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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쇼크]부서진 해운강국의 꿈… 그들은 왜 몰락했나

[한진해운 쇼크]부서진 해운강국의 꿈… 그들은 왜 몰락했나

기사승인 2016. 09. 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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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사채권자 집회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 해운·조선업계 부도와 법정관리 신청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진해운·팬오션 등 업계 톱 해운사들이 법정관리까지 추락한 이유로 △호황시 쌓지 못한 유보금 등 최고경영진의 중장기 전략 부재 △부족한 정부 지원 등을 꼽는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이날 법정관리를 신청, 40여년 역사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의 장기 불황과 저성장 상태가 이어지면서 국내 1위 국적선사까지 유동성 확보에 실패해 쓰러지게 된 것이다.

한진해운뿐 아니라 2011년 대한해운, 2013년 팬오션 등 국내 해운사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들 해운사는 해운업 호황기에 체결된 고가의 용선료를 감당하지 못해 고전을 겪어왔다. 용선료가 비싸더라도 운임이 높아 영업이익이 잘 나온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예상치 못한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평가다.

더욱이 선박 공급에 비해 수요(물동량) 증가가 더뎌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우리나라 해운사뿐 아니라 글로벌 해운사들은 용선료는 비싸게 내는데도 실제 영업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낮은 운임에 계약할 수밖에 없었다.

똑같이 적자를 보더라도 타국 해운사는 계속 버티는 반면, 국내 해운사의 경우 유동성 부진에 곧바로 노출되는 등 장기적인 체력을 기르지 못한 것도 추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최고경영진의 중장기 전략 부재에 따라 유보금이 부족해 체력 부진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은 “일본 해운사의 경우 호황기에 유보금을 많이 쌓아 이후 불황에 버틸 수 있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높은 부채비율 등 체력이 약해 오래가지 못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정된 수익처 없이 용선을 통한 스팟 시장 위주로 운영해온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일본 해운사들은 시황과 상관없이 안정적인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장기운송 계약 화물을 많이 확보했다”며 “우리나라 선사의 경우 높은 수익성을 위해 높은 위험도를 요구하는 ‘하이리스크-하이리턴’식 스팟 시장으로 단기간 고속 성장을 이룬 반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양 원장도 “한진해운(컨테이너선)·팬오션(벌크선) 등 우리나라 해운사와 달리 일본 해운사의 경우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을 합친 형태로 운영되는 만큼 선주·화주간의 관계가 안정적”이라며 “일본은 석탄·철광석 등의 경우 100% 국내 해운사와 장기 계약으로 10~20년간 안정된 운임을 보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럽 등 외국 해운사의 경우 정부의 지원으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몸집을 키운 반면 우리나라 기업은 스스로 살아남도록 ‘방치’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 톱으로 손 꼽히던 해운사들이 장기적인 체력을 기르지 못한채 줄지어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는 정부 지원의 부재도 한 몫 했다”며 “중국 해운사는 정부 주도의 M&A로 규모를 키운 데 비해 우리나라 해운은 ‘자력 갱생’을 요구받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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