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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부터 뮌헨까지…테러·광기 뒤섞인 시대 “안전지대 없다”

니스부터 뮌헨까지…테러·광기 뒤섞인 시대 “안전지대 없다”

기사승인 2016. 07. 2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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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의 과격화·공포의 일상화"…유럽·미국 모두 안보 비상
"IS 배후자처 테러도 신념 아닌 불만이 동력…대의 빙자 테러"

프랑스 센강 인근의 시민들과 순찰 중인 군인들. /EPA연합
"우리는 공포의 밤을 보냈다. 우리 누구라도 있었을 법한 장소에서 발생한 사건들에 과연 어디가 안전하냐는 의문을 남겼다"


18일(현지시간) 뷔르츠부르크 열차 도끼만행과 22일 뮌헨 맥도날드·쇼핑몰 총격 등 대규모 인명 살상을 일으킨 사건이 독일에서 잇따라 발생하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그보다 앞서 14일에는 이웃국가 프랑스 니스에서 트럭이 돌진해 84명이 사망하는 테러가 발생했다.


불과 아흐레 사이에 발생한 세 차례 사건들은 그 형태가 조금씩 다르나 사회에 섞이지 못한 외톨이 청년들의 광기가 일반 시민, 불특정 다수를 향한 극단적 폭력으로 치달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니스 테러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튀니지계 니스 거주자(31)가, 독일 도끼 만행은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17세 청년이 저질렀다. 이번 뮌헨 총격은 과거 총기난사 사건들을 집착적으로 연구한, 우울증을 앓았던 18세 이란계 독일인 학생 소행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뚜렷한 정치적·종교적 목적을 가지고 인명 살상을 자행하는 전통적인 테러의 개념이 무너지고 테러와 광기가 구분되지 않을 만큼 뒤섞인 형태로 발현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라파엘로 판투치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국제안보연구 국장은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니스 테러와 뮌헨 총기난사 모두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화가 난, 정신적으로 불안한 청년이 한 일"이라며 "성적·종교적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분노조절 문제, 가정 불화 등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념적으로 열성적인 테러범이라기보다는 내면의 악령을 발동하는 데 테러 공격을 수단으로 썼을 뿐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판투치 국장은 특히 "테러 공격으로 보이는 범죄에 대한 프로파일링을 정의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개인적 분노보다는 정치적 이념에서 동력을 얻은 이가 테러리스트지만, 그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하기는 했으나 니스 테러와 독일 열차 도끼 만행 모두 IS가 적극 기획하거나 지원하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보다는 세상에 섞이지 못하고 겉도는 청년들이 IS의 선동에 미혹돼 대의를 빙자한 무차별 살상에 나선 것으로 지목된다.



유럽연합(EU) 공동 경찰기구인 유로폴은 20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미국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난사, 프랑스 마냥빌 경찰관 부부 살해, 니스 트럭 돌진, 독일 도끼 난동 등 올해 일어난 테러 모두 IS가 배후를 자처했지만, IS가 기획·지원·실행을 직접 한 테러는 한 건도 없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유로폴 집계에 따르면 2000∼2015년 테러 공격을 저지른 이른바 '외로운 늑대', 자생적 테러리스트 중 35%가량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일부는 테러조직과 연계됐든 그렇지 않든 범죄를 저질렀을 수 있지만, 이런 범행을 IS나 알카에다 같은 테러조직에 연계시킴으로써 마치 큰 뜻을 품고 대단한 일을 한다는 착각에 단단히 빠졌을 수 있다는 뜻이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도 도끼 만행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17세 난민 범인이 IS의 직접적인 지령을 받았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광란과 테러리스트 행위 사이 중간 지대의 애매한 영역에 있는 사건이 아닐까 싶다"는 견해를 밝혔다.


개인적 광기와 테러의 경계가 모호해질수록 안전을 보장하는 일은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유럽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최근 사건들을 평가하는 일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면서도 유럽과 미국 모두 테러뿐 아니라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사람들과 관련한 정보수집과 점검을 강화할 필요성을 지적받고 있다고 전했다.


열흘이 채 안 돼 3건의 테러 또는 '유사 테러' 사건을 겪은 유럽은 이미 일상에서의 테러 공포에 빠져 있다. 유럽뿐 아니라 강력한 총기 문화가 있는 미국도 올랜도 테러에서 보듯이 테러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동안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부터 극우 성향의 인종·민족주의자 단체와 관련된 테러까지 광범위한 정치적 테러가 적지 않게 벌어졌고 사회에 불만을 품은 외톨이들의 범행까지 뒤섞여 온통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한 유럽 안보 관리는 WSJ에 "요즘의 일반 트렌드는 '모든 사람의 과격화'"라며 "이를 어떻게 막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럽에 주재하는 한 미국 관리도 "우리는 테러조직 때문이든, 정신질환자 때문이든 공포 속에 살고 있다"며 "그들이 스스로 극단화했거나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이거나 우리는 이곳에서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고 두 가지에 모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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