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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상습범(?)에 관대한 한국 증시

[취재뒷담화]상습범(?)에 관대한 한국 증시

기사승인 2016. 07.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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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임초롱_증명사진
경제부 임초롱 기자
중국원양자원을 두고 업계 안팎으로 떠들썩합니다. 이 회사는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유일한 중국계 기업으로, 2009년 상장 당시 중국인들의 수산물 소비 증가에 힘입어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됐던 곳입니다.

그런데 국내 투자자들은 이 중국원양자원 때문에 속앓이 중입니다. 허위공시를 일삼던 중국원양자원의 상장폐지까지 우려되는 탓입니다. 2014년 말 1만4150원의 최고점을 찍었던 중국원양자원은 현재 7분의 1 토막이 난 2045원에서 거래가 정지됐습니다. 최근엔 이 사태에 대해 직접 소명할 수 있는 기회인 상장공시위원회에 비자 문제를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습니다. 올 들어서만 3건의 허위공시 및 불성실 공시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받은 상태인데도 말이죠.

이달 말 열리는 상장공시위에서는 중국원양자원을 관리대상종목으로 지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원양자원의 올해 누적 벌점은 이미 관리종목 지정 기준인 15점이 넘습니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후에도 1년간 또 다시 15점 이상의 벌점을 받으면 상장실질심사를 거쳐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중국원양자원의 허위공시 문제는 하루이틀이 아닙니다. 상장 직후부터 중국원양자원은 총 8번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예고를 받고 5차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2010년과 2012년에는 지금처럼 허위공시로 매매거래가 정지되기도 했습니다. 사유는 최대주주 허위기재, 유상증자 결정 번복 등 다양합니다.

수년동안 여러 차례에 걸친 제재에도 불구하고 같은 이유로 국내 증시에서 꾸준히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꼴입니다. 이에 제도 상의 허점을 이용했다는 의구심이 잇따릅니다. 제재하기 위한 벌점 기준이 ‘최근 1년간 누적 점수’로 기간이 한정됐다는 얘깁니다. 특히 상습적으로 공시 내용을 허위 기재했음에도 다른 상장사들과 동일한 기준을 두는 점도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사태를 두고 ‘중국 고섬사태’ 악몽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2011년 중국기업인 고섬이 코스피에 입성하자마자 분식회계 사실을 들켜 증시에서 퇴출 당했을 당시 국내 투자자들은 2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떠안았습니다. 이로 인해 한동안 중국 기업들은 ‘차이나 디스카운트’에 시달리면서 국내 증시에 문을 두드리지도 못했습니다. 현재 중국원양자원 때문에 줄줄이 예정된 중국기업들의 상장 일정이 연기되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입니다.

물론 국내 증시의 글로벌화를 위해선 해외 기업 상장 유치는 필수적입니다. 이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차지하는 역할도 분명하긴 합니다. 그러나 같은 사태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국내 증시는 아직 글로벌 시대를 맞을 준비가 안된 듯 합니다. 국내 증시가 혼탁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글로벌화에 맞춘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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