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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속 범벅’ 우레탄 트랙 교체 서두르는 교육부, 환경호르몬 우려에 눈감았다

‘중금속 범벅’ 우레탄 트랙 교체 서두르는 교육부, 환경호르몬 우려에 눈감았다

기사승인 2016. 07. 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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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학교 선호도 높은 우레탄 트랙 다시 재설치 추진
22개 교육·시민단체, "우레탄 트랙은 개보수 대상 아닌 퇴출 대상"이라며 우레탄 재시공 반대 입장 표명…환경전문가 "중금속보다 환경호르몬 더 문제"
인조잔디 이어 우레탄 트랙도 '납범벅'
지난달 1일 서울 동대문구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우레탄 트랙을 밟지 말라’는 안내 문구와 함께 통제 라인이 설치돼 있다./제공=연합
중금속이 기준치보다 초과 검출돼 철거될 우레탄 트랙이 다시 학교 운동장에 깔릴 가능성이 커 교육단체와 환경전문가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환경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우레탄 트랙에는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가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22개 교육·시민단체는 28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중금속이 초과 검출된 우레탄 트랙은 학교 운동장에서 개보수가 아닌 퇴출 대상”이라며 “교육부에 화학물질이 아닌 흙모래 운동장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교육부는 전날 초·중·고교 1767개교(64%)에서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15개교(초 6곳·중 2곳·고 5곳·특수학교 2곳)에서는 검출된 중금속이 기준치의 100배를 초과했다.

이들은 “몇몇 시·도교육청은 우레탄 트랙을 친환경인증, 한국산업규격(KS) 기준에 맞춘 업체만 시공을 하도록 해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며 개·보수 입장을 밝히고 있다”며 “하지만 우레탄은 (석유)화학물질임에 변함이 없다. 중금속 규정이 담긴 KS 기준 제정 이후에도 10%의 학교가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더욱 큰 문제는 우레탄 트랙에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검출됐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우레탄 트랙과 인조잔디에 대한 환경부 조사에서는 납뿐 아니라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디에틸핵실프로탈레이트도 검출됐다.

전문가들은 중금속보다 프탈레이트가 더 문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쓰이는 화학첨가물로 내분비계 신경물질을 교란시키는 고위험군에 속하는 환경호르몬이다. 더욱이 성장기 아이들이 프탈레이트에 노출되면 호르몬 교란, 뇌 발달 저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악화 등에 영향을 줘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중금속보다 프탈레이트가 더 학생들에게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환경단체인 환경정의 이경석 팀장은 “중금속은 피부로 체내로 들어오지 않지만 프탈레이트는 노출량의 차이는 있지만 피부를 통해서도 체내에 들어올 수 있다”면서 “중금속보다 프탈레이트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 역시 “프탈레이트는 우레탄 트랙에 함유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물질”이라며 “오래 햇빛에 노출되면 가루가 되서 떨어지게 된다. 이럴 경우 학생들의 손에 묻거나 먼지 형태로 날려 입으로 들어가 갑상선 호르몬, 성호르몬 등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켜 내분비 관련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프탈레이트의 유해성을 인지하고도 KS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우레탄 트랙의 재시공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 조사가 있은 지 4개월만에 학교 운동장에서 우레탄 트랙 퇴출에 나선 것이다. 교육부는 학교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우레탄 트랙을 다시 설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유해물질이 검출된 초·중·고교 1767개교 중 ‘우레탄’을 선택한 학교가 82.6%%(1459곳)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환경정의 이 팀장은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학교 의견만 가지고 우레탄 트랙을 다시 설치한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우선 우레탄 트랙을 철거한 뒤 충분한 검토를 거쳐 설치 소재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기술표준원 측은 “KS 기준이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라며 프탈레이트는 현행 ‘어린이제품 안전특별법(특별법)’에 따라 충분히 규제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기술원 관계자는 “현재 프탈레이트를 KS 기준에 추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KS 기준만이 절대적 기준이 아니다. 현재 특별법에 프탈레이트의 유해기준이 마련돼 있는 만큼 교육부는 이를 적용해 우레탄 트랙 시공을 검토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표준원의 ‘어린이용 공산품에 대한 공통적용 유해물질 안전기준’에 따라 제품에 프탈레이트가 1% 이상 포함됐을 시 ‘위험’으로, 0.1% 이상은 ‘주의’로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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