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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은행 중국법인에 현지인 채용의 딜레마

[취재뒷담화]은행 중국법인에 현지인 채용의 딜레마

기사승인 2016. 08.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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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출신의 법인장을 세우면 리스크가 크다. 그들이 언제 회사를 떠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중국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들도 현지인을 세우면 예기치 않게 공석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관리자 채용을 권유하지 않는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중국법인장에 현지인 출신을 염두에 두느냐고 묻자 고개를 저었습니다. 중국인을 관리자로 삼기에는 서로 다른 근로문화가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입니다.

은행은 평생직장이라는 인식이 굳혀진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이직이 자유롭습니다. 비단 금융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모든 직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법인들의 이직률이 평균적으로 한자리인데 비해 중국의 경우 30%에 이르는 곳도 허다합니다.

중국인 근로자들은 단기간 실적을 내고 더 높은 대우를 찾아 회사를 옮기는데 익숙합니다. 특히 외국계 기업일수록 자국기업에 비해 충성도가 낮아 이런 경향이 짙습니다.

현지로 진출한 국내 은행은 고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껏 키워놨더니 실력을 발휘할 때가 되면 경쟁사로 떠나버리는 그들의 뒷 모습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은행업은 장기간 진행되는 사업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알짜라고 생각했던 대출이 훗날 부실로 이어지는 사례가 흔합니다. 이런 이유로 조직원이 큰 건에만 매달려 세밀한 심사 없이 대출을 진행한다면 큰 피해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만약 자신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마구잡이식’ 영업에만 치중했던 은행장이나 지점장 등 관리자급에서 예치기 않은 공석이 발생한다면 대응할 새 없이 부실폭탄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해외법인의 현지화를 꾀하기 위해 현지인 임원 비중을 늘리는 추세에서 각 은행의 중국법인은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KEB하나은행이 모험을 걸고 있습니다. KEB하나은행은 현지화 영업 강화차원에서 지난해부터 현지인을 중국 법인장으로 모셔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입니다.

중국 금융당국의 불허로 한 차례 좌초되긴 했지만 올해까지 현지인 은행장을 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미 KEB하나은행은 중국 내 31개의 지점 가운데 26개에 현지인 지점장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중국법인은 KEB하나은행의 해외 영업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입니다. 중국에서의 성공이 앞으로 해외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현지인 법인장 추대는 배수의 진에 가깝습니다. KEB하나은행의 시도가 묘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 은행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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