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칼럼] ‘금융기업가’ 없이는 창조적 파괴도 없다

[칼럼] ‘금융기업가’ 없이는 창조적 파괴도 없다

기사승인 2016. 09. 26. 18:39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친구가 창업을 했을 때 우리는 그가 대박을 터트릴 것이라며 덕담을 건네기는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가 수십 년 저축한 돈을 선뜻 건네주며 그 돈으로 승부해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하려면, 그의 비전과 능력의 가치를 알아보고 심지어 그의 타고난 운까지 신뢰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가 그렇게 투자했다면, 그 친구뿐만 아니라 우리도 프랭크 나이트의 말처럼 “불확실성을 어깨 위에 짊어지기로” 한 기업가인 셈이다. 



물론 시장에서 분업이 발달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저축한 돈을 모아 기업가들의 사업계획을 평가해서 그 돈을 대출하거나 투자하는 일에 전념하는 이들이 등장한다. 은행들과 증권사들이 그런 일을 한다. 고객들이 저축한 돈을 자기 돈인 것처럼 여기고 정말 성공적일 수 있을지 잘 따져서 실제로 성공할 사업에 자금을 중개할수록 그들도 좋은 평판을 쌓고 성공한다. 일반 기업가들이 소비자들의 필요를 잘 충족시킬수록 성공하듯이, 이들도 그런 기업가들을 잘 알아볼수록 성공한다.


 흔히 ‘창조적 파괴’를 동반하는 혁신적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이런 혁신적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려면 자본이 공급되어야 하고 금융기업가들이 그런 자본을 잘 공급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경시해온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게임 체인저’로 불릴 정도로 혁신을 일으킨 성공한 기업가들의 이면에는 언제나 이들에게 자본을 공급한 ‘금융’기업가들이 있었다. 이들의 역할을 경시해서는 기업가적 “창조적 파괴”를 기대할 수 없다.


 미제스는 누구보다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잘 이해했지만 기업가정신에 못지않게 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더라도 그게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저축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지금 창으로 물고기를 잡는 상황인데 누가 그물을 짜서 물고기를 잡는 획기적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더라도 당장 식량으로 쓸 비축해둔 물고기, 즉 저축된 자금이 없어서 그물을 짤 여유가 없다면 그물이 현실화될 수 없다. 기업가정신을 “창조적 파괴”의 혁신으로 규정한 슘페터도 이런 혁신을 알아보고 자본을 제공하는 은행가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는 이제 저축된 자금을 혁신적 사업에 제공하는 게 위험하고 불확실하며 이런 일에도 기업가적 안목과 위험감수 정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마다 이런 안목에 차이가 있으며, 이런 안목도 경쟁적 시장에서 잘 성장한다는 사실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금융기업가들의 출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할 것이다. 은행의 돈을 자기 돈처럼 여길 유인이 낮은 국책은행 체제 문제도 그런 고민의 하나가 될 것이다.


 각종 규제로 기업가들을 얽매어서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그렇지만 금융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은 충분히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혁신적 기업가들에게 제공될 자금은 무상에 가까울수록 바람직한 것인 양 오해하는 게 더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이자율은 영에 가까울수록 좋다는 것이고, 심지어 정부에 대해 이자율에 대한 ‘규제’를 통해 금융중개에 간섭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다른 산업에서 가격 규제를 하려고 하면 위험성을 경고했을 경제학자들조차 금융시장에서 자금 수급을 조절하는 ‘가격’인 이자율에 대한 간섭이나 규제에 대해서는 매우 너그러운 편이다.

혁신적 기업가들이 성공할 때 그에 상응하는 커다란 대가를 얻을 때 혁신에 나서듯이, 금융기업가들도 마찬가지다. 금융기업가들을 칼만 들지 않았지 날강도처럼 높은 이자율을 받아가는 존재로 여겨서는 진정한 금융기업가들이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혁신적 아이디어는 안타깝게도 현실화되지 못하고 우리는 이를 누릴 기회를 상실할 것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