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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인터뷰-여성혐오 1편]평범한 한국남녀에게 ‘여혐’을 물었다

[익명인터뷰-여성혐오 1편]평범한 한국남녀에게 ‘여혐’을 물었다

기사승인 2016. 08. 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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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
그래픽=/변혜준
한국에서 ‘여성혐오(여혐)’이란 단어가 언젠가부터 TV, 신문, 일상 대화에서도 오르내리는 말이 됐다.

여성혐오는 ‘메갈리아’ ‘강남역 살인사건’ ‘넥슨 성우’ 등의 무거운 이슈와 함께 올해 초부터 꾸준히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한국남녀들은, 인터넷이 아닌 현실에서는, 여성혐오에 대해 어떻게 표현하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4명의 평범한 한국남녀의 생각을 들어봤다. 내친 김에 외국인들의 시각도 물었다.

가장 먼저, 한국에 여성 혐오가 존재하는가?

인터뷰 대상 A. ※나이·성별·직업군·생각 ▷30살 여성, 간호사, 여혐존재 X(여성혐오란 존재하지 않는다)
-없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단점을 부각시켜 여성혐오라는 단어를 소수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 같다.

예전부터 ‘남자들은 이렇다, 여자들은 이렇다’라는 말은 많이 들어왔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히트친 것만 봐도 남자와 여자의 성향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터뷰대상 B ▷28살 남성, 공무원, 여혐존재 X
-실제로 여혐현상이 존재한다기보다 온라인상으로 념녀간 대립 프레임이 과도하게 보도됐다고 본다. 나는 물론 주변 남자 중에서 여성혐오라고 할만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본 적 없다.

단지 남녀관계에서 일반적으로 남자가 여자한테 잘보여야 한다는 기존의 사고방식 때문에 남녀관계 형성에 남자가 억울한 점이 상당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많은 것 같다.

현재 한국의 성비불균형과 여성의 만혼화 등을 볼 때 결혼율은 계속 떨어질 것이고 상대적으로 결혼욕구가 높은 남성들의 불만이 계속될 것 같다. 이같은 남성들의 불만이 극단적으로 여성혐오로 표출될 가능성은 우려된다.

인터뷰대상 C ▷29살 여성, 사무직 직장인, 여혐존재 O(여성혐오는 존재한다)
-여성혐오 현상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인터넷 여혐,남혐 댓글 같은 극단적인 인신공격을 하는 사람은 주위에 없다.

하지만 평소 착하고 똑똑한 남성들조차 본인도 모르게 거의 악의가 없다고도 할 수 있는 여성혐오적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것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똑같은 행동을 해도 남성/여성이냐에 따라 잣대가 다르고 반응이 다르며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태도와 성격, 모습 등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여사’ ‘된장녀’ 같은 여성혐오적 단어가 생겼고 한 두개가 아니다.

주위 남자들을 봐도 비싼 커피 아무렇지도 않게 자주 마신다. 이를 가르키는 남성혐오적 단어는 없거나 쓰이지 않는다. ‘김여사’란 단어도 실제 위험한 사고를 내는 것은 남자가 많다고 들었다. (기자 주: 지난해 면허소지자 대비 사고발생률을 보면 여성 운전자의 사고발생률은 100명 당 0.34건으로 남성의 100명당 1건에 비해 배 이상 낮다.)

몇년 전에도 ‘20대 여성 투표율이 8%’란 말이 인터넷에 돌면서 요즘 젊은 여자들은 한심하다는 류의 글도 종종 봤다.

이처럼 사실과 다른 조작에 가까운 이야기로 유독 여성을 나타내는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그게 흔히 쓰이는 단어가 되고 남녀 모두 이러한 단어를 문제의식 없이 사용한다.

이러 프레임 자체가 여성혐오라고 생각한다. 단지 익숙해져서 이상하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는 것.

인터넷과 일상적 대화에서 ‘요즘 여자들은 사치스럽다, 남자들은 결혼자금 모은다고 여행도 안 가는 데’ 등의 일면식도 없는 여성 전반의 소비를 비난하고 일반인 사진을 보면서 ‘얼평(얼굴평가)’를 하는 문화가 존재한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실제로도 듣고 있다.

사무실에서 남자 과장 둘이 이야기하면서 ‘여자는 좋은 대학 갈 필요 없다…서울에 위치한 아무 대학이나 가서 시집만 잘 가면 된다’고 말한다. 나에게 직접 “넌 아침잠이 많아서 나중에 남편 밥 어떻게 차려줄래?”라고 말한 상사도 있었다. 그는 “우리 집도 맞벌이지만 아침밥은 아내가 차려준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물론 “여자는 범죄를 당할 우려가 있으므로 밤 늦게 돌아다니면 안된다”라던가 “여자는 20대 초반이 가장 예쁘고 그 이후로 하락한다” 등의 이야기도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

인터뷰대상 D ▷36살 남성, 사무직 직장인, 여혐존재 X
-한국의 여성혐오 현상은 없다고 생각한다. 일부의 문제라 생각한다.

