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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정운호 게이트’ 사건 수사의 방향성

[취재뒷담화] ‘정운호 게이트’ 사건 수사의 방향성

기사승인 2016. 06. 01.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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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4
최석진 법조팀장
구치소 접견 중 판사 출신 여자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다소 자극적(?)인 해프닝에서 비롯된 ‘정운호 게이트’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폭행으로 고소한 최유정 변호사는 100억원대의 고액 수임료가 들통나 구속기소됐고, 원래 닷새 뒤면 만기출소할 수 있었던 정 대표는 14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가 새로 드러나 최소 몇 년은 더 감옥에 갇혀 살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형사 사건 수임에서 독보적 1위를 달리던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도 구속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찌 보면 검찰이 비교적 짧은 기간 눈에 띄는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이번 수사의 본질이 무엇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검찰이 이번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실체는 정 대표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다.

정 대표가 지난 수년간 사업을 확장하며 회사를 키워오는 과정에서 힘 있는 정치인이나 공무원 누구에게 어떤 청탁을 했고 그 과정에서 얼마의 돈이 오갔고 어떤 향응이 제공됐는지.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열쇠를 쥔 사람이 바로 얼마 전 자수한 브로커 이민희씨다. 정 대표의 항소심을 맡은 재판장을 미리 알고 접촉해 로비를 시도했던 바로 그 인물.

아직까지 검찰은 이 같은 로비와 관련된 수사에 본격 착수하진 않았다. 서울메트로 입점 관련 등 이미 언론을 통해 범죄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일부 의혹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지만 이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런데 ‘단지 친하다거나 만났다는 것만으로 처벌할 수 있나요?’ ‘소환을 하려면 어느 정도 구체적인 정황이 나와야…’라는 검찰 관계자의 원론적인 답변은 검찰의 수사의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그리고 홍 변호사와 정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검찰이 2011년 홍 변호사의 개업 이후 모든 금융거래 내역을 샅샅이 뒤져 조세포탈로 엮은 배후에는 검찰 수뇌부, 또 정치권 더 윗선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식으로 털었을 때 세금포탈에서 자유로운 대기업이나 로펌이 과연 대한민국에 있을까?

억울하기로 따지자면 정 대표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물론 여러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검찰이 정 대표의 신병을 계속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부인하진 않겠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정 대표의 원정도박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정 대표의 횡령·배임 혐의를 이미 파악했었다. 이 같은 사실은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을 통해서도 이미 확인됐다.

당시에는 처벌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 공소사실에서도 뺐던 검찰이 작정하고 다시 보니 무려 140여억원이 나왔다.

검찰은 지난해 발견됐던 혐의들과는 전혀 별개의 것이란다. 그 말은 지난해 정 대표를 수사한 강력부보다 특수1부의 수사력이 월등하다는 얘긴가?

앞서 검찰이 이 같은 고액의 횡령·배임 혐의를 못 찾았다면 그거도 문제겠지만, 찾고도 덮었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결코 홍 변호사나 정 대표가 죄가 없다거나 두 사람을 옹호하겠다는 게 아니다. 두 사람에 대한 사법처리 이후에 적당한 선에서 수사가 흐지부지될까 걱정하는 거다.

로비의 실체는 이씨가 누구를 만나고 다녔는지를 파면 의외로 쉽게 확인될 수 있다.

기억할 건 이씨가 자수했다는 사실. 내 발로 검찰에 걸어 들어갈 만큼 믿는 구석이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1월부터 이씨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인지하고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했던 검찰이 이번엔 기다렸다는 듯 자수한 이씨를 바로 구속시켰다.

네이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막상 이씨가 검찰에서 “정말 내가 아는 거 다 불어도 돼?”라고 물으면 검사가 쉽게 “얼마든지”라고 대답하긴 어려울 거라고 얘기한다.

이씨와 가깝게 지낸, 혹은 이씨를 통해 청탁과 함께 돈을 받거나 접대를 받은 사람 중에 검찰이 감히 손댈 수 없는, 보호해줘야 할 누군가가 있다며.

삼류소설 같은 이런 시나리오가 지라시에나 떠도는 풍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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