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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남권 신공항 “반이나 남은 물”

[칼럼] 영남권 신공항 “반이나 남은 물”

기사승인 2016. 06. 2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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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규
최경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결국 어느 누구도 승자는 아니었다”라고들 한다.

영남권 신공항은 지난 4.13 총선 이후 최대의 정치 이슈였다. 부산은 가덕도를, 대구를 비롯한 영남 4개 지자체는 밀양을 지지했다. 정부의 입지선정 발표 결과가 다가오면서 양측은 사활을 걸고 유치 경쟁을 벌였으며, 정치권도 지역주의 이해관계에 따라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지역 간 갈등을 부추겼다. 그러나 정부는 가덕도도 밀양도 아닌 제3방안으로 김해공항 확장을 선정함으로써 몇 년에 걸쳐 지난했던 영남권 신공항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김해공항으로 최종 결정돼야 한다고 판단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다. 다만 밀양과 가덕도를 놓고 지역간 대립이 지나치게 첨예해지면서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영남지역 민심에 철저히 반하는 것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조금만 냉정하게 살펴보면 밀양이나 가덕도 모두 차선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공항이 포화상태에 다다르면 그 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이것이 불가능한 경우에 차선책으로 신공항 건설을 고려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김해공항은 지형적인 문제로 확장이 불가능할 것으로 분석됐고, 따라서 밀양과 가덕도가 그 대안으로 부각된 것이다. 하지만 공항 건설 경험이 많은 프랑스의 ADPi는 김해공항의 확장을 제시했고, 이 안에 따르면 그동안 제기되었던 안전성 문제 등이 해소된다고 한다. 더구나 김해공항을 장래 영남권 항공수요를 모두 처리하고도 남는 수준으로 확장한다고 하니 사실상 신공항 건설과 다름없다. 그야말로 최선책을 살리는 신의 한수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밀양과 가덕도는 여러가지 위험이 따르는 방안이었다. 밀양 공항은 대구·김해 등 기존 영남지역 공항의 통폐합이 전제가 돼야 하는데, 막상 공항 개항 시점에 기존 공항을 폐쇄할 가능성은 낮다. 무안공항과 광주공항의 통폐합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가덕도는 위치상 영남 전체의 공항으로 자리잡기 힘들고, 해양매립에 따른 환경훼손 우려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만 살펴보아도 밀양과 가덕도는 최선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영남권 신공항의 논란은 지역 간의 갈등을 부추긴 정치권·지역 리더 등의 책임이 매우 크다.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난 지금까지 어느 한 곳도 승자가 되지 못하고 상처만 입었다고들 한다. 이는 마치 컵에 담긴 물을 보며, 비관적으로 “반만 남았네” 라고 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시각을 바꾸어 낙관적으로 “반이나 남았네” 라는 태도와 수용이 필요하다. 어느 누구도 승자가 아니라면, 어느 누구도 패자는 결코 아니다. 하루속히 패배적 쇼크에서 벗어나 영남권 전체를 아우르는 국민 모두가 승자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이라도 지역이기주의나 정치논리가 아닌 국가 전체의 공항정책과 자원배분의 관점에서 실체를 보아야 한다. 국제공항은 특정 지역의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이다. 지금부터는 합리적이고 냉정하게 원점으로 돌아가 지난해 영남 5개 시도지사의 합의 정신을 살려야 한다. 혹여라도 정치권이 불필요한 정쟁으로 갈등을 부추기고 정부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면 이는 성숙한 국민들에 대한 모욕이다. 이제야말로 정치권이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서로의 상처를 씻어주고, 지역의 상생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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