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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분담 하자더니…현대중공업 옷벗는 하청직원, 원청의 5배

고통분담 하자더니…현대중공업 옷벗는 하청직원, 원청의 5배

기사승인 2016. 05. 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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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직원 수가 최근 1년여간 2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감축된 원청업체 직원 수의 5배가 넘는 수치다. 조선업계가 고통분담을 호소하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예고했지만 하청업체들의 피해가 더 큰 셈이다. 인원이 급감하면 근로자들은 추후 ‘2인1조 근무’ 등 작업표준도 지키지 못하는 열악한 작업환경에 노출될 수 있어 추가적인 안전 문제가 우려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하청근로자는 2014년 12월말 기준 4만1059명에서 지난 3월말 기준 3만3317명으로 1년3개월 사이 총 7742명, 18.9%가량 줄었다. 같은기간 희망퇴직으로 떠난 원청업체 근로자는 약 1500명 수준이다.

조선업계는 일감이 부족할 경우 정규직 보다는 하청업체와 2차 하청업체인 소위 ‘물량팀’을 먼저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량팀은 조선소 협력업체가 고용하는 ‘집단 프리랜서’ 개념의 외주 인원이다. 사실상 이들이 조선3사의 수주절벽을 가장 먼저 체감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해양사업부는 지난해 11월 이후 1건의 수주도 따내지 못하면서 하청업체 근로자는 2014년말 1만6795명에서 불과 1년3개월 만인 지난 3월말 1만2074명으로 4721명 급감했다. 업계에선 이후 추가적인 수주가 없다면 내년 하반기까지 해양플랜트부문 하청업체 직원수가 4000~5000명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형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사무장은 “지난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않겠다고 회사측이 담화문을 발표했지만 하청업체들은 줄줄이 폐업했고 물량팀을 중심으로 대량 실직이 발생했다”며 “조선사측 발표가 없더라도 하청직원들은 정규직보다 3~5배 더 많은 인력이 잘려 나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조선사들의 또다른 자구책인 비용절감 역시 하청업체들이 1차 타깃이다. 대형 조선사 하청업체 관계자는 “올들어 원청업체들은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10% 임금삭감 및 수당 30% 삭감에 대한 동의서명을 받고 있다”며 “근로자들은 어차피 관련업계 상황이 다 어려운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만약 서명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는 설명이다.

조선사들의 실적부진은 하청업체의 ‘안전’문제까지 위협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2014년 하청노동자만 10명이 사망했다. 지난해는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역시 모두 하청직원이었다. 올해 발생한 5건의 중대재해 중 2건이 정규직 직원이었지만 이는 정규직으로선 7년여만에 처음 발생한 사고다. 현재 하청이 생산의 70~80%를 담당하고 있고 조선소 먹이사슬에서 최하단에 위치한 물량팀은 주로 가장 위험한 작업에 투입되는 게 현실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중대재해는 비용 절감을 위해 작업표준이 무시된 게 이유 중 하나다. 작업표준화에 2인1조로 명시 돼 있어도 혼자 작업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예를 들어 철판 자르는 작업을 3명이 하도록 돼 있는데 지금은 1~2명이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발생한 고소차 사고의 경우 10~15년 이상 오래된 장비를 사용해 오작동이 빈번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업계에선 업황이 어려운 조선업계와 관련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선3사가 일감이 없는 상태에서 물량팀과 협력업체 인력을 줄이면서 인건비 절감효과를 보겠지만 지역 경제에는 대량 실업의 후유증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김경습 삼성중공업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은 “앞으로 1년여 간 일자리가 급감하면 지역경제에 타격은 불 보듯 뻔하다”며 “정부가 고용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해 체불임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고용안전망을 더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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