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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억류’ 풀렸지만 신뢰↓… 유동성 위기 ‘악순환’ 되나

한진해운 ‘억류’ 풀렸지만 신뢰↓… 유동성 위기 ‘악순환’ 되나

기사승인 2016. 05.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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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한진해운 미주노선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제물류주선(포워딩)업체가 현대상선으로 거래처를 바꿨다. 남아공에 억류됐던 한진해운 벌크선은 풀려났지만 밀린 용선료가 많아 한진해운 선박이 추가로 억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신뢰도가 하락해 영업을 통한 현금확보가 어려워지면 자칫 유동성 위기 ‘악순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화주와 해운사를 연결하는 H포워딩업체는 최근 한진해운과의 컨테이너선 운송 계약을 취소하고 현대상선으로 거래업체를 바꿨다. 이 업체 관계자는 “거래처들은 선박 억류로 화물 납기를 맞추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대해 불안에 떤다”며 “(해운사에 대한) 업계 신뢰도가 떨어지면 영업사원들만 힘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24일 외국 선주가 용선료 연체를 이유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한진 파라딥호를 억류한 데 따른 조치다. 벌크선이 억류된 사흘간 한진해운과 거래하는 화주·바이어 등은 ‘억류 트라우마’로 벌벌 떨었다. 화주 입장에서는 배가 억류될 경우 화물도 함께 묶이고, 바이어 측에서도 화물을 제때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26일 오무균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영업본부장 등 한진해운의 임원들은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주요 선주들과 잔여 용선료 지불이행·유예에 대해 원만한 합의를 이뤄 향후 안정적인 화물 운송 서비스는 전혀 문제없이 유지될 것”이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실제 해당 메일을 보낸 다음날(27일) 파라딥호는 억류에서 풀려나 다시 운항을 시작했다.

억류된 선박이 잠시 풀렸지만 추후 연체된 용선료를 갚아야 한다는 상황도 한진해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 파라딥호 운항 재개건도 한진해운 측이 해당 선주에게 밀린 용선료를 갚겠다고 설득한 데 따른 것이다. 한진해운은 캐나다 선주인 시스팬에도 1160만 달러(약 137억원) 규모의 3개월치 컨테이너선 용선료를 연체한 상황이다. 다음달로 넘어가면 밀린 용선료는 2000억원대로 불어날 수 있는데, 업계 신뢰도가 떨어지면 영업을 통한 현금확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그동안 심각한 수준이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 문제가 이제서야 터졌다는 반응이다. 이달 초 한진해운은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에서 용선료 조정과 공모 회사채 상환 유예, 사옥·보유 지분 매각 등을 통해 4112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차입금 만기 대응은 물론 운영 경비를 대기에도 빠듯할 것이라는 평가다.

지난 26일 한진해운은 에이치라인해운 매각대금 330억원을 받았지만 이는 시스팬에 갚을 3개월치 용선료 수준에 불과하다. 벌크선 매각건(200억원)과 이달 중 매각완료 예정인 런던사옥(322억원)도 용선료 ‘앞가림’하기에 급급할 정도다. 이마저 모두 연체된 용선료 변제에 쓸 수 없고, 인건비·건물 임대료 등 회사 운영자금에도 투입해야 한다. 여기에 용선료뿐 아니라 트럭·철도 이용비부터 터미널·하역·피더(배 연결)·유류·대리점비까지 돈 들어갈 곳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계에선 운용자금만 해도 한 달에 최소 3000억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한진해운은 현재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법정관리가 진행되는 동안 회사를 운용할 자금 확보도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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