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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신동빈 구속으로 롯데가 일본기업이 되지 않는다

[사설]신동빈 구속으로 롯데가 일본기업이 되지 않는다

기사승인 2016. 09. 2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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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탈세의혹, 비자금 조성 의혹,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신동빈 회장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신 회장이 구속되면 일본인이 경영권을 장악하고 그렇게 되면 롯데가 일본기업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한다. 민족정서의 발흥을 경계하던 롯데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와 당혹스럽다. 검찰은 민족정서에 편승해 사법처리를 모면하려는 꼼수에 현혹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본에서 출발해서 한국에 투자해 성장한 롯데는 편협한 민족정서의 발흥에 민감하다. 일본에서는 '조센징기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일본기업'으로 매도당하기 쉽고 반일감정이나 혐한풍조가 불매운동이나 추방운동으로 번져서는 곤란한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런 빌미가 보이면 롯데는 민족정서를 달랬다. 일본에서는 광고에 피겨 국민스타 아사다 마오를 등장시키고, 우리나라에서는 대형 태극기를 롯데월드에 내걸었다. 그러던 롯데가 지금  일본인 경영자 등장 가능성을 가지고 기업의 국적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과연 신 회장이 법적 구속이 되어 정말 일본인 경영자가 등장하게 되면, 롯데가 일본기업이 되는 것이고, 우리 경제에 나쁜 것인가. 그 대답은 신 회장이 이미 내리고 있다. 그는 작년 8월 3일 "롯데가 일본기업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롯데는 매출의 95%가 한국에서 발생하는 '한국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자본과 인력이 이동하는 글로벌 시대에 기업의 국적은 중요하지 않지만 굳이 기업의 국적을 따져야 한다면, 매출을 기준으로 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미국 노동부장관을 지낸 라이시도 "미국인의 고용을 창출하고 소비자를 만족시키며 미국정부에 세금을 내는 소니가 오히려 '우리'이고 미국인이 경영자이지만 해외에 투자한 IBM이 '우리'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각국 정부가 외국인투자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것도 바로 '우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렇게 보면 경영자의 국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가 롯데를 경영하면서 롯데를 우리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만약 협력업체들과의 관계를 개선시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매출을 늘린다면,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을 더 많이 고용하는 한편, 탈세를 하지 않으면서 세금을 꼬박꼬박 더 낸다면, 그의 국적을 문제 삼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4강의 금자탑을 세운 것은 한국인 감독 시절이 아니라 네덜란드 국적의 히딩크 감독 때다. 히딩크의 감독 부임으로 한국 대표팀이 네덜란드 대표팀이 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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