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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책은행의 도덕적 해이 보여준 자산건전성 분류

[칼럼] 국책은행의 도덕적 해이 보여준 자산건전성 분류

기사승인 2016. 05. 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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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에서 해운업, 조선업 등에서 기업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진단에 따라 정부 주도 구조조정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국책은행들의 행태도 언론의 따가운 조명을 받았다. 도산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자회사로 편입해 가지고 있으면서 자회사들의 방만한 경영을 통제하기는커녕 그 은행출신 임직원들의 자리를 만들어주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제 때 구조조정을 하지 못해 부실을 키운 부분에 대해 뼈아픈 성찰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런 반성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정부가 재원조달의 방법으로 한은의 국책은행 출자 등을 제시한 것은 부적절했다. 그래서인지 언론에서는 정부가 염치가 없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부실대기업들이 왜 이익이 날 때는 그 이익을 사유화하고 손실이 나면 그것을 사회화해서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느냐는 불만도 서민들 사이에 소리 없이 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책은행들이 침몰 위기에 몰린 조선사들에 대한 대출채권의 자산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한 게 밝혀져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우리 금융산업의 금융중개 기능에 대해 제대로 작동되는지 의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매일경제신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4일 현재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성동조선해양 등 8개사 중 7개사의 자산건전성 분류가 '정상'이나 '요주의'로 분류되고 있다고 한다. 

대우해양조선은 2013년에서 연속해서 3년간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갚을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우해양조선에 대출해준 대출채권을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문제가 있다는 게 명백해졌지만 분식회계를 계속한 셈이다. 

물론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면 조선사의 선박수주가 어려워진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여신관리를 소홀히 한 데 대한 변명이 될 수 없다. 부실대출을 정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돈을 맡긴 사람들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런 언론보도는 과연 부실채권의 규모에 대해서도 의심하게 만든다. 과연 수조원으로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부가 부실채권 현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믿고 싶지만, 과거 외환위기 때의 경험으로 볼 때 이 규모가 또 부지불식간에 얼마나 더 커질지 알 수 없다. 

더 중요한 문제는 부실의 규모가 예상외로 클 수 있다는 데 있지 않고 금융시스템이 고장이 나 있다는 데 있다. 국책은행의 도덕적 해이가 부도 위기에 몰린 회사에 대한 대출을 정상으로 처리할 정도라면, 이를 당장 뜯어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여기에 들어가는 구조조정 자금도 결국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관련 기업과 금융기관들에 대해 철저한 자구노력과 책임 추궁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바로 금융시스템의 수리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구조조정과 함께 금융시스템 개조를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재원조달에만 총력을 기울여 문제를 봉합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국민들의 혈세 투입을 통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10년도 되지 않아 반복될 것이다. 이는 마치 펌프가 고장이 나 있음에도 이를 고치지 않고 마중물을 붓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금융개혁의 요체도 결국 이런 기능장애를 고치려는 게 아니겠는가. 이제 과거 정부주도로 특정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던 시절에 만들었고 그 필요성을 인정받던 국책은행의 필요성부터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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