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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가습기 살균제’ 첫 공식사과…기자회견은 ‘아수라장’(종합)

옥시 ‘가습기 살균제’ 첫 공식사과…기자회견은 ‘아수라장’(종합)

기사승인 2016. 05. 0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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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1~2등급 피해자들 대상 보상안 마련할 것"
피해자들 "피해자에 직접 사과하고 자진 철수해라"
기자회견장 나서는 샤프달 대표<YONHAP NO-1225>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아타 사프달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옥시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 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옥시레킷벤키저 기자회견은 격앙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2011년 가습제 살균제 사태가 터진 이후 5년만에 처음으로 아타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대표이사가 사과문을 발표하기 시작한 지 5분여만에 피해자 유가족이 회견장 연단에 올라 거세게 항의하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옥시 제품을 사용하고 아이를 잃은 최승운 씨는 “만 1살 먹은 자식이 병원 입원 8개월 후 사망했다. 5년만에 입장을 발표하는 동안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아느냐”고 외쳤고, 사프달 대표는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신속히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점에 책임을 통감하며 포괄적인 보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거듭 머리를 숙였다. 이후 사과문이 끝까지 발표된 이후에도 20분간 피해자들의 항의가 이어져 기자회견이 중단됐다.

이날 사프달 대표는 “우선 1~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 중 옥시 제품을 사용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보상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공정한 보상안을 위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전문가 패널을 오는 7월까지 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고통받으신 분들을 위해 2014년에 출연한 50억원 인도적 기금 외에 지난달 21일 발표했듯 추가로 출연할 계획인 50억원 등 모두 100억원의 기금이 잘 쓰여지도록 피해자들과 함께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해 모든 책임을 질 것이며, 이번 발표가 영국 본사 차원임을 분명히 했다. 또 사과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이유에는 포괄적인 보상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보상방안이 나오지 않아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면피용 사과’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한 옥시는 모든 임직원이 엄격히 준수해야 할 기업 행동강령이 있다고 강조하며, 제품의 부작용에 대한 인지와 증거인멸, 은폐 의혹과 관련해서는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일축했다. 사프달 대표는 “불행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앞으로 대한민국 소비자의 믿음과 신뢰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입장 표명에 대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가족은 즉각 반발, 옥시의 대한민국 자진철수를 주장했다.

유가족은 “수백명을 죽인 옥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외면한 채 회사 법인을 해산하고 사명을 2번씩이나 변경하며 사건을 은폐, 축소하며 피해자들을 기만했다”면서 “여전히 신뢰할 수 없는 제품으로 사회에 위협을 주고 있는만큼 옥시의 자진 철수와 우리 사회에서 퇴출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 면피용 사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언론을 이용한 사과가 아닌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 피해자들이 납득할 때까지 진심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옥시는 2001년 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라는 화학 물질이 첨가된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제조·판매했다. 이후 호흡 곤란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항의성 민원이 지속적으로 옥시 측에 전달됐지만, 옥시는 정부 당국이 폐손상 사망 등과의 인과관계를 확인해 회수 조치를 한 2011년 중반까지 제품을 계속 판매했다.

옥시 측이 약 10년간 판매한 제품 수는 453만개에 달한다. 정부가 폐손상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한 221명 가운데 177명이 옥시 제품 이용자다. 사망자도 90명 가운데 70명으로 가장 많다.

한편 검찰은 제품 개발·제조 부문의 수사를 일단락하고 이번 주부터 옥시레킷벤키저의 임직원들을 본격적으로 소환 조사한다. 검찰 수사는 제품 첫 개발·제조(2000∼2001년), 제품 본격 판매(2001∼2011년), 증거 인멸·은폐(2011년 이후) 등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착잡한 심정의 피해자 가족들<YONHAP NO-1217>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옥시 공식 기자회견장에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아타 사프달 대표에게 항의하던 중 착잡한 표정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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