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채권단 “한진해운 추가 지원 없다”…법정관리 수순 돌입

채권단 “한진해운 추가 지원 없다”…법정관리 수순 돌입

기사승인 2016. 08. 30. 19:08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기자회견_1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30일 산은 본점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한진해운 추가지원 불가에 대한 채권단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 제공 = 산업은행
한진해운 채권단이 30일 한진해운에 더 이상의 추가 지원은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진해운은 채무 동결을 위해 채권단 자율협약 종료 기간인 내달 4일 이내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의 이번 결정은 막대한 대규모 상거래 연체 채권이 큰 영향을 미쳤다. 개별기업의 외상채권을 갚는데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비해 한진 측이 제시한 자구책은 턱없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채권단 회의를 마친뒤 “한진해운 경영정상화를 위한 회사와 채권단 및 여타 이해관계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규 자금지원 불가라는 발표를 하게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을 포함한 채권은행 5곳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산은에서 긴급 채권단 회의를 열어 한진해운에 대한 자율협약 종료 안건을 논의한 끝에 만장일치로 추가지원 불가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 회장은 “채권단이 부족자금 해결방안에 대해 한진과의 간극을 좁히려고 했으나 사주로서 책임있는 모습은 미흡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그룹 측 최종제시안 및 대규모 신규자금 요청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6500억원 규모 대규모 상거래 연체 채권…“해외채권자만 득본다”

산은 측은 ‘추가자금 지원’ 불가라는 방침을 내린 주요배경으로 대규모 상거래 연체 채권을 지목했다. 지난 26일을 기준으로 한진해운의 대규모 상거래 채무는 약 6500억원이고 이 가운데 해외 용선주·해외 항만하역업체 등 해외채권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000억원에 이른다.

이 회장은 “채권단이 지원해도 용선료, 항만 하역비 등 누적된 6500억원 규모의 미지급 상거래 채무상환 용도로 사용될 수 밖에 없다”며 “국민혈세를 다루는 산업은행 입장에서 외상 채권을 갚아주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었기에 신중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원칙을 지킬 수 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기존 한진해운의 채무조정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공평한 손실부담을 전제로 추진됐다. 그러나 이번에 논의되는 신규자금 지원은 협약채권자만 추가적인 부담을 하는 것이다. 한진해운이 추가지원금을 해외 거래처에 연체채무를 갚는 용도로 사용한다면 해외채권자들의 배만 불려주는 셈이다.

문제는 해운시황 악화로 상거래 채권의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2일 기준으로 3200~3300억원 수준이었던 게 잠깐 사이에 많이 불어났다. 앞으로도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운임이 비용인 용선료를 밑도는 상황에서 회사 측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외상 채권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

◇턱 없이 부족한 사측 자구안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갚아야 하지만 그룹이 제시한 자구계획은 기대에 못 미쳤다.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한진해운의 부족자금 규모는 용선료·선박금융 등 계획된 채무재조정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1조원에서 최대 1조300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한진 측의 자구안은 50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그나마 올해 투입 가능한 자금은 계열사인 대항항공 유상증자를 통한 2000억원으로 채권단이 즉시 6000~8000억원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이 회장도 “채권단이 부족자금 해결방안에 대해 한진과의 간극을 좁히려고 했으나 사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은 미흡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그룹 측 최종제시안 및 대규모 신규자금 요청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채권단 측은 운임이 현재보다 하락하는 최악의 경우에는 한진해운의 부족자금이 1조7000억원까지 급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율협약 종료전까지 사측이 자구안을 보강해 재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낮다. 이 회장은 “채권단은 현재 지원 불가결정을 내린 상태다”며 “9월 4일까지 자율협약이 종료되는 사안인데 다시 협상안이 나올 가능성을 가정하는 것은 어색하다”고 말했다.

◇현대상선과의 형평성 문제 불거질 수 있어

한진해운과 비슷한 상황이었던 현대상선과의 형평성 문제도 추가지원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당초 현대상선은 한진해운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은 것으로 여겨졌지만 현대증권 매각건이 반전의 카드가 됐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KB금융그룹 측에 현대증권을 1조2000억원에 매각했다.

그 결과 현대상선은 채권단의 지원없이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회장도 그동안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아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자금을 투입한다면 현대상선과의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이 회장은 “현대상선이 5개월정도 오늘날의 모습을 보이기까지 굉장히 많은 협상과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종까지 단 한푼의 혈세도 들어가지 않았다”며 “한진의 경우도 국민혈세를 함부로 쓰여선 안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현대상선과의 합병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희박해보인다. 이 회장은 “현재까지 합병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는 없었기에 향후 선택 방법 가운데 하나가 될 순 있지만 자금지원을 못한다는 결론을 내린 상황에서 합병까지 뛰어넘는 생각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임종룡 금융위원장 역시 “합병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만들 수 있다면 몰라도 정상기업과 부실기업이 섞여 있는 상태에서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채권단도 현재 상황에서는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합병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채권단이 이날 결정된 내용을 한진해운 측에 즉시 통보하면서 조만간 사측의 법정관리 신청이 이뤄질 전망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해운 동맹(얼라이언스)에서 즉시 퇴출되며 국내외 선주들이 채권 회수를 위해 소송과 함께 용선료를 받기 위해 선박을 압류하게 된다. 이에 따라 영업이 불가능해지면서 회생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채권채무를 동결하기 위해 이르면 내일 중으로도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