다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우리사회가 진통을 겪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예전엔 여자들은 밥하고 빨래하고 애기 낳고, 키우고, 온갖 희생하고 늘 참고만 살았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제는 동등한 입장에서 대우를 받길 원하고 진정한 평등사회를 원하고 있다.

그게 나아가야 할 방향이지만, 아직 완전히 자리잡지 못했고 신체조건이 다르며 아직 역할도 나누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 여자들 중 일부를 보면 권리는 찾고, 책임을 지거나 의무는 하지 않는 “아 몰라”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가령 사무실에서 일을 할 때, 물통을 옮긴다던지, 박스등을 옮긴다던지 청소를 할 때다.

당연히 남자가 신체적으로 힘이 세고 남자와 함께 있다면 남자가 힘쓰는게 당연하지만 소수의 여자들은 ‘당연히 남자가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난 여자니깐, 난 여자라서 못 해. 하지만 다른 건 평등하게 대우해줘야 해’ 이런 생각을 가진 일부 극히 일부의 여자들이 있다.
결혼을 할 때도 당연히 남자가 집을 해 와야하고 ‘내가 같이 살아주잖아, 애기 낳잖아..’라면서 ‘가전제품만 사오면 됐지’라고 본인들만 생각하는 일부 여자가 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남자도 예전엔 ‘당연히 힘쓰는건 남자가 해야지, 집은 남자가 해와야지. 돈은 남자가 벌어야지’ 했던 것을 당연시 하던 시대에서 지금은 살림도 같이하고 아기도 같이 키우면서 역차별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일부 남자들도 있다.

그런 사회 분위기가 더 남녀 편가르기에 일조했다고 본다.

Memac Ogilvy & Mather Dubai
실제 구글 검색 결과를 이용한 유엔여성기구의 여성차별 철폐 캠페인 포스터. ‘여자는 ~해야 한다’고 검색하면 ‘여자는 집에 있어야 한다, 여자는 노예가 되야 한다’ 등의 자동검색어가 뜬다. ⓒUN WOMEN, Memac Ogilvy & Mather Dubai
인터뷰대상 E ▷28살 남성, 영어강사(한국 거주 미국인) 여혐존재 O
- 여성혐오란 여성을 인간으로서 가치있게 여기지 않는 것, 대부분의 경우, 여성을 가령 지능이 아닌 성적인 존재로만 가치있게 여기는 식으로 나타난다.

여성혐오란 어디든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더 두드러지는 것 같다. 한국에서 있으면서 느낀 점은 미국보다 여성의 성적대상화, 유아화가 더 확연하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언론과 광고라고 생각한다. 다른 문제는 그러한 문화에 대항할 보호적 법률제도가 없다는 점이다.

내가 살던 곳에서는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법안이 많았고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는 차별금지법이 있었다. 그런데 한국 여성은 한국 남성의 소득의 3분의 2를 받는다는 OECD 통계 등을 보면 한국에는 이러한 법안이 없거나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대상 F ▷28살 남성, IT스타트업(한국 거주 미국인), 여혐존재△(잘 모르겠다)
- 사실 여성혐오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 한다. 내가 한국에 있는 동안 접하지 못해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내 체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한국 여성들이 성형수술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것으로 보아 외모가 좋지 않은 여성들은 차별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인터뷰질문1 종료)


인터뷰 대상들의 답변을 보면 저마다 다른 여성혐오의 정의를 가지고 대답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각 다른 시각 자체가 여성혐오를 대하는 다른 생각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혐오”란 단어의 과격함때문이 아니더라도 실생활에서 누구든지 주변인에게 “나는 여성혐오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논란이 불거지는 지점은 대부분 ‘여성혐오가 있다/없다’에서부터 ‘이런 것도 여성혐오다/이런 것이 무슨 여성혐오냐’다.

과연 여성혐오란 실제로 어떤 개념일까.

영국 옥스포드 사전을 보면 여성혐오(misogyny)의 정의는 ‘여성에 대한 혐오나 경멸, 혹은 뿌리깊게 내재된 편견(Dislike of, contempt for, or ingrained prejudice against women)’이다.

실제 사전 중 ‘여성혐오증’이 표제어로 등록된 문학비평용어사전(2006년 편찬·네이버검색가능)을 보면 ‘여성이란 원래 지적으로 열등하고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이며 어린애같거나 관능적이라는 신념(중략)’으로 요약된다.

이 사전은 여성혐오증 ‘발생원인’으로 “여성을 남성에게 종속시키려는 가부장적 욕망”이 가장 강하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사전적 정의만 봐도 “난 여성을 좋아하므로 여성혐오가 아니다”는 농담은 농담으로만 가능하다.(혐오라는 단어가 주는 강한 이미지 때문에 번역어가 잘못됐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더불어 여성혐오가 적용되는 범위에 대해 남녀마다 당사자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일부는 여성혐오가 적용되는 범위에 대해서도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다음 편 인터뷰에서는 ‘강남역 살인사건은 여성혐오 범죄인가’ ‘현재 나의 세대의 성역할은 얼마나 바뀌었나’ ‘한국사회를 달군 여성혐오 논란에 대한 나의 생각’ 등을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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