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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CEO열전]“현장을 향해 뛰어라”…미스터 점프 박인규 DGB금융회장

[금융CEO열전]“현장을 향해 뛰어라”…미스터 점프 박인규 DGB금융회장

기사승인 2016. 05.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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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점프(Mr. Jump) 박인규입니다.”

박인규 DGB금융지주회장은 공식석상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 항상 서두에 ‘미스터 점프’라는 말을 붙인다. 명함에도 새겨진 이 별명은 현장을 발로 뛰며 고객·직원과의 소통을 최우선시하는 박 회장의 경영철학을 담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전국 330여곳에 이르는 계열사 전지점을 순회하는 ‘대장정’에 나섰다. 경영신념이기도 한 ‘현장과 실용’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주력 무대인 대구·경북지역에서부터 수도권과 부산·경남지역까지 부단히 뛰어다녔다.

은행 영업점이 없는 광주에서도 2곳뿐인 DGB생명 영업점을 직접 찾았다. 박 회장은 지점장 및 설계사들과 만나 식사를 하면서 격려의 말을 건넸다.

박 회장은 지난해 1월 인수한 DGB생명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지주 회장으로 부임한 후 처음으로 성공한 인수합병(M&A) 계열사이자 지역 외 시장진출의 발판이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DGB생명을 그룹 계열사로 편입한 후 처음 직원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더 이상 매각하지 않겠다”라고 못 박았다. 외국계 보험사로 출발해 여러 지주사에서 몇 번이나 매각되는 부침을 겪었던 DGB생명 직원들은 박 회장의 한마디에 진정성을 느꼈다. 박 회장은 인수 후에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지 않고, 전직원을 보듬었다.

대구·경북을 벗어난 지역에서 DGB생명 지점이 보이면 즉시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동 중에 DGB생명이 보이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계열사들이 지역에 집중된 반면 전국망을 갖춘 DGB생명에 내심 뿌듯함을 느낀 것이다.

이 같은 박 회장의 관심과 지원에 힘입어 DGB생명은 올해 지점 10곳을 신설할 계획이다. 특히 DGB라는 브랜드가 강점을 가진 대구·경북에 6개 지점을 개설해 지역시장에서 독점적 지위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DGB금융은 그간 지역 기반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해왔다. 올해 1월을 기준으로 대구지역의 수신 44.3%, 여신 31.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지역금융의 입지를 견고히 유지하고 있다. 총 영업점의 80% 이상이 대구·경북 지역에 집중돼 있다.

큰 무리 없이 지역금융의 역할에 충실한 점이 DGB금융의 강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대형 시중은행들을 비롯해 많은 지방은행들이 쓰러졌을 때도 단 한푼의 공적자금도 받지 않고 제 자리를 지켜냈다. 지난해 초에는 박 회장이 주주들을 일일이 설득해 15년 만에 유상증자를 성공시켜 그룹 부흥을 위한 ‘실탄’을 확보했다.

일각에서는 DGB금융의 보수적 경영행보가 성장을 막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영남권 경쟁자로 여겼던 BNK금융이 총자산 100조원을 넘기며 치고 달렸고, 한수아래로 여겼던 JB금융은 턱 밑까지 따라왔다. DGB금융이 인수합병에 머뭇거릴 때 두 지주사가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 결과다.

특히 박 회장이 지난해 내걸었던 목표 ‘3050’(당기순이익 3050억원 달성)은 올해도 유효할 만큼 성장이 더디다. 비금융자회사의 보강을 위해 자산운용사 인수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에 적당한 매물이 나오지 않아 기약없이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되는 박 회장은 1년도 안 남은 기간 동안 무언가를 보여줘야만 한다. 이웃 지역금융 지주인 성세환 BNK금융 회장과 김한 JB금융 회장은 M&A를 통해 그룹의 외연을 확장시키며 연임에 성공했다.

박 회장은 2020년까지 총자산 100조원에 순익 6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현재의 2배 규모로 그룹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올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스터 점프’의 도약이 금융시장에서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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