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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끔’ 오른 소득에 열리지 않는 지갑…소비성향 역대 최저치

‘찔끔’ 오른 소득에 열리지 않는 지갑…소비성향 역대 최저치

기사승인 2016. 05. 2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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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률 고려 실질소득 2분기 연속 뒷걸음질…실질소비도 감소
담배·주류 지출 증가에 조세·사회보험 부담↑…소득분배 격차 더 벌어져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소득에 대한 소비의 비율)이 1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가격이 올라도 끊지 못한 담배와 술에 대한 지출이 큰 폭으로 늘고 월세 부담이 커지면서 다른 지출을 줄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득은 찔끔 늘었지만 소비 증가폭이 더 작아 흑자가 늘어나는 '불황형 흑자' 현상이 가계에도 나타났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소득은 뒷걸음질쳤지만 조세와 사회보험 등 '어쩔 수 없는' 비소비지출은 늘어났다.

저소득층 소득은 감소했지만 고소득층은 오히려 늘어나면서 소득분배 정도는 악화됐다.


◇ 실질 소득 증가율, 2분기 연속 '마이너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16년 1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55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8% 증가했다.


그러나 실질소득 증가율은 -0.2%로 나타났다.


실질소득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4분기(10∼12월)에 이어 2분기 연속이다. 지난해 4분기 실질소득은 2011년 1분기(-0.3%)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다.


고용 둔화 때문에 월급쟁이들이 벌어들인 근로소득은 0.3% '찔끔' 증가하는데 그쳤다. 다만 월세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임대 소득이 증가하면서 사업소득은 3.3% 늘었다.


생산활동을 하지 않아도 정부가 무상으로 주는 저소득층 생계급여, 근로·자녀 장려금 등 이전소득은 0.7% 증가했다.


그러나 저금리 여파로 이자소득이 줄면서 재산소득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1.0% 급감했다.


쓸 수 있는 돈이 적어지자 소비심리도 위축됐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66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하는데 그쳤다. 실질 기준으로는 0.4% 감소했다.


김보경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지난해 4분기부터 물가 상승률이 0%대에서 1%대로 올라가면서 실질소득과 실비소비 증가율이 모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 가계 100만원 벌어 72만1000원 지출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 여기에서 다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증가했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70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했다.


흑자액은 103만5000원으로 1.9% 늘었고, 흑자율은 27.9%로 0.3%P 상승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커지는 '불황형 흑자'의 한국경제 상황이 가계동향에도 그대로 재현된 셈이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의 비중을 뜻하는 평균소비성향은 1분기 72.1%로 전년 동기 대비 0.3%P 하락했다.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2011년부터 하락세를 거듭해 지난해 3분기(7∼9월)에는 역대 최저인 71.5%까지 떨어진 바 있다.


최저치에 비하면 소폭 상승했지만 1분기 기준으로는 소비성향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가장 낮다.


김 과장은 "소비지출 증가폭이 둔화한 것은 유가 하락으로 도시가스 요금이 내려가면서 주거난방비, 자동차 연료비 등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내수가 부진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유가 하락 요인을 제외하면 가계지출은 오히려 1.4%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이한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처분가능소득이 증대됐지만 경기 및 소비심리 부진 등의 영향으로 소비지출이 전반적으로 둔화했다"면서 "임시공휴일 지정,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완만한 유가 상승 등으로 가계 지출 증가세는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가격 오른 주류·담배 지출만 '껑충'…조세·사회보험료 부담 확대

다른 항목의 소비 지출이 대부분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감소했지만 가격이 오른 주류·담배 지출은 크게 늘었다. 월세 가구 비중이 늘면서 주거비 지출도 증가했다.


1분기 가계는 주류·담배 지출에만 월평균 3만5000원을 썼다. 전년 동기보다 22.2%나 늘어난 수준이다.


주류에는 8.3% 증가한 1만1600원을, 담배에는 30.6% 늘어난 2만3300원을 썼다.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32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6% 줄었다.


그러나 유가 하락으로 도시가스 요금이 인하한 탓에 연료비가 12.2% 감소했을 뿐 실제주거비는 오히려 10.3% 증가해 가계 부담이 커졌다.


교통 지출은 32만3000원으로 전년동기보다 2.5% 늘었다.


운송기구 연료비가 8.3% 줄었지만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연장되면서 자동차 구입 지출이 12.9%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음식숙박 지출은 33만3000원으로 2.2%,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지출은 10만2000원으로 7.4% 늘어났고, 오락·문화에 대한 지출(15만6000원)은 1.3%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34만9000원으로 0.6% 감소했다.


육류 지출(3.8%)이 증가했지만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곡물(-12.4%), 유제품 및 알(-7.1%)에 대한 지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의류·신발 지출도 15만2000원으로 1.8% 줄었고, 교육 지출(34만2000원)은 0.4%, 보건 지출(17만8000원)과 통신 지출(14만6000원)은 나란히 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소득과 소비가 줄어들었지만 조세와 사회보험료를 포함한 비소비지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85만2000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0.3% 늘어났다.


이중 경상조세 지출은 5.1% 늘었고, 사회보험은 보험료 인상 등으로 3.5%, 연금은 3.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비소비지출 중 경조비 등 가구간이전지출은 3.3%, 종교기부금 등 비영리단체로의 이전지출은 2.8% 감소했다.


즉 소득이 줄어 씀씀이는 물론 경조사나 기부금마저 줄였지만 정부와 공공기관이 거둬가는 조세나 사회보험료 지출은 '어쩔 수 없이' 줄이지 못한 셈이다.


◇ 고소득·저소득층 간 소득분배 더 악화됐다

1분기 저소득층의 소득은 감소했지만 고소득층은 늘면서 가구 간 소득불평등은 오히려 악화됐다.


1분기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906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다. 4분위(538만3000원), 3분위(403만7000원) 등도 0.9%와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소득은 2.9% 감소한 141만원에 불과했다. 소득 2분위 역시 0.9% 줄어든 287만원의 소득을 올리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5분위의 소득을 1분위의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은 1분기 5.02배로 지난해 1분기(4.86배)에 비해 높아져 소득분배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소득 5분위 배율은 전분기인 지난해 4분기(4.37배)에 비해서도 상승했다.


평균소비성향은 소득 1분위가 116.1%로 0.5%P, 5분위는 59.4%로 1.6%P 증가했다.


저소득층인 1분위는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에 더 많은 돈을 쓰는 추세가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1분기 적자가구비율은 23.1%로 전년 동기(24.3%) 대비 소폭 하락했다.


1분위는 49.3%로 1.2%P 내려갔지만 5분위는 8.2%로 0.6%P 높아졌다.


한편 통계청이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토대로 지난해 소득분배를 분석한 결과 지니계수는 0.295로 전년(0.302) 보다 0.007 감소했다.


소득 5분위 배율은 5.41배에서 5.11배로, 상대적 빈곤율은 14.4%에서 13.8%로 다소 개선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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