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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주 행장 “성과주의 갈등, 이젠 화합하자” 전 직원에 이메일 보내

권선주 행장 “성과주의 갈등, 이젠 화합하자” 전 직원에 이메일 보내

기사승인 2016. 05. 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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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행장,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내부 갈등 깊어지자 직접 "앙금은 털고 서로 이해하자" 메일 보내
성과주의 도입 직후 노조에 전화해 "미안하다" 입장 밝혀
권선주 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제공 = 기업은행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최고조에 달한 내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최근 이사회를 열어 성과주의를 도입한 기업은행은 노동조합측이 성과연봉제 무효 소송을 준비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소란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직원들간 성과연봉제 동의서를 징구한 것과 관련해 불만이 제기되자 권 행장은 내부 직원들의 화합을 주문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26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전날 권 행장은 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성과연봉제의 핵심 내용에 대해 보다 자세히 확인한다면 그동안의 불안은 누그러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공정한 개인평가’를 보장하고, ‘팀워크’를 장려하며, ‘고용 안정성’을 담보하도록 경영진의 의지를 담고 제도적 장치를 충분히 마련했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메일에서 권 행장은 성과연봉제 도입 결정을 앞두고 고민했던 심정도 밝혔다. 권 행장은 “저를 비롯한 경영진은 성과주의 제도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면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우리가 성과주의를 잘 활용만 한다면 IBK의 더 나은 미래에 소중한 자양분이 되리라는 확신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에서 내민 동의서에 서명하신 분도, 서명하지 않은 분도 한 마음일 것”이라며 “이제는 감정의 앙금은 털어버리고 화합과 발전을 위해 서로 이해하자”고 덧붙였다.

권 행장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처럼 이메일 소통을 하게 된 것은 지난 23일 사측이 이사회를 통해 결정한 성과연봉제 도입 때문이다. 앞서 노조 측은 이사회를 앞두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반대 서명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23일 오전 팀장급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직원들에게 성과연봉제 동의서에 서명하라고 주문하면서 노사간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기업은행 직원들이다. 직원들은 불과 이틀 사이에 사측과 노조측에서 서로 다른 동의서를 받아 서명한 꼴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은행 직원은 “지난주에는 노조를 통해 성과연봉제에 반대한다고 서명했는데, 23일에는 팀장이 개인적으로 불러 성과연봉제에 찬성한다는 서명을 받아갔다”며 “내부 직원들은 선배들이 강요한 동의서로 인해 서로간 신뢰가 무너져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노조에 따르면 23~25일 조합원(9368명)중 7816명이 성과연봉제 투표에 참가했으며 이 중 7571표의 반대가 나왔다. 96.86%가 반대한 것이다. 노조 측은 “무기명으로 진행된 이번 투표에서 사측의 불법적인 개별 동의서 징구는 자발적 동의가 아니라 강요된 것임이 증명됐다”며 “조합원들의 의지가 확인된 만큼 일방적으로 의결된 성과연봉제 도입안에 대한 무효 소송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행장도 성과연봉제 결정 이후 내부 직원들간 불만이 쌓일 것을 염려해 편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권 행장은 이사회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직후인 24일, 기업은행 노조 측에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노조 측은 권 행장에게 “낙하산도 아니고 기업은행 출신이자 우리의 선배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동의서를 징구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게 돼 실망이 크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갈등은 사실 기업은행만은 아니다. 다음달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 주재 공기업 성과주의 도입 현황 간담회를 앞두고 금융 공공기관들의 노사간 대립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9개 금융 공공기관 중 현재까지 6곳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지만, 예금보험공사를 제외한 5곳은 노사간 합의 없이 이사회를 통해 이를 도입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산하 ‘성과 연봉제 관련 불법, 인권유린 실태 진상조사단’은 지난 24일 산업은행을 방문한 데 이어 오는 30일 기업은행을 방문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성과연봉제는 이미 금융권의 대세로 자리잡았다”며 “성과주의 도입으로 인한 갈등을 풀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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