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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지진 피해 소니 주식 사들인 美 큰손…이유는?

[취재뒷담화] 지진 피해 소니 주식 사들인 美 큰손…이유는?

기사승인 2016. 05. 28.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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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구마모토시 무도관의 무너진 석벽<YONHAP NO-2273>
지난달16일 일본 구마모토 시내 무도관의 석벽이 강진의 영향으로 무너져 있다. / 연합뉴스 제공
소니의 주가가 연일 곤두박칠 치고 있습니다. 구마모토 지진으로 애플의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아이폰7에 적용될 CMOS 이미지센서 생산공장이 문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은 주식을 바쁘게 팔아치웠습니다.

그런데 이때 한 대형 투자자가 소니의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였습니다. 미국계 투자회사인 캐피털리서치앤매니지먼트(CRMC)입니다. CRMC는 더캐피털그룹 산하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장기적 투자 실적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회사가 지진으로 어려움에 부딪힌 소니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일본 재무국에 따르면 CRMC가 보유한 소니 주식은 4월15일 6513만1000주(5.16%)에서 5월13일 8652만주(6.85%)로 증가했습니다. 지진 영향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시점에서 오히려 2138만9000주를 더 사들인 겁니다. 이로써 CRMC는 씨티은행(8.8%)에 이어 소니의 2대 주주로 등극합니다. 모두가 소니를 외면할 때 CRMC가 발견한 소니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요.

시장에서는 CRMC가 소니의 구조조정 효과에 주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소니는 2014년 구조조정을 실시해 PC 부문 등 부진한 사업을 정리했습니다. 이 효과가 최근 들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일본 시장에 능통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이 구조조정으로 수익성 회복 조짐이 보이는 회사들의 주식을 장기적인 관심에서 매입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지진 피해와 엔화 가치 상승으로 대다수 일본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에서도, 향후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PS4
PS4 / 플레이스테이션 홈페이지 캡처
사실 CRMC가 소니의 주식을 사들인 직접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소니의 게임&네트워크 사업부의 무서운 성장세 때문인데요. 소니가 올해 초 출시한 플레이스테이션4(PS4)는 최근 전 세계 누적판매량 4000만대를 돌파했습니다. 이는 역대 플레이스테이션 역사상 최단기간입니다. 관련 게임 소프트웨어 판매량도 2억7090만장을 넘어섰습니다. 소니는 가상현실(VR) 게임 산업을 선점해 현 성장세를 지속해나가겠다는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10월에 플레이스테이션 VR이 출시되면 사업 확장이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즉 CRMC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AR) 기술이 가장 빨리 도입되는 게임 산업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보입니다..

CRMC가 소니 주식 매입에 앞서 닌텐도와 TDK의 주식을 사들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CRMC의 투자에 대해 “차세대 IT 기술과 영상·게임·음악을 접목한 사업들이 해외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때 전 세계 IT 업계를 호령하던 소니가 VR게임 시장에서 다시 옛 영광을 찾으려고 시도하고 있는 만큼, 국내 업체들도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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