만났다. 아직 대량 인력감축이 없었음에도 거제 상권은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었다. 화석봉 옥포중앙시장 협의회장은 “2년치 일거리도 많이 남았다고 하고 월급도 잘 나오고 있다는데 다들 분위기 탓인지 소비를 잘 안한다. 매출은 작년보다 10% 정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심리도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얼어붙었다는 설명이다. 일감 부족이 현실로 돌아오는 내년 하반기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우조선해양은 4조원이 넘는 자금을 산업은행으로부터 수혈받았지만 최근 3년 사이에만 5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정성립 사장은 ‘올해 1분기 턴어라운드’를 자신했음에도 올들어 1건의 수주도 올리지 못했다. 최근 자회사가 수주한 물량을 옥포조선소로 이관했지만 새로운 수주가 아닌 단순 이관에 그쳤다. 삼성중공업도 수주 사정은 마찬가지다.

해법은 있을까. 거제 시의회를 찾았다. 산업건설위원회 부위원장인 김경진 의원은 “통폐합엔 반대하지만 일감이 없다면 인력을 줄이는 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김 의원은 “조선 경기가 어려운 거지, 조선사들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력이 있는 거제는 이 위기를 버티기만 한다면 기회의 땅이라 생각한다”며 “이 과정에선 사측과 근로자들이 함께 하는 고통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생각한다면 조선업 의존도가 높은 거제는 불황일 때 이를 메워줄 장치가 필요하다”며 “거제는 4면이 바다다. 조선업이 아니라도 관광과 수산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현재 수산·유통관련 해서 소상공인을 도울만한 법안을 준비 중인 상태다.

밤이 되니 비는 더 심하게 내렸다. 거제 장평로에서 만난 김경습 삼성중공업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은 “이제 조선사들은 자구계획을 실행하겠다며 대규모 인원감축과 비용절감을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하청업체와 2차 하청업체를 중심으로 잘라내고 정규직들은 희망퇴직을 빙자한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며 “비용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하청업체들은 납품단가 하락 등 소위 ‘후려치기’를 강요 받으며 경영난에 허덕이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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