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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자 안받아요…세입자 골라받는 집주인들

전세대출자 안받아요…세입자 골라받는 집주인들

기사승인 2016. 08. 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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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자금대출 유용막기 위한 은행 확인전화 귀찮아
자금 여력 있는 세입자 받아야 손바뀜 없이 올릴 수 있어
전세대출세입자거부
# 직장인 A씨(33)는 지난달 전세매물을 둘러보다 마음에 든 원룸이 있어 부동산 중개로 가계약을 맺기로했다. A씨는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집을 구할 계획이었다. 가예약금을 보내려고 하는데 부동산에서 전화가 와서 계약이 안된다는 말을 들었다. 집주인이 부동산에 전세대출 임차인은 받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A씨는 가계약을 접고 전세대출이 되는 다른 매물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부동산에 전화를 돌리니 전세매물이 없는데다 전세대출 가능 매물은 더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돼 전세매물이 씨가 마르면서 전셋집 주인들이 임차인을 골라받고 있다.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집주인들이 전세대출 임차인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매물을 소개하는 사이트에는 전세대출 가능여부를 아예 알려주고 있다. 역전세난은 서울 송파구 등 일부 지역에만 국한된 이야기일 뿐이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A공인관계자는 “집주인들은 전화받는 것 자체를 귀찮아해 전세대출 임차인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은행은 집주인에게 전화를 해 대출예정자가 정말 전세입자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 뒤 전세금을 빌려준다. 전세대출금 유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집주인들은 전세매물을 내놓으면 금세 나가므로 굳이 전세대출 임차인을 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집주인들이 전세대출 세입자를 꺼리면서 공인중개사들은 임차인에게 전세대출 대신 신용대출로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신용대출은 전세전용 목적이 아니어서 집주인과 은행이 연락할 일이 없다는 것.

신용대출은 전세대출에 비해 금리가 높아 임차인들이 원치 않는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되도록이면 이자를 낮게 낼 수 있는 전세대출을 선호한다. 전세대출은 계약이 끝나면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아 원금상환 부담도 없어 이자금액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자금 사정이 여유있는 세입자가 들어와야 손바뀜이 덜하다는 생각에 전세대출자를 들이지 않는 점도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집주인은 전세계약이 끝나는 2년후 가격을 올리려고 할 것”이라면서 “전세대출 세입자의 경우 전세금 상승분을 요구하면 자금 여력이 없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또 다른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싶다는 설명이다.

집주인들이 집값 증가를 염두에 둘만큼 전셋값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3억9536만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과 견줘 14%가 늘었다. 1년새 4876만원이나 뛰었다. 같은기간 전국 전세가율은 75.4%에 달해 매맷값과 격차도 좁다.

주택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전세계약은 사적인 계약으로 정부차원에서 규제할 방법은 없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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