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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 거리로 나선 사람들, “추모인가 고인모독인가” 논란

‘강남역 살인사건’ 거리로 나선 사람들, “추모인가 고인모독인가” 논란

기사승인 2016. 05. 2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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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땅바닥에 드러누운 여성들
23일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여성들이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해 경찰이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라고 규정한 것에 분노, 항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송의주 기자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에 대한 세간의 분노와 충격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추모·시위 현장에서의 일부 시민들의 행위가 ‘고인 모독’ 논란을 낳고 있다.

최근 온라인상에는 한 시민이 이번 살인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추모 행렬이 이어졌던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갑옷을 입은 채 ‘그렇게 입으니 칼 맞지. 그래서 갑옷 입었습니다’라는 문구를 들고 있는 모습이 공개돼 비난의 대상이 됐다.

주점 화장실에 갔다가 일면식도 없던 피의자에 의해 억울한 죽임을 당한 여성을 조롱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3일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는 해당 살인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가 아닌 ‘묻지마 범죄’로 결론 내린 서울지방경찰청을 규탄하는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20대 여성 10여 명은 서초경찰서 정문 앞 바닥에 눕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칼에 찔려 쓰러진 모습을 연상시키는 이 퍼포먼스가 고인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고인을 모독하고 유가족들을 또 한 번 울리는 행동을 하는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9월 광주 민주화운동 희생자 관을 ‘택배’로 비유한 합성 사진과 글을 올린 네티즌에 대해 모욕죄가 인정된다고 본 대법원 판결 사례를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들기도 한다.

다만 갑옷을 입은 시민이나 피해자 퍼포먼스를 벌인 이들을 법적으로 처벌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백성문 변호사(비앤아이 법률사무소)는 26일 “형법상 사자(死者)의 명예훼손죄는 허위 사실을 알려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만 성립된다”며 “이번 사안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사안일지 몰라도, ‘사자 모욕죄’가 없는 이상 처벌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주 민주화운동 희생자를 택배로 비유한 네티즌 역시 ‘사자’가 아닌 ‘유족’에 대한 모욕죄가 인정됐던 것”이라며 “특히 항의 시위를 벌인 이들의 경우 유족을 모욕할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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