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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현대차 그룹, 풀어야할 지배구조 과제

[마켓파워]현대차 그룹, 풀어야할 지배구조 과제

기사승인 2016. 05.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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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그룹이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간 합병을 통해 발생한 순환출자 고리를 제때에 해소하지 못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를 받았다.

공정위가 6개월 간의 유예기간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주요 계열사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혹시 모를 위법 상황에 대해 법률 자문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순환출자는 현대차 외에도 삼성·한진 등이 총수 일가의 최소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사용하는 고육책으로 평가 돼왔다.

이번 공정위 제재를 계기로 향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서 장남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으로 경영승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순환출자 해소방안과 이에 필요한 승계 자금 마련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현대모비스를 주축으로 현대·기아차, 현대제철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계열사라 할 수 있는 현대차, 기아차의 지분이 미미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인수하고 경영승계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5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일 정 회장은 정명철 사장과 공동 대표로 있던 현대모비스의 단독대표가 됐다. 정 회장은 기아차(16.88%)에 이어 현대모비스 지분 6.96%를 보유한 2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등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현대모비스를 사실상 전담하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상 현대모비스는 ‘현대글로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의 정점이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이 정 회장의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해서는 현대모비스에 영향력을 키워야만 한다.

하지만 이들 계열사들은 그룹의 핵심기업인데다 지분가치 또한 높아 출자고리 해소뿐 아니라 정 부회장 승계 작업에서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재 정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는 현대글로비스(23.29%), 현대엔지니어링(11.72%), 현대차(2.28%), 기아차(1.74%) 등으로 그룹 경영권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에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타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실탄을 확보하고 부친이 보유하고 있는 1조7000억원에 달하는 현대모비스 지분 6.96%(678만주)를 인수 또는 상속을 받는 것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는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를 이용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큰 그림에서 보면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활용해 지주사 격인 현대모비스의 주식을 늘려가는 방향으로 지배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며 “현대글로비스 지분의 보호예수가 올해 말까지인 가운데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이노션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충분한 실탄을 마련했다. 그 과정이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정 부회장에게 나쁠 것이 없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지난해 2월 정 부회장은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8.59%(322만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해 7427억원을, 이노션 지분 38%를 매각해 3000억원을 확보했다. 이 자금중 7000억원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차 지분을 사들이며 현대차 지분율을 올리는데 사용됐다. 산술적으로 여전히 3000억원이 넘는 자금적 여유가 있다.

정 부회장의 실탄 확보 노력과 함께 현대차그룹 차원의 경영승계 작업과 일감몰아주기 해소를 위한 구조조정도 지속돼 왔다. 현대위아와 현대위스코·현대메티아 합병이 한 예다.

경영승계를 위한 물밑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시행하는 원샷법도 정 부회장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원샷법이 적용되면 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율 기준이 100%에서 50%로 낮아지는 등 지주사 전환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를 분할해 지주사로 만들고 현대글로비스 등과 합병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다만 현재의 현대차그룹 상황에서 경영승계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문제점은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얽혀있어 시장의 불신과 의문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만 수조원대의 자금이 들어가는 점도 시장의 불안 요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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