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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8월 담배판매 감소’ 발표 뒤에 숨은 슬픈 이면

[취재뒷담화]‘8월 담배판매 감소’ 발표 뒤에 숨은 슬픈 이면

기사승인 2016. 09.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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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인 지난 19일 기획재정부가 예정에도 없던 담배판매량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8월 담배판매량이 전월보다 줄어들었고, 2분기 및 7~8월 판매량 증가폭도 1분기에 비해 대폭 둔화됐다는 게 골자입니다.

이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8월 담배판매량은 3억2000만갑으로 7월에 비해 820만갑, 비율로는 2.5% 감소했습니다. 또 2분기 판매량 증가폭(7.6%)도 1분기(42.8%)에 비해 6분의 1 수준으로 둔화됐고, 7~8월은 1.6%으로 전년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눈에 띄는 부분은 1~8월 누적 판매량(24억3000만갑)에 관한 내용입니다. 비록 전년동기 대비 15.7% 늘어난 수치지만, 이는 지난해 1월 담뱃값 인상으로 같은 기간 판매량이 급감한 데 따른 것일 뿐 담배 소비가 이제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게 기재부가 내놓은 분석입니다.

기재부는 이에 대한 근거로 담뱃값 인상 전인 2014년 1~8월 누적판매량에 비해 3억7000만갑(13.4%) 줄었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소비 안정세가 9~12월에도 지속될 경우 올 전체 담배판매량과 제세부담금(세수)은 2014년 대비 15.7% 감소한 36억8000만갑, 12조20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기재부 측은 “최근 국회와 시민단체가 잘못된 수치의 통계자료를 잇따라 발표해 국민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어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었다”며 갑작스런 자료배포 배경을 설명했지만, 자료 말미에 덧붙인 “(담배판매량이 2014년에 비해 줄어든 것은)정부의 금연정책 효과가 상당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라는 문구가 더 정확한 의도인 듯 싶습니다.

반면 시민단체인 납세자연맹 측은 올해 담배세수가 13조1725억원으로 담뱃값 인상 전보다 6조원가량 더 늘고 판매량도 2014년의 87% 수준으로 회복(증가)될 것이라며 정부의 입장과는 다른 뉘앙스의 의견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 통계수치와 해석이 더 정확하냐 여부를 떠나 8월 담배판매량 감소의 이면에는 서글픈 현실이 존재합니다. 정부가 밝힌대로 담배판매가 줄어든 데는 금연정책 효과가 일부 반영된 점도 없지 않지만, 사실은 저소득층의 구매력 저하가 더 큰 요인이라는 것입니다.

물가상승률(지표)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와중에도 최근 폭염 등의 영향으로 채솟값 등 생활물가가 껑충 뛰어 오랜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가처분소득이 정체돼 있는 저소득층의 생활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이들이 7~8월 담배구입을 줄일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죠.

실제로 올해 2분기 저소득층(소득 하위 20%)의 월 평균 담배소비지출액이 1만6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줄어들었다는 통계청 가계동향자료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의 담배소비지출액은 25.3% 늘었습니다.

한 세제 전문가는 “담뱃값 인상이 오랜 경기침체 상황에서 물가마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을 방지하는데 큰 역할을 한 만큼, 정부가 서민증세 논란을 의식해 다시 가격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담뱃값이 현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저소득층 흡연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을 정도로 경기상황이 좋아지길 바란다면 이 또한 역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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