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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앞둔 할머니, 50년 고통에 황혼 남편·90대 아버지 살해

팔순 앞둔 할머니, 50년 고통에 황혼 남편·90대 아버지 살해

기사승인 2016. 05. 2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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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적·정신적 피해 누적" 살인…항소 '기각' 징역 4년
"아버지가 죽어야 엄마가 살아"…존속살해 아들 징역 7년

팔순을 앞둔 A(76·여) 씨는 지난해 11월 4일 오후 술에 만취해 자신 앞에 고꾸라진 남편(75)을 보자 분노가 치밀었다.

자그마치 50년이었다.


강원도 내 모 지역에 사는 A 씨는 남편(75)과 부부로 지낸 평생을 가정폭력에 시달렸다.


술에 취해 욕설하고 물건을 집어던지는 남편의 폭력을 50년이나 견뎌냈다.


그날도 남편은 술에 만취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의 부축으로 겨우 귀가한 남편은 자신의 구두와 거실에 있던 모기약 통을 들고 A 씨를 때릴 듯이 위협했다.


남편의 폭력이 또 시작될까 두려웠다. A 씨는 남편에게서 구두와 모기약 통을 빼앗아 바닥에 던졌다.


그제야 술에 취해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남편은 거실에 쓰러졌다.


순간 50년간 쌓인 분노가 치밀었다.


A 씨는 쓰러진 남편의 겨드랑이를 양손으로 잡고 작은 방으로 끌고 들어가 전기장판에 눕혔다.


가정폭력 피해 기억이 떠오른 A 씨는 남편의 얼굴을 강하게 쥐고 할퀴었다.


하지만, 분이 풀리지 않았다.


안방에 있던 목도리가 A 씨의 눈에 들어왔다. 목도리로 남편의 목을 한차례 감았다.


A 씨는 질끈 눈을 감고 목도리 양쪽을 힘껏 잡아당겼다. 남편은 경부압박질식으로 숨졌다.


저 멀리서 경찰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A 씨는 남편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자녀는 '아버지가 술에 취해 가정폭력을 행사한 무책임한 가장이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지난 3월 열린 1심에서 A 씨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생명을 빼앗은 중대한 결과가 초래된 만큼 실형이 불가피하다"며 "오랜 세월 남편의 주취 폭력 등으로 육체적·정신적 피해가 누적된 상황에서 벌어진 우발적 범행인 만큼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판시했다.


형량이 너무 무겁다고 여긴 A 씨는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김재호 부장판사)는 A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평생 가정폭력에 시달린 불행한 부부생활을 감내한 점 등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인간의 생명은 어떠한 경우라도 존중돼야 하는 점, 살인죄의 법정형 하한보다 낮은 점 등으로 볼 때 1심 형량은 무겁지 않다"고 밝혔다.

같은 해 11월 8일 오후 11시께도 가정폭력에 따른 비극이 발생했다.


도내 모 지역에 사는 B(56) 씨는 어린 시절부터 아무런 이유 없이 어머니와 자신을 때리는 아버지(90)가 미웠다.

그날도 아버지는 어머니와 다퉜다. 술에 취해 귀가한 B 씨는 아버지를 만류했지만, 아버지는 자신의 얼굴을 때렸다.

순간 격분한 B 씨는 오래전부터 아버지로부터 맞고 지낸 기억과 함께 원망이 되살아났다.

B 씨는 '아버지가 죽어야 엄마가 살아요. 아버지랑 나랑은 같이 죽어야 해요'라고 말하며 주먹으로 아버지를 때려 넘어뜨렸다.


B 씨는 쓰러진 아버지의 목을 힘껏 졸랐다. 범행 직후 B 씨는 112에 자수했다.


1심 재판부는 아버지를 살해한 반인륜적인 범죄지만 상습적인 가정폭력에 격분해 우발적으로 이뤄진 범행을 참작해 B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검찰과 B 씨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며 "이를 침해한 범죄는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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