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故 백남기 농민 유족 “경찰 부검영장 재신청 이해 못해”

故 백남기 농민 유족 “경찰 부검영장 재신청 이해 못해”

기사승인 2016. 09. 28. 12:04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故 백남기 농민 유족과 의료계·법조계 시민단체, 기자회견서 '부검영장' 재신청에 강력 반발
박석운 투쟁본부 대표 "경찰의 부검 요구는 사망 원인 창조적으로 조작하려는 꼼수"
KakaoTalk_20160927_151820355
27일 오전 11시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고(故) 백남기 농민의 큰 딸 백도라지 씨(왼쪽에서 3번째)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 김병훈 기자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지난 25일 숨진 고(故) 백남기 씨(69)의 사인 규명을 위한 경찰의 부검영장 신청에 법원이 판단을 미루고 추가 소명 자료를 요청했다. 이에 백 씨의 유가족과 의료계·법조계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백남기농민국가폭력진상규명책임자처벌 및 살인정권규탄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는 27일 오전 11시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 유족 이름으로 작성한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족과 투쟁본부는 경찰의 부검영장 재신청에 강력 반발했다.

백 씨의 큰 딸 백도라지 씨는 탄원서를 통해 “유가족에게 형사고발을 당한 경찰이 아버지 시신에 대한 부검영장을 거듭 신청하고 있다”면서 “(아버지를) 고이 보내드릴 시간도 없이 매일 마음을 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과수 법의학자의 검시를 마쳤고 10개월간의 의료 기록을 통해 아버지의 사인을 규명할 수 있음에도 경찰의 부검영장 재신청은 이해할 수 없다”며 “존경하는 판사님께서 부검영장 발부를 반려해주길 눈물로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박석운 투쟁본부 공동대표는 “의사에게 자문한 결과 백 씨의 사망 원인은 물대포에 의한 외상성 뇌출혈임이 명백히 확인됐다”며 “경찰이 부검을 요구하는 것은 사망원인을 창조적으로 조작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며 반문했다.

이어 투쟁본부와 함께 활동하는 의료계·법조계 시민단체들도 부검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 공동대표는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지침에 따르면 원사인으로 사망원인을 규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경찰의 물대포로 뇌출혈이 발생해 쓰러져 지금껏 연명치료를 받아온 것은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인데 왜 (경찰이) 의학적 논쟁으로 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의협 소속 김경일 신경외과 전문의는 “지난해 11월 14일 백 씨가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찍은 CT(컴퓨터 단층촬영)사진 소견서를 보면 오른쪽 뇌에 급성격막하출혈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는 뇌를 감싸고 있는 질긴 막인 격막이 강한 외부 충격으로 손상됐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백 씨의 가족법률대리인 이정일 변호사는 “법원이 말한 상당성이라는 것은 이미 사망원인이 밝혀졌는데 부검을 통해 유가족이 존엄한 장례를 치를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할 수 있을 정도의 공익성을 가지냐는 것”이라며 “유가족이 부검을 극구 반대하고 있는데 굳이 부검 여부를 두고 논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KakaoTalk_20160927_151847794
27일 오전 11시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김창한 민중연합당 상임대표와 지도부가 살인 경찰 처벌 및 박근혜 사죄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 김병훈 기자
이어 같은 날 오후 1시께 고(故) 백남기 농민의 빈소 앞에서는 민중연합당 대표단 및 광역시도당 위원장단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중연합당은 공동 결의문을 통해 “고(故) 백남기 농민의 확실한 사망 원인이 있는데도 경찰 당국의 강제부검 의도에 적극 반대한다”며 “이는 사망원인이 경찰의 살인 물대포가 아니라고 우기기 위한 것이다”라고 날을 세웠다.

김창한 상임대표는 “오늘 이후로 민중연합당은 박근혜정권을 살인정권이라고 규정한다”며 “백남기 농민의 뜻을 이어받아 다음 달 12일 민중총궐기 성사를 위해 전 당력을 모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광역시도당이 중심이 돼서 전국적 조직망을 모두 동원해 추모 촛불시위를 전국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성수 전남도당 위원장은 “전남도민들의 마음을 담아 국가폭력에 의한 살인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26일 오후 11시께 백 씨 시신의 부검을 위한 압수수색검증영장(부검영장)을 검찰에 재신청했고, 검찰은 법원에 부검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처음 청구한 부검영장에 대해 “부검 필요성과 상당성이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으며, 두 번째 청구한 부검영장은 경찰에 소명자료 제출을 요청한 상태다.

만약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경우 검·경이 이를 강제 집행할 것을 우려하는 투쟁본부와 경찰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