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하이브리드’ 딜레마에 빠졌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전년 대비 판매는 늘었지만 이는 기존 모델의 분발보다는 신차 출시에 따른 물량 공세가 더 큰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2020년 친환경 차량 브랜드 글로벌 ‘톱2’를 목표로 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에 있어 하이브리드 차량의 부진은 반드시 털어내야 하는 숙제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현대차는 총 1만5487대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판매했다. 이는 전년도 1만3705대보다 13%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속사정은 긍정적이지 않다. 판매 향상은 신차인 아이오닉이 통계에 집계되면서 전년 대비 판매량이 늘어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첫 출시된 아이오닉이 하이브리드 판매 통계(1~7월 5575대)에 잡히면서 현대차 하이브리드군의 전체 판매량을 크게 끌어올렸다.
반면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경우 1~7월 전년 판매량인 6061대보다 16.2% 줄어든 5082대를 파는데 그쳤다.
지난해 1~7월 7644대를 팔았던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무려 36.8%가 감소한 4830대를 판매했을 뿐이다.
기아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1~7월 1만3868대를 판매한 기아차 하이브리드 차량은 전년 대비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올해 3월 출시된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니로 출시에 따른 효과다.
니로를 제외한 기아차 하이브리드의 판매는 3260대로 지난해 3581대보다 8.96% 감소했다.
신차 말고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부진은 개소세 인하 혜택 종료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소비자 인식이 전기차 판매량 상승에 크게 작용해 하이브리드 차량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국산 하이브리드 판매량과 달리 전기차의 경우 굵직한 판매 상승을 기록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젤에 대한 문제점이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보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된 측면이 크다”며 “대다수 업체들이 하이브리드 차량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만큼 하이브리드에 대한 확실한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