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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하복·업무과중’ 평검사들은 괴롭다

‘상명하복·업무과중’ 평검사들은 괴롭다

기사승인 2016. 07. 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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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부 검사 한 달에 100건 이상 처리
부실수사 초래, 외압없는 수사도 저해
지검전경
서울중앙지검 전경.
# A검사(37)는 최근 피의자가 구속된 사건을 배당받았다. 구속사건의 경우 10일 내에, 구속기한을 한차례 연장했다면 20일 내에 수사를 마무리해야하기 때문에 다른 사건들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하지만 구속만기까지 해당사건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A검사의 책상 위에는 새로운 사건기록들이 쌓여가고 있다.

30대 현직검사가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부랴부랴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섰다. 검찰 안팎에선 일선 검사들의 과도한 업무량이 부실수사나 미제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부 소속 김모 검사(33)는 지난달 19일 서울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김 검사의 유서에는 “병원에 가고 싶은데 병원 갈 시간도 없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김 검사는 평소 상사였던 K부장검사에게 술시중을 들거나 술자리에서 그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김 검사의 사망 소식을 접한 김수남 검찰총장은 최근 일선 검찰청별로 검사의 업무 할당량 등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서울남부지검은 김 검사가 K부장검사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는 의혹 등을 조사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일선 검찰청별로 검사들의 업무 할당량을 파악하고 있다”며 “특히 형사부 소속 검사들이 업무과다를 호소하고 사기가 많이 저하돼 있어 형사부 업무를 경감하기 위한 방안들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형사부는 각종 고소·고발, 강도·절도 등 민생과 직접 관련된 사건들을 처리한다. 검찰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일선 검찰청 형사부 소속 검사 1명당 한 달에 적게는 100건에서 많게는 200건, 작은 지청의 경우 300~400여건까지 형사사건을 맡아 처리한다. 상황이 이렇지만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현행법상 검사가 3개월 이내에 수사를 완료해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있어 미제사건이 쌓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B검사는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 다른 강도·절도 사건보다 처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다. 또 “사건은 1건인데 가해자나 피해자가 수십명인 경우도 많아 사건 건수만 고려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각에선 검찰의 강압적인 상명하복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사동일체 원칙에 의해 검찰은 피라미드 구조를 가진 조직체로 상명하복 관계에 있게 된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찰사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통일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지만, 검사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외압없는 수사를 저해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김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을 주축으로 검찰의 상명하복 문화를 공론화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김 검사가 생전에 지인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부장검사에게 매일 욕을 먹으니, 진짜 한 번씩 자살 충동이 든다’ 등 상사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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