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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수도권 규제, 기업들이 떠나간다

지나친 수도권 규제, 기업들이 떠나간다

기사승인 2016. 07.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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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 및 외국인 투자자 해외 이탈로 수도권 제조업 위축 심각
투자포기·해외유출, 지방이전 대비 3배
수도권 규제로 순자본유출액 760억달러 달해
수도권규제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지만 공장총량제로 애를 먹고 있다. 규모나 사업자별로 일정량을 부과해 공장 총면적을 제한하고, 추가 증설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SK에 인수되기 전 하이닉스 시절에도 팔당호 보호논리에 부딪쳐 이천공장 증설이 불발되자 충청북도 청주에 공장을 증설해야 했다.

#수도권 규제로 유명 해외 기업을 돌려보낸 사례는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덴마크의 완구업체 레고는 1999년 이천에 60만㎡ 규모의 대형 테마파크를 조성하려 했지만 끝까지 용지 인허가가 나지 않아 무산됐다. 꽉 막힌 수도권 규제로 투자를 포기하고, 결국 독일로 이전했다.

수도권 과밀 억제를 위해 마련된 자연보전권역 지정 등 수도권정비계획법이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하는 대신 외국으로 빠져나가 버리거나 해외 기업의 투자 유치도 어려워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생산기지 유턴 등으로 ‘제조업 부활’을 외치는 국제 트렌드와 동떨어진 수도권 규제정책이 국내 기업활동을 저해하고 경제전체의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6년 동안 과도한 규제로 수도권에서 빠져나간 해외직접투자 누계액은 1227억달러로, 외국인직접투자 누계액(469억달러)보다 2.6배 많았다. 순자본유출액만 약 760억달러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규제에 막혀 투자자체를 포기하거나 해외로 이전한 기업 수는 28개사로, 지방으로 공장을 이전한 기업(9개)의 3배에 달했다. 과도한 규제 사슬을 피해 기업들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둥지를 옮긴 게 아니라 투자 여건이 더 좋은 해외로 빠져나갔다. 이는 법안의 제정취지인 균형발전에도 어긋난다.

미국·독일 등 일자리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해외로 내보냈던 생산지를 다시 본국으로 귀환하는 국제상황과 상반된 지나친 수도권 규제가 국내기업의 해외 이전 등 제조업 위축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평가다.

서울의 국제경쟁력도 하락했다. 2014년 서울은 글로벌 도시지표 순위에서 2012년에 비해 2년새 4계단 떨어진 12위를 기록했다.

반면 영국과 프랑스·일본 등의 선진국들은 대도시권의 경쟁력 강화가 국가경쟁력의 핵심임을 인식하고, 80년대 이후부터 수도권 집중억제 정책을 폐지해왔다. 장기 불황으로 위기감이 극에 달한 일본은 도쿄를 중심으로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공장 제한법 폐지와 재배치 촉진 등 수도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규제 완화로 기업들을 끌어모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실업률도 낮추기 위해서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대도시권간의 경쟁이 국가 간의 경쟁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수도권 규제를 통해 지방발전을 도모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수도권 규제의 부작용을 감안해서라도 장기적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폐지하고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에 의한 계획적 관리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4년 ‘신수도권 발전방안’ 아래 공장입지규제 해제 등 완화 움직임에도 경제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자원보전권역 내 대기업의 신증설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국토기본법 등 관련 법률간 중복규제가 많아서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은 여의도 소재 전경련회관에서 수도권규제 쟁점과 정책과제 세미나를 개최해 개선방향을 논의했다. 단기과제로는 △낙후된 자연보전권역의 규제 완화 △과밀억제권역 도시첨단 연구개발단지 조성 △입지규제 대신 성능규제방식의 우선 활용 △공업용지총량규제 완화 등이 제기됐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수도권규제로 투자를 포기하거나 해외로 이전한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한 기업보다 3배 이상 많다”며 “경제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수도권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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