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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생 본관 점거 농성…교수 등 5명 46시간 갇혀 있기도

이화여대생 본관 점거 농성…교수 등 5명 46시간 갇혀 있기도

기사승인 2016. 07. 3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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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력 교내진입 규탄하는 이화여대생들
30일 오후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앞에서 재학생들이 경찰력의 교내 진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설립하기로 한 학교 측에 거세게 반발하며 대학 본관을 사흘째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수 등 5명이 46시간 정도 갇혀있다가 경찰 병력이 투입돼 풀려났다. 28일 오후부터 시작된 학생들의 점거농성은 30일 현재 100여명이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농성은 28일 오후 2시에 열린 대학평의원회 회의에서 교육부 지원사업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을 폐기하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초대 총장인 김활란 동상에 페인트를 칠하고 계란을 던지며 학교 측에 반대 의사를 표하던 농성 참여 학생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과격한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30일 정오께 학교 측 요청을 받고 본관 안으로 들어가 농성중인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밖으로 끌어내 갇혀 있던 교수·교직원 5명을 모두 데리고 나왔고, 이들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전날 오후 10시께에는 한 평의원이 밖으로 나가겠다며 119를 부르자 일부 학생들이 막아서면서 구급대가 돌아가기도 했다.

갇혀 있던 교수·교직원들이 모두 밖으로 나온 뒤에도 학생 100여명은 여전히 본관에서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학교 안팎에 21개 중대(1600여명)의 경찰력을 투입했다. 본관 진입 과정에서 경찰과 학생들간 몸싸움이 있었고, 찰과상 등 부상을 입은 학생들도 있었다.

농성 학생들은 최경희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측과 학생들간 주장과 요구조건이 엇갈려 면담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양측간 대화에도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태를 대학당국의 국책사업 수주를 둘러싼 건설적인 의견수렴의 본질을 넘어 변질된 집단행동으로 판단하고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화여대는 5월 교육부가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에 참여할 대학을 두 번째로 모집할 때 신청해 이달 초 동국대, 창원대, 한밭대와 함께 선정되면서 150명 정원의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하고 2017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선발한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단과대 신설 소식을 접한 상당수 학생은 기존 학생과 신입생의 교육의 질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미래라이프대학 학생들도 수준 이하의 교육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이화여대에는 평생학습자를 위한 글로벌미래평생교육원을 1984년부터 운영 중인 점을 지적하며 이번 단과대학 사업을 비판하기도 한다.

총학생회 측은 “60명의 정원 조정이 조건이었던 1차 선정 때에는 신청하지 않았다가 이 조건이 빠진 2차 선정 때에야 신청한 점, 교육부로부터 30억원의 지원금을 받는 사업이라는 점은 학교가 ‘돈벌이’를 위해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사회에 진출한 여성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건학이념에 부합할뿐더러 다른 대학에도 고졸 직장인을 위한 전형이 이미 있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고려대, 한양대, 중앙대 등에는 이미 고졸 재직자 입학전형이 있는 데 반해 우리는 없었다”라면서 “고등교육을 받을 능력을 갖춘 고졸 직장인에게 진학의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를 학생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성 학생들은 이날 오후 이화여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측이 평화시위 중인 이화인들을 경찰을 동원해 폭력적으로 끌어냈다”며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계획이 폐기될 때까지 본관에서 오늘 밤은 물론 계속해서 농성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만약 수사에 들어갈 경우 농성 학생들에게 감금 혐의나 집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학내 문제인 만큼 상황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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