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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구의역 청년의 죽음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기자의 눈] 구의역 청년의 죽음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기사승인 2016. 06. 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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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산하기관 외주화 중단 발표
정부·국회, 서울시가 예산 요청할 땐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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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엄수아 기자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는 숨진 19세 청년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스크린도어 주변에 가득 채워져 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생일 하루 전날 사고를 당한 청년의 갑작스런 죽음에 안타까움을 곳곳에 남긴 것이다.

주말 오후 끼니도 거른채 일하던 비정규직 청년의 가방에는 컵라면이 들어있어 평소 어떻게 일을 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서울메트로의 ‘2인 1조’ 매뉴얼은 지켜지지 않아 혼자 당한 죽음이었다.

서울메트로는 오는 8월부터 용역업체 대신 자회사를 세워 안전문 유지·보수를 맡기겠다고 사고 당일인 28일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외주화를 전면 중단하고 산하기관 실태조사를 통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마냥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에만 물을 수 있는 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매년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비용 3360억원, 지하철 노후시설 재투자와 전동차 교체 비용 2092억원에 허덕이며 국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건 묵묵부답이었다. 외주화를 선택한 게 아니라 선택당한 상황은 아닌지 반문하게 한다.

서울시장으로선 처음으로 국회를 찾아가 무임승차 손실비용의 절반인 1680억원만이라도 우선 지원해달라고 했지만 예산엔 단 한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지도부와 예결위 간사에게, 지난해 11월 국회 의원회관을 직접 찾아 예결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에게 호소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0원’이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사고 나흘째 현장을 찾아 박원순 서울시장에 날을 세우고,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SNS에 “시장님이 쇼만 하고 일을 안하니 개선될리 있나요”라고 힐난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나치게 경비 절감이란 측면만 고려하다보니 인명에 대한 문제를 고려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가 아니냐”고 지적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비정규직 문제를 꼬집었다.

여야 정치인들이 현장이나 SNS에서 고인을 추모하면서 내놓은 말들이 진정성 있는 위로와 대책보다는 서로를 향한 비난공세로만 느껴져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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