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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세광 발 걸어 넘어뜨린 세무공무원 이대산 옹

[칼럼] 문세광 발 걸어 넘어뜨린 세무공무원 이대산 옹

기사승인 2016. 08. 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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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본 나라사랑 정신
독립운동가로 육영수 여사 저격범 문세광의 발목을 걸어 체포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이대산 옹. 올해 94세의 이대산 옹은 나라가 어려울 때 2번이나 큰일을 했다. 한 번은 독립운동으로 몸을 내던졌고, 한 번은 저격범의 발을 걸며 몸을 던졌다. 둘 다 목숨을 내놓는 일이었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나라를 위해 몸을 던진 이대산 옹이 세무공무원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마 세무공무원들 중에도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옹은 1974년 8월1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광복 29주년 기념식에 독립 유공자 자격으로 참석했는데 당시 이 옹은 서대문 세무서 재산세계장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박정희 대통령이 경축사를 낭독할 때 문세광이 단상을 향해 뛰쳐나오며 권총을 발사했고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독립 유공자석에 앉아 있던 이대산 씨는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 문세광의 다리를 걸었고 문세광은 넘어졌다. 문세광은 경호원들에 의해 즉각 제압됐다. 당시 문세광이 넘어지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아찔할 뿐이다.


육영수 여사는 서울대 병원으로 급히 옮겨져 뇌수술을 받았지만 총알이 우뇌의 정맥에 맞아 안타깝게도 회복되지 못하고 운명했다. 이날은 전 국민이 놀랐고 전 국민이 울음을 터뜨린  날이었다. 특히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보내야 하는 박정희 대통령의 인간적인 눈물은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이대산 옹의 용기는 어디서 나왔을까? 나보다 대통령, 나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고귀한 애국심일 것이다. 범인이 단상의 대통령을 향해 총을 쏘며 뛰어나오는 위급한 상황에서 경호원들은 당연히 몸을 던지겠지만 일반 참석자가 저격범의 다리를 건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일로 나라사랑의 투철한 사명감이 없다면 결코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이대산 옹의 삶을 보면 문세광의 발을 걸만한 배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대산 옹은 1923년 강원도 이천(伊川)에서 태어나 14살이던 1937년 만주로 건너갔다. 독립군 연락원이 되어 활동했다. 잠시 국내에 들어와 민족의식 함양에 전념하다 1942년 다시 만주로 가서 한만중(韓滿中)유격대장이 되었다.


이대산 옹은 1944년 12월 하얼빈 근교에서 일본군 수송열차를 급습했다. 1945년 5월 도문에서 일본군에게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는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8월 16일이 사형 집행일 인데 하루 전인 15일에 해방이 되면서 사형을 면했다. 하늘이 돕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1977년에는 공로를 인정받아 건국포장을 받았다.


이대산 옹의 외손자 최길성 일병은 2014년 국방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할아버지는 일본군의‘A급 현상범’이었다고 전했다. 최 씨는 외할아버지가 담담한 마음으로 사형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대산 옹은 자신이 죽는 것보다 일본 치하에 있는 조국과 동포들이 더 걱정되었을 것이다. 만일 일본이 8월 16일이나 그 이후에 항복했다면 이대산 옹은 사형장의 이슬이 되었을 것이다. 참으로 기적 같은 일이다.


이대산 옹은 해방 된 후 사무관으로 특채되었고 여러 세무서와 청와대 등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서울에 살고 있는데 고령이라 전화 통화가 쉽지 않다. 잘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광복절 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자신을 나타내기 위해서가 아니라‘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나라’라는 것을 보여주고 몸소 실천하기 위해서다.


올 광복절을 맞는 이대산 옹의 감회는 여느 해와 또 다르다. 나라를 생각하면 감회라기보다 차라리 마음이 아프다.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났으면 대한민국이 당연히 통일이 되어 평화롭게 살아야 하지만 북한 핵과 미사일로 인해 어느 때보다 남북관계가 대치상태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세무공무원 가운데 이렇게 훌륭한 독립유공자, 나라를 위해 몸을 던진 애국자가 있다는 것은 국민 모두의 기쁨이고 자랑이다. 세무공무원들은 나라의 살림이 잘 돌아가도록 세수를 책임지는 현장의 일꾼들인데 이대산 옹 같은 선배가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김재영 광복회 홍보팀장은“독립운동이나 저격범의 발을 걸어 넘어뜨린 것은 나 자신의 이익과 안일만을 생각하는 요즘의 많은 사람들에게 큰 교훈을 준다”며 “나라를 위해 싸운 분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대산 옹. 세월을 거스를 수 없어 육신은 점점 쇠약해지지만 국가와 민족, 국민을 생각하는 나라사랑 정신은 우리의 기억 속에 더 생생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대산 옹을 바라보며 무엇이 진정한 나라사랑인지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나라가 어려울 때 내 몸을 던지는 것, 그게 바로 개인주의에 물든 우리들이 배워야할 시대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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