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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지막 해방의 길

[칼럼] 마지막 해방의 길

기사승인 2016. 08.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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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법무법인 충정 고문
이우근 법무법인 충정 고문
인류역사의 흐름을 한마디로 압축하기는 어렵지만, 그 방향은 ‘자유를 향한 투쟁의 노정(路程)’이라고 보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개인과 공동체의 자유를 억압하는 갖가지 내면적·외면적 제약에 대한 투쟁이 인류역사의 연면한 발자취다. 재난과 질병, 무지와 가난, 전쟁과 공포로부터 자유를 쟁취해온 해방의 역정이 수천 년 역사의 큰 물줄기였고, 그 물줄기의 최종 목적지는 자유의 대해(大海)였다. 어떤 해방이든 본질은 ‘권력으로부터의 자유’에 다름 아니다. 정신과 육체의 자유를 억압하는 비인간적·반문명적 권위가 정치권력으로, 경제권력으로, 종교권력으로, 이념과 문화권력으로 나타났을 뿐, 모든 해방운동은 저들 권력에 대한 자유의 핏빛 투쟁 외에 다른 것이 아니었다.

우리 현대사도 예외가 아니다. 일제의 패망과 함께 8·15 광복을 맞았지만 그것이 최후의 해방은 아니었다. 한반도는 미국·유럽의 민주체제와 소련·중국의 공산체제 사이에서 극심한 분열을 겪으며 동족상잔으로까지 치달았다. 공산주의 유물론이 자유를 구속하는 새로운 이념의 우상으로 등장할 것을 꿰뚫어본 우리의 건국 주체들은 만난(萬難)을 무릅쓰고 자유민주공화국을 세웠다. 통일국가의 이념에만 매달렸더라면 우리는 지금 3대 세습독재의 신민(臣民)이 되어있을지 모른다. 통일이 오기까지 우리는 아직 완전히 해방된 것이 아니다.

외세(外勢)나 이념만이 자유를 짓밟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는 빈곤과 독재 역시 자유를 억압하는 야만의 사슬이다. 가난과 군사정권에 맞서온 한국은 조국근대화의 경제개발로 세계 10위권의 무역 강국에 올라섰고, 독재정권을 무릎 꿇린 4·19혁명, 6·29민주항쟁으로 이 땅에 튼실한 민주의 토양을 일궜다.

그러나 국민소득의 향상이 경제적 자유의 완성은 아니었고, 권위주의의 붕괴가 곧 민주주의는 아니었다. 민주화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교조(敎條)주의의 이념권력을 싹 틔웠고, 산업화는 양극화의 불평등 구조 속에 물신(物神)의 우상을 키워냈다. 광복 71년, 건국 68년을 맞는 우리는 이제 물신의 권력을 무너뜨리고, 나아가 ‘민족의 태양’이라는 우상을 타파해야 한다. 통일은 우리의 마지막 해방의 길이다.

미국과 중국을 두 축으로 하는 오늘의 국제정세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 그 도전의 테마는 정치·외교·군사·경제적 영역에서 독립국가의 자주권을 확보하는 ‘주권적 자유’다. 해양과 대륙 사이에 위치한 한국의 주권적 자유는 ‘주권적 동맹’으로만 보장될 수 있는 것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주권적 동맹의 대상이 미국의 자유이념인가 중국의 중화이념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라는 뜻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THAAD)을 둘러싼 국내외의 논란은 주권적 자유, 주권적 동맹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 여정인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강대국의 힘에 좌우되는 국제정치의 현실과 주권적 자유 사이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천 년 우리 역사의 질곡이다. 그 질곡을 더욱 엄혹하게 만든 것은 외세가 아니라 내부 분열이었다. 구한말에도 그랬고, 오늘에도 다르지 않다. 분열의 중심은 언제나 정치권이다. 갈등을 조정·해소해야 할 정치인들이 도리어 이념의 우상에 붙들려 갈등을 조장·증폭하는 못된 습성은 외세와 가난과 독재로부터 벗어난 우리에게 마치 운명의 굴레처럼 아직껏 끈질기게 남아있다.

분열의 이념과 함께 공동체의 자유를 옥죄는 또 하나의 권력은 황금만능의 금권(金權)이다. 시장을 지배하며 영세상인과 근로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대기업, 비정규직의 아우성에 귀를 닫은 정규직 대형노조, 공권력을 이용해 검은 재산을 긁어모으는 공직자…. 이 나라를 갑·을의 불평등사회로 몰아간 양극화로 인해 광복과 건국의 빛이 사위어간다. 이런 상태로는 통일 후에도 남북 간의 불균형을 해소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가지지 못한 이들이 국가공동체 안에서 자유의 대기를 마음껏 호흡할 수 있기 위해서는 가진 자들의 무분별한 탐욕을 합리적·합법적으로 통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앞에 남겨진 마지막 해방인 통일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경직된 이념과 돈의 권력을 깨뜨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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