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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인도, 델리 모기와의 전쟁 ‘터미네이터 열차’운행

[르포]인도, 델리 모기와의 전쟁 ‘터미네이터 열차’운행

기사승인 2016. 09. 2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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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치쿤구니아 1500명, 뎅기열 1378명 감염으로 인도정부 방역에 총력...모기 잡는 열차 '터미네이터 열차'까지
뉴델리 역
모기 잡는 열차 일명 ‘터미네이터 열차’를 만나기 위해 인도 뉴델리 기차역으로 향했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인도 정부는 줄어들지 않는 치쿤구니아와 뎅기열을 해결하기 위해 ‘터미네이터 열차’를 투입하며 모기와의 전쟁에 나섰다.

치쿤구니아와 뎅기열은 모기가 전파하는 열성 질환으로 40도가 넘는 열과 관절통, 두통, 근육통, 발진 등의 증상을 보인다.

기자는 24일 인도 기차의 요충지인 뉴델리(New Delhi) 기차역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라디오에서 인도 보건부장관 라젠드라 젠(Rajendra jain)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치쿤구니아와 뎅기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인도정부는 노력 중이다. 하지만 시민들 역시 조심해야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환자들은 병원을 방문할 것과 증상에 맞는 약을 복용할 것”을 당부했다. 광고는 30초 이상 이어졌고 기차역까지 도착하기 전 2번의 같은 광고를 들을 수 있었다.
터미네이터 열차의 모습
모기 잡는 열차 일명 “터미네이터 열차‘의 모습이다. 기차 위에 올려진 트럭에는 힌디어로 뎅기열과 치쿤구니아에 대한 방역 작업을 써놓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광고를 들으며 도착한 뉴델리 역의 1번 플랫폼 앞에는 수많은 인파들로 가득했다. 그 속에서 유난히 독특한 모습을 한 열차가 눈에 띄었다. 33도가 넘는 뜨거운 햇볕 아래 열차 위에는 트럭 두 대가 실려 있었고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모기 잡는 열차라고 불리는 일명 ‘터미네이터 열차’의 모습이었다.

‘터미네이터 열차’는 인도 정부가 모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한 열차다. 열차의 뒷 칸에 살충제를 실은 트럭을 올린 후 기차선로를 따라 방역하는 열차로 주된 방역활동은 기차선로 인근에 있는 빈민촌과 강을 담당한다.

터미네이터 열차에서 일하고 있던 한 관리인은 “이 열차는 하루에 한 번 4시간 동안 운영한다”며 “트럭에 살충제를 채운 후 델리와 인근 구르그람(Gurugram)까지 이어지는 선로를 따라 방역작업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10년 전부터 기차를 운영을 해왔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 우리는 모기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터미네이터 열차의 모습
하루에 한차례 4시간 동안 운영한다는 ‘터미네이터 열차’는 델리와 인근 구르그람을 이어주는 선로를 기준으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기차에 탑승해도 되냐는 질문에 관리자는 “살충제가 독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탑승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관리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차는 출발했다.

터미네이터 열차를 취재하던 중 유난히 관심을 가지고 열차를 보고 있던 시민을 만날 수 있었다. 수라즈(Suraj·33)씨는 지난 2008년에 ‘치쿤구니아’에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정말 너무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었고 관절이 뽑혀나가는 느낌이었다”며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이라고 말했다. 모기 잡는 기차에 대해서는 기발한 생각이라며 “인도 정부의 방역활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더러운 곳에는 모기가 많고 깨끗한 곳에서는 모기가 살지 않는다”며 “주변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차역을 뒤로하고 인근 병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오토릭샤(Auto-Rickshaw·삼륜차 力車의 일본식 발음)에 탑승했다. 운전기사에게 ‘뎅기열과 치쿤구니아’에 대해 질문을 하자 심각한 문제라며 걱정했다. 델리에서 15년간 오토릭샤를 운전했다는 카일라쉬(Kailash·45)씨는 “내 동료의 아들이 죽었다. 뎅기열로 죽었는데 너무 안타까웠다”며 “매년 많은 희생자가 나온다. 방역 이외에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터미네이터 열차’에 대해서는 “좁은 방역범위 때문에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치쿤구니아와 뎅기열에 대한 경고문
인도 시내 곳곳에서 치쿤구니아와 뎅기열에 대한 경고문이 부착된 모습을 볼 수 있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실제 현지 매체들은 ‘터미네이터 열차’가 방역 범위는 선로를 기준으로 60m에 이르지만 강한 독성물질로 인해 환경오염이 심화된다는 염려와 선로를 기준으로 방역이 가능하다보니 넓은 지역을 방역할 수 없다는 단점을 지적하고 있다.

병원을 향하는 도중 도로 중간 중간 버스정류장과 광고판에서도 모기에 대한 경고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커다란 모기 사진과 힌디어로 치쿤구니아와 뎅기열에 주의해야한다는 글과 함께 모기의 서식지를 줄이기 위한 주의사항들이 써져있었다.
바산트쿤즈의 한 사립병원
뉴델리 남서쪽에 위치한 바산트 쿤즈의 한 사립병원으로 응급실과 진료대기실에는 치쿤구니아와 뎅기열 환자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뉴델리 남서쪽에 위치한 바산트 쿤즈(Vasant Kunj)의 한 사립병원에서 치쿤구니아 환자를 만날 수 있었다. 델리에서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는 자히르(Jarhir·30)씨는 온몸에 난 붉은 점을 보여주며 “치쿤구니아에 걸려 15일간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같이 사는 3명이 모두 치쿤구니아에 걸렸다”며 강한 전염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한 “집 근처가 너무 더럽고 물웅덩이가 많았다. 거기서 자란 모기들에게 물렸을 것”이라며 추측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가 온 후 마을에 대대적인 방역 작업 중이라고 들었다. 앞으로 내방은 내가 직접 청소하겠다”며 청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교민들의 피해도 잇따랐다. 우타르 프라데시(Uttar Pradesh)주의 아그라(Agra)에서 힌디어를 공부 중인 유학생 김모씨(24세)는 치쿤구니아로 고생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24년간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며 “관절이 너무 아파서 제대로 걷지 못했고 열이 40도를 넘었다. 온몸에 붉은 반점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그라 현지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해 델리의 큰 병원을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며 인도 농촌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지적했다.
커피샵에서의 뎅기열과 치쿤구니아 주의 광고
일반적인 커피샵과 가게에서도 뎅기열과 치쿤구니아에 대한 주의 광고를 볼 수 있다. 광고는 델리 주 총리 아르빈드 케지리왈이 치쿤구니아와 뎅기열에 대해 경고하는 모습이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지난 24일 힌두스탄 타임스(HT)는 9월 셋째 주 까지 확인된 치쿤구니아 환자는 1500명으로 1378명인 뎅기열 환자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값비싼 병원비로 인해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도 많아 정확한 환자의 수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현재 인도 정부는 치쿤구니아와 뎅기열에 대한 경고문을 시내 곳곳에 부착하고 있으며 또한 신문과 텔레비전, 라디오광고를 통해 대대적인 방역 대책을 홍보하고 있다. 아울러 잦은 방역과 소독을 통해 환자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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