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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북정책, 제재 강화 통한 레짐 체인지로 바꿨다”

“미국 대북정책, 제재 강화 통한 레짐 체인지로 바꿨다”

기사승인 2016. 08. 24.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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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외교안보 길을 묻다] 황병무 국방부 명예교수 "북한 지도층, 내부 심각성 인식 정도 따라 균열 가속화", "중국, 사드 배치, 한국 자중지란 노려", "박 대통령 방중·방러, 패배주의·모험주의 경계해야"
황병무 국방대학교 명예교수 인터뷰5
황병무 국방부 명예교수(대통령 국가안보자문단 위원)는 23일 아시아투데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이 대북정책을 제재 강화를 통한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로 정책 방향을 바꿨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 송의주 기자 songuijoo@
“현재 미국이 대북정책을 제재와 압박 강화를 통한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로 정책 방향을 바꿨다고 할 수 있다.”

황병무 국방부 명예교수(77·대통령 국가안보자문단 위원·사진)는 23일 아시아투데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태영호 북한 공사 탈북과 우즈베키스탄 북한 대사관 폐쇄, 유럽·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북한 핵심 인사들의 탈북 도미노가 미국의 제재 강화와 레짐 체인지에 따른 대북 정책 전환을 여실히 보여 주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또 황 교수는 최근 북한 체제의 동요와 균열 조짐과 관련해 “북한의 레짐 체인지는 오게 돼 있다”면서 “일단 현재 백두혈통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조금씩 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황 교수는 “북한체제 내부의 문제들을 북한 지도층이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면서 “태영호 공사처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지도층이 많아질수록 체제의 균열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교수는 “현재 북한에게 핵과 미사일 개발은 ‘외환’이며 그로 인해 투자유치와 경제개발이 다 막히는 ‘내우’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북한이 ‘내우’로 인해 핵무장을 포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면서 “최소한 비핵화에 대한 초보적인 의사표시라도 이끌어 내야 한다. 그러면서 인도적 지원도 조금씩 해 나가면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 교수는 “지금 북한 체제가 어떻게 될 지 예측할 수 없다”면서 “그럴수록 우리의 휴민트(인적 정보) 대북 정보력을 강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며 인내심을 갖고 중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 교수는 “중국은 북한과 한국이 평화적으로 합의해 통일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외세가 개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극도로 민감하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그래서 우리가 자주적이고 평화적으로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황 교수는 “북한의 급격한 반체제 혁명 같은 형태는 곤란하다”면서 “필연적으로 대량살상이 동반되며 그럴 경우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며 결국 유엔으로 문제가 넘어간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우리가 북한에 대한 관할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면서 “북한 내부 상황이 급변했을 때 우리가 민족자결주의에 의해 북한에 대한 관할권을 인정받는 것이 북핵 문제 해결에서 주도권을 쥐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북한의 잇단 도발로 휴전선 근처에 있던 주한미군 2사단이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기동사단화 되는 것을 중국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 교수는 “미2사단이 휴전선 근처에 묶여 있으면 동북아에서 상황이 발생할 때 빼기가 쉽지 않지만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기동성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황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위협이 증대하고 안보상황이 급변할수록 우리의 국방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래야 불필요하게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우리의 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간의 외교안보 갈등과 관련해 황 교수는 “중국이 우리의 자중지란을 노리고 있지만 우리는 버텨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 교수는 “중국이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제재를 가할 수는 있지만 군사적 시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조심스럽게 예단했다. 다만 황 교수는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반발로 대북제재 수위를 약하게 조절할 수는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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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무 국방부 명예교수(대통령 국가안보자문단 위원)는 23일 아시아투데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간 갈등 해법과 관련해 “우리의 입장과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중국에 굴복하는 패배주의를 가져서는 절대로 안 된다”면서 “또 중국과도 맞서 볼만하다는 모험주의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송의주 기자
중국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강력 반발하는 이유에 대해 황 교수는 “주한미군의 전력이 증강됨으로써 한반도 방위를 넘어서는 동북아 지역방위군의 역할로 확대되는 것을 불편해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고 여러 가지 동북아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중국의 대미정책 핵심”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중국은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 분쟁 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면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자체가 미국의 작전반경 확장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황 교수는 “중국은 항공모함까지 운용할 정도로 동아시아에서 군사 강국이지만 정보전(탐지 능력·군사 네트워크), 육·해·공군의 합동작전능력, 항공기와 잠수함의 통신체계에서 미국에 20년 이상의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황 교수는 “사드가 들어오면 중국은 탄도미사일의 운용에 심각한 제약을 받게 된다”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이미 일본 오키나와 인근의 미국 항모전단으로 인해 남중국해에 배치된 사거리 1800km짜리 지상발사 탄도미사일(둥펑 21)의 작전 능력에 제약을 받고 있다”면서 “거기에 더해 사드까지 들어오면 중국의 탄도미사일 작전 능력에 더 큰 약점이 노출되고 전력 균형이 무너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사드가 아무리 방어용 무기라고 하고 북한의 선제 공격 때에만 사용하는 무기라고 하더라도 중국 자신들의 영공을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를 설치한다는 점에서 이미 중국은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황 교수는 “지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와 킬체인, 패트리어트3와 함께 보완 개념으로 사드를 설치할 수 밖에 없다”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배려해 줘야 하지만 사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이 한국에게 신뢰훼손이라고 비판하지만 이는 우리의 군사주권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명분이 충분하다”면서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반발로 대북재제의 수위를 약하게 조절할 수는 있지만 반대로 이것을 통해 우리가 중국에 압력을 넣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우리는 한·미 동맹을 더 강화할 수 있다”면서 “한·미 공조를 통해 대북재제를 강화하고 북한을 굴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를 놓고 강력 반발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을 오는 9월 초 순차 방문하는 박 대통령은 이번 순방이 사드 설득 외교의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황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상수이기 때문에 패배주의와 모험주의를 다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우리의 입장과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중국에 굴복하는 패배주의를 가져서는 절대로 안 된다”면서 “또 중국과도 맞서 볼만하다는 모험주의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 교수는 “박 대통령이 중국·러시아를 방문해서 해야 할 일은 중·러 정상에게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이라면서 “당신들이 우리를 도와줘야 한다. 지역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당신들이 할 일이라고 설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77)는 서울대 외교학과와 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육군사관학교에서 정치학 교관을 했다. 국방대에서 오랫동안 교수와 함께 안보문제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한국 국제정치학회 회장과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장, 대통령 국방발전자문위원장 등을 지냈다. 현재 국방대 명예교수와 대통령 국가안보자문단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황 교수는 중국 문제를 비롯한 한·미·중·일·러 군사와 외교안보 분야에 천착해온 석학으로 꼽힌다. 2014년 4월 국립 대만대학 정치학과 소속 중국대륙과 양안관계 교육연구센터는 황 명예교수의 중국안보해석서를 펴냈다. 이 연구센터는 중국 연구에서 일가를 이룬 주변 국가 학자들의 학문적 업적을 분석하는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 황 교수가 그 아홉번째 대상 학자로 선정됐다. 한국에서는 역사학 분야의 전해종·이춘식 교수(공저자)의 조공관계 연구에 이어 두 번째에 해당한다. 주요 저서로는 ‘신중국 군사론’, ‘전쟁과 평화의 이해’, ‘한국 안보의 영역, 쟁점, 정책’, ‘국방개혁과 안보외교’, ‘국방정책의 이론과 실제’(공저) 등이 있다. 세종문화상(국방·안보 분야)과 보국훈장 천수장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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