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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 밥 먹어도 안돼요?”…김영란법 시행에 콜센터 ‘문의 쇄도’

“우리끼리 밥 먹어도 안돼요?”…김영란법 시행에 콜센터 ‘문의 쇄도’

기사승인 2016. 09. 2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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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정청탁을 금지한 소위 '김영란법'이 28일로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법 시행으로 그동안 몰래몰래 이뤄졌던 과도한 접대문화가 개선되고, 우리사회의 뿌리깊은 부정·부패가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법 적용 대상인 공직사회와 교육계, 언론계 등은 광범위한 법 규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일일이 대응할지 등을 놓고 우려와 함께 더욱 혼란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 이럴 땐 어떻게?…문의전화 폭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 시행 전부터 공직사회에는 법 해석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워낙 다양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법이 시행된 28일까지도 곳곳에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공직자들은 담당 언론인 등과의 식사, 업무 출장시 외부인이 낀 경우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법 적용을 어떻게 하는 지 등을 감사위원회에 문의했다.




법 시행에 대비해 만든 경남도청 감사관실 감사관실 청렴윤리담당에 설치한 전화콜센터(☎ 080-211-0999)에도 도청 직원과 시군 직원들의 문의가 한 달 이상 쇄도하고 있다.


주로 중앙부처나 상급기관을 방문할 때 간단한 식사를 하거나 선물을 전달해도 되는지, 지인 등과의 친교 범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인천시는 김영랍법 시행을 앞두고 한달 전 정부의 정책홍보를 위한 대책 마련 방법을 행자부 등에 질의했지만 지금까지도 뚜렷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주요 지자체 공무원들은 28일 당일까지도 '우리끼리 밥을 먹어도 안되는 거야?', '내가 사는 것도 걸리나' 라는 식으로 개별 사례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모습이었다.


한 지자체 공보업무 담당 직원은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은 당분간 자제하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1주일에 1∼2회 정도 간담회를 갖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다양한 경우의 수…담당기관도 혼란
이처럼 다양한 사례에 대한 질의가 잇따르자 감사실 등 담당기관들도 정확한 해석을 내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주시 감사위원회는 사례별 적용 실태를 정확하게 숙지하기 어려워 문의가 오면 매뉴얼을 참고해 관련 규정을 읽어주는 정도의 안내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엄밀하게 판단이 어려운 사례에는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기도 하지만 되는지, 안되는지 애매하면 되도록 하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 감사관실은 권익위원회 매뉴얼을 토대로 소책자를 만들어 전 부서에 배포했다.


부산시교육청은 법이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사안별로 법 적용 사안을 점검하고 홈페이지에 공지하는 방법을 택했다.


교육청 홈페이지에 직종별 매뉴얼, 청탁금지법 학교용 매뉴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신고사무 처리지침 표준안, 청탁금지법 Q&A 등 각종 자료를 올려 활용하도록 했다.


학부모에게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학부모들은 '아이 같은 반 친구들에게 간식을 돌려도 되나', '아이 담임교사와의 면담에 1만원짜리 롤케이크는 사가도 되느냐', '어린이집 차량 선생님에게 음료수 드리는 것도 안되나' 등의 질문을 하고 저마다 아는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이일권 부산시 교육청 감사관은 "법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고 사안별로 여러가지로 해석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아 교원들이 매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법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서는 법을 보수적으로 해석해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 [연합뉴스 자료사진]
◇ 소나기는 피하자…몸 사리는 관가
혼란이 계속되자 공직사회는 전반적으로 '시범 케이스에 걸리지 말자'며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경남도 감사관실은 도비 200만원으로 식권 600장을 구매해 각 부서에 나눠줬다.
   

이 식권은 민원인이 도청에 들러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점심시간을 넘겨서 민원 처리가 필요할 경우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업무관련 민원인들이 11시쯤 도청에 들어와 민원을 처리하면서 담당 공무원들에게 밥 먹으러 가자고 한 뒤 밥값을 계산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청렴 식권을 배포했다"고 전했다.


광주광역시 한 부서는 29일 예정됐던 언론사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를 취소했다.


부산경찰청도 허영범 신임 청장이 최근 부임했지만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할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청 구내식당은 점심 직원들이 평소보다 많이 몰릴 것으로 보고 28일 점심을 평소 800명분보다 많은 950명분 정도를 준비했다.

김영란법 시행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시청 주변의 고급식당 등은 법 시행 하루 전인 27일까지만 해도 막바지 예약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으나 법 시행에 들어간 28일에는 저녁 예약이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청 한 직원은 "청탁이 아니면 평소와 같이 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으나 서로 몸조심을 하는 동료들이 많은 것 같다"며 "당분간 다들 약속을 잡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충북도의 한 간부 공무원은 "향우회 참석은 괜찮다고 해 오늘 가보려 하지만, 직무 관련성이 있다 싶은 약속은 모두 뒤로 미뤘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한 정부 부처는 그 동안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취재지원 차원에서 구내식당 식사를 무료 제공했지만 이날부터는 중단했다.


서울의 한 법원 판사는 "어떤 사건이든 실제 상황과 사정을 따져봐야 하고, 시행 전 가상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적용 여부를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며 "어쨌든 판사들도 일단 '납작 엎드려 있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상현, 이정훈, 손상원, 김광호, 임기창, 심규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